MSC·ZIM 등 독자노선 해운사 끌어들이는 방안 '유력'
장기적으로 친환경 투자·종합물류 기업 도약 필요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글로벌 해운사 간 동맹 체계가 개편되면서 HMM의 대응 방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머스크나 하팍로이드, CMA CGM 등 글로벌 주류 해운사가 주도하는 동맹 합류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독자 노선을 밟는 MSC나 짐(ZIM) 등과 새로운 동맹체를 만드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선박 투자 확대, 항공과 철도 부문까지 아우르는 종합 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와 5위인 독일 하팍로이드가 최근 새 해운동맹인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을 결성하기로 했다.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은 선사들이 선박과 항로를 공유하고 운임이나 운송 조건, 기타 영업 등 여러 사항을 협의해 운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스위스 MSC·덴마크 머스크의 '2M', 프랑스 CMA CGM·중국 코스코·대만 에버그린의 '오션 얼라이언스', 독일 하팍로이드·일본 ONE·한국 HMM·대만 양밍의 '디 얼라이언스' 등 크게 3개의 해운동맹이 운영돼 왔다. 이 중 하팍로이드가 디 얼라이언스를 탈퇴하고, MSC와 갈라선 머스크와 새 동맹을 맺기로 한 것이다.
하팍로이드가 디 얼라이언스 중 가장 큰 선복량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사실상 디 얼라이언스의 해체 혹은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아있는 HMM·ONE·양밍의 경우 글로벌 선사 톱 10 중 하위권 3개 사다. 선복량과 선박 수 물동량 처리 능력 등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HMM이 2M 해체, 제미니 협력 결성 등으로 인한 신규 동맹 체제에 참여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가격 경쟁을 하게 된다. 실제 HMM은 과거 현대상선 시절 해운동맹 체제에 편입되지 못하고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문제는 MSC(선복량 세계 1위), 머스크(세계 2위), CMA CGM(세계 3위), 에버그린(세계 6위) 등 해운 주도 기업에 HMM이 동맹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낮다는데 있다. 선복량이 낮아 정시성과 같은 해운업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운영 거버넌스(정책)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롤프 하벤 얀센 하팍로이드 최고경영자(CEO)는 디 얼라이언스 탈퇴 사유와 관련해 '신뢰성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면서 "얼라이언스 회원사 간 신뢰성이 먼저 담보돼야 하는데 정시성을 확보해서 운항 퀄리티를 높이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면 머스크 손잡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운 업계에서의 가장 큰 신뢰는 제때 물건이 도착하는 '정시성'인데, 상대적으로 선박이 많고 운영 비용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선사가 아니면 갖추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국제관계에 대한 이해도 얽혀 있어 HMM의 해운동맹 참여가 더욱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해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제조업 부문에서 사실상 유럽의 모든 국가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는데, 당연히 국가적 차원에서 견제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하팍로이드는 HMM을 인수하려다가 한국 정부에 의해 제지당했는데, 겉으로 표현은 못해도 내심 감정이 많이 상해 보복을 진행하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인 해운사들의 동맹에 합류하기 어렵다면, 당장 HMM 입장에서는 다른 해운사를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단기적 대안으로 MSC와 이스라엘의 짐(ZIM)과 같은 독자 노선의 해운사를 끌어들여 새로운 동맹체를 만드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디 얼라이언스에서 다른 선사를 끌어들이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MSC를 끌어들이면 좋지만 사실상 여기는 독자 노선을 추구하고 있어 어렵고, 현실적으로 짐과 더불어 대만의 완하이를 끌어들여 디 얼라이언스를 존속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HMM이 친환경 선박 투자를 늘리고, 해운을 넘어서서 항공, 철도, 도로 수송까지도 하는 종합 물류사로 도약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적인 기업과 동맹을 같이 하기 위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구교훈 회장은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로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배출 0)를 실현해야 하는데 머스크는 10년을 앞당긴 2040년, 하팍로이드는 5년을 앞당긴 2045년까지 하는 등 탈탄소 정책을 서두르는데 HMM은 2050년 맞춰 달성을 추진하는 등 엇박자가 나고 있다"면서 "특히 머스크와 CMA CGM이 풀필먼트(종합 물류센터), 항공 화물 자회사 등을 인수하며 종합 물류사로 발돋움하는 가운데 HMM도 해운에 국한된 포트폴리오를 벗어나 종합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등 글로벌 업체들과 거버넌스(정책)를 나란히 할 수 있어야 동맹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HMM 측은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HMM 관계자는 "하팍로이드가 디 얼라이언스에서 내년 1월까지는 차질 없이 서비스를 한다"면서 "내년 2월부터의 일을 디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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