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조직 인텔리전스랩스 중심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연구도 박차
[더팩트 | 최승진 기자] 게임의 진화는 기술 발달과 궤를 함께한다. 지난 1996년 출시된 '바람의나라'가 세계 최초로 그래픽 온라인게임 시대를 열었듯, 게임 산업에서 이용자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신기술 도입과 활용은 일찌감치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였다.
수년간 주요 게임사들은 새로운 시스템 구축과 가상 세계 확장을 위해 빅데이터, 클라우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을 도입해 왔다. 화두로 떠오른 AI(인공지능) 활용 연구에도 대폭 투자해 사업 영역을 넓히거나 타 산업과 융합하며 게임 생태계를 한 단계 더 고도화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2017년 설립한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 조직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게임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자사 게임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재 약 700명 규모 인력을 확보한 업계 최대 규모 조직으로 거듭났으며 최근에는 생성형 AI 연구에도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넥슨은 인텔리전스랩스가 자사 다양한 조직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집약해 개발한 플랫폼·데이터 기반 솔루션 '게임스케일'을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게임 내 결제, 상점, 쿠폰 이용 등의 플랫폼 서비스와 보안, 데이터, UX분석 등 인게임 데이터에 기반한 게임 운영 솔루션이다. 넥슨은 그간 자사 게임에만 적용해 오던 '게임스케일'을 오픈 솔루션으로 전환하면서 더 많은 게임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업계 전체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게임스케일' 솔루션은 수치적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게임 내 개인화 광고를 집행하자 164% 이상 리텐션 효과를 보았고,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이탈 가능성 있는 이용자 40%의 재접속을 유도했다. ‘FC 온라인’ 역시 3년 연속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 인텔리전스랩스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수많은 솔루션의 지향점은 '플레이어 즐거움의 극대화'다. 즉 이용자가 경험하는 전반적인 서비스를 개선해 게임 몰입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연구의 주된 골자다. 배준영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본부장 역시 게임스케일 공개 이후 "넥슨만의 AI 모델을 만들기보다 현존하는 AI 모델을 가지고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쪽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넥슨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생성형 AI다. 지금까지 게임이 초기 개발 단계와 라이브 서비스 과정에서 설정한 공통된 스토리 콘텐츠만을 제공했다면, 인텔리전스랩스는 생성형 AI를 통해 이용자 개인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게임 자체와 1대 1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가 고안한 '넥슨 보이스 크리에이터' 기술 모델이 그 예다. 자사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지도 높은 게임 디렉터의 목소리와 억양을 거의 동일한 수준의 음성으로 생성하거나 이러한 음성 생성 기술을 활용해 성우의 녹음 없이도 NPC에 음성을 입히는 것이다. 스포츠 게임에서 중계 또는 해설을 원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변환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이용자는 자신의 특성을 고려한 개인화된 메시지나 정보를 음성으로 듣게 돼 게임에 보다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넥슨은 게임 캐릭터가 정해진 스크립트를 벗어나 이용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AI NPC(보조캐릭터)' 기능을 연구 중이다. NPC나 보스 등 고정 캐릭터가 정해진 대사를 반복하는 대신, 개별 페르소나를 가진 NPC가 게임 내 세계관을 바탕으로 개별 플레이 특징에 맞는 다양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AI NPC가 도입되면 이용자 데이터를 토대로 사냥, 퀘스트 수행 등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나 반대로 이용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조언해주는 등 보다 1대 1 소통에 가까운 게임을 구현할 수 있다.
생성형 AI 연구가 게임의 재미와 편의성을 대폭 증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만큼 여기에 따라오는 AI 윤리 역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기술과 윤리 격차가 벌어질 경우 AI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할 수 있어, 이는 넥슨을 비롯한 많은 게임사가 AI와 함께 연구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인텔리전스랩스 역시 검토·개발 중인 다양한 생성형 AI 기술에 따르는 AI 윤리 정책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NPC는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거나 거짓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편향되거나 차별적, 혐오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우려를 보완하고자 인텔리전스랩스 내부에서도 여러 단계의 방지책을 고민 중이다. 넥슨 관계자는 "도용범죄 탐지 기술, 게임 속 욕설을 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고성능 AI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를 AI에 학습시키고 확장하여 AI 윤리 측면에도 다면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앞으로 출시할 신작에도 ‘게임스케일’을 비롯한 다양한 AI 기술을 폭넓게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넥슨 실험실'을 통해 이용자 개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테스트도 할 예정이다. 배준영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본부장은 "게임 몰입도와 편의성 향상은 물론, 이용자들이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게임 플레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를 포함해 전방위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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