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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發 부동산 PF 위기 확산…2금융권 괜찮을까

  • 경제 | 2024-01-06 00:00

올 상반기 브릿지론 7조3000억 원 만기 도래
2금융권, 상반기까지 손실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시공 능력 평가 16위의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하면서 제2금융권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채권단 설명회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가운데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모습. /장윤석 기자
시공 능력 평가 16위의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하면서 제2금융권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채권단 설명회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가운데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모습.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시공 능력 평가 16위의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하면서 제2금융권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브릿지론 만기가 집중되면서 이를 주로 취급한 캐피탈사, 저축은행들의 손실이 단기간에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련 업계는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공 능력 평가 16위 건설사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부동산 PF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거나 사실상 없다고 강조하며 불안 진화에 나섰으나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태영건설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1조6000억 원이다. 업권별로는 증권이 9299억 원, 캐피탈 6552억 원, 저축은행 128억 원, 부동산신탁 91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2금융권 중에서도 캐피탈업계의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캐피탈사들이 최근 부동산 PF 규모를 키워 실적을 올려서다. 6개 캐피탈사 태영건설 익스포저 6522억 원 가운데 신용등급 'AA-' 이상 캐피탈사가 대부분을 보유했으며 'A+' 이하 캐피탈사의 익스포저는 484억 원이었다.

고객 예금을 받아 금리 장사를 하는 은행 등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는 부동산 PF의 사업 비중이 커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건설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초기 대출상품인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중소형 캐피탈사의 부실 위기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브릿지 비중이 높은 캐피탈일수록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이 많다는 것이고 최근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빠지는 사례도 있다"며 "중소캐피탈의 경우 이자수입 감소와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재무적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고금리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자 지난해 상환 예정됐던 브릿지론 중 상당수가 만기를 연장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건설업계와 금융 시장에서는 '9월 부동산 PF 위기설'이 돌았다. 지난해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 가운데 상당 물량이 8월에 집중돼 있어 9월부터 시행사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의 부실채권 규모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9월 위기설을 차단하기 위해 힘썼고 여러 금융사들도 브릿지론 만기를 3~6개월 연장하는데 합의하면서 우려했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지난해 상환이 유예된 물량까지 더해 올해 상반기에 브릿지론 만기가 집중됐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만 7조3000억 원이다. 저축은행 대출 자산 중 브릿지론 비중은 55%에 달하며 금액은 6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캐피탈사들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더팩트 DB
일각에서는 캐피탈사들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더팩트 DB

일각에서는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다른 중소형 건설사까지 워크아웃 여파가 미치면 연쇄 부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피탈사들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말 캐피탈사 부동산PF 연체율은 4.44%로 1년 전 2.20%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부동산PF 대출규모 1~2위의 은행(0%)과 보험(1.11%)과 비교해 4배에 육박한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2024년 금융부문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시장금리 불확실성 속에서 부실 부동산 PF로 인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캐피탈사에 대해 산업 전망은 '비우호적', 신용도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시장 금리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저금리로 조달했던 기존 차입 부채의 차환·대환 과정에서 조달 비용이 상승했다"며 "또한 건전성이 저하된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무수익여신(NPL) 규모가 증가해 유동성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금리 여파로 2금융권이 올해 상반기까지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소상공인, 중소기업 그리고 태영건설 등 대기업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 경기가 악화되면 제2금융권이 가장 큰 타격을 봤다.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지급 보장 확대 등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6개월 정도가 가장 어려운 시기다. 이 위기를 넘겨야 경제가 정상화 됐을 때 우리나라 부동산도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2금융권의 부동산 PF 리스크가 커지는 것과 관련해 캐피탈업계는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고 유동성도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신협회는 "최근 캐피탈 부동산PF 시장은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 사업여건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손실흡수능력과 재무건전성 등을 고려 시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고 밝혔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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