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부회장직 사실상 폐지 수순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이성락 기자]
◆ 기업인들 신년사 통해 '위기 극복' 한목소리
-다음은 재계 소식입니다. 새해를 앞두고 몇몇 주요 그룹 총수가 신년사를 발표했다고요?
-지난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신년 메시지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신년사를 발표했는데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다른 경제단체장들도 모두 신년사를 내놨습니다.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권오갑 HD현대 회장 등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 당부사항을 전했죠.
-통상 새해 업무 첫날에 일제히 신년사를 발표하는데, 연말에 미리 내용을 공유하는 기업인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LG그룹의 사례를 봤을 때 구광모 회장의 신년사가 연말에 나온 건 2022년부터입니다. 임직원들이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신년사를 배포한다는 게 LG그룹 측 설명인데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임직원 배려 차원'에서 연말에 미리 신년사를 발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무식을 열지 않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신년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새해 모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죠. 행사가 아닌 메시지로만 공유하는 건 굳이 연초가 아니어도 되는 겁니다.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경영 방향성을 알리는 등 '내부 결속'만 다질 수 있다면 그만인 것이죠.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하나둘 '훈화식' 오프라인 시무식을 개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는 것보다 온라인이나 영상으로 새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죠.
-그렇군요. 지금까지 신년사를 내놓은 기업인들은 어떠한 화두를 제시했나요?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변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앞서 구광모 회장은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생존을 넘어 시장을 주도하고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고객 가치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최태원 회장은 "'뭉쳐야 산다'는 의지로 어려움을 잘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기존의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며 강도 높은 쇄신을 당부했는데요. 이 밖에 경제단체장들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경영 활동을 하기에 좋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정부의 과감한 규제 혁신 등을 요구했습니다.
◆ 하나 이어 KB도 없앴다…사라지는 금융지주 부회장직
-끝으로 금융권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금융지주의 부회장직이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들었다고요.
-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박성호 부회장, 이은형 부회장, 강성묵 부회장 등 '부회장 3인 체제'를 구축했는데요. 지난 26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부회장직 제도를 마무리하고 '부문 임원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부회장 3인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번 개편을 통해 이은형·강성묵 부회장은 각 부문 임원으로 기존에 맡았던 부문을 총괄하게 되는데요. 반면 박성호 부회장은 임원을 맡지 않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납니다.
-5대 금융지주 중 부회장직이 있었던 곳은 하나금융뿐이었나요?
-아닙니다. KB금융지주도 부회장직이 존재했죠. 다만 양종희 회장 취임 이후 허인, 이동철 부회장이 모두 사임하며 사실상 이름만 존재한 상황이었습니다.
-KB금융도 부회장직을 폐지하기로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KB금융은 본질·현장에 집중하는 효율적 조직을 위해 부회장 직제는 폐지했으며, 기존의 10부문 16총괄 1준법감시인 체계를 3부문 6담당 1준법감시인으로 대폭 슬림화했습니다.
-KB금융의 경우 양종희 신임 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하나금융까지 폐지 수순을 밟는 건,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업계에서는 이복현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서 이복현 원장은 지난 12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단 간담회'에서 "부회장 제도의 경우 셀프 연임보다는 훨씬 진일보된 제도지만, 내부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돼 신인, 외부인사 발탁을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복현 원장의 발언을 놓고 부회장 제도의 순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죠.
-부회장 제도 폐지는 외부인사 견제 기능 위축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동안 금융지주는 회장 인선 때마다 낙하산, 관치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부회장직을 통해 내부 인사를 키우고 외부인사를 견제하는 등 순기능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입니다.
금융당국이 부회장직 제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상황에서 금융지주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을 것 같네요.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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