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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멀어도 내 집이 최고?…청년층, 서울 반값 아파트 찾아 경기·인천행

  • 경제 | 2023-12-09 00:00

직주근접보다 아파트 내 집 마련 선택하는 청년층

청년과 신혼부부층이 높은 가격의 서울 아파트를 포기하고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 전역으로 주거 수요가 퍼지면서 서울시 인구는 지속 감소하고 있다. /더팩트 DB
청년과 신혼부부층이 높은 가격의 서울 아파트를 포기하고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 전역으로 주거 수요가 퍼지면서 서울시 인구는 지속 감소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서울 거주를 포기하고 경기도로 이사하니 출퇴근 시간이 딱 두 배입니다. 그래도 전세 (대출) 이자보다는 주택담보대출 이자 내는 게 낫죠. 번듯한 제 집이 있다는 게 좋아요."

서울 생활권의 주거 수요가 경기·인천 등으로 퍼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높은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 전역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청년층은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더라도 수도권 외곽의 비교적 가격이 낮은 아파트를 찾는 모습이다.

9일 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보면 올해 1~10월 서울시민 4만2475명이 경기도로 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인천으로 이사간 서울시민은 1만276명이었다. 수도권 이동에 따라 서울시민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2019년 10월 974만 명 수준에서 2020년 10월 969만 명, 2021년 10월 953만 명, 지난해 944만 명까지 줄었다. 올해 10월 기준으로는 940만 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4만 명가량 감소했다.

특히 올해 10월에는 수도권 내에서 인구 이동이 크게 늘면서 전국 인구이동량을 견인했다. 지난달 시도별 순이동(전입-전출)은 경기가 3129명, 인천이 3002명 등으로 전국 1·2위를 차지했다. 약 3000명가량이 이들 지역으로 이사온 것이다. 반면 서울에선 4727명 순유출돼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인구이동의 주요 변수는 아파트 매매거래량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8월과 9월 주택 매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8.7% 증가하면서 10월 인구 이동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0월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나타내는 인구이동률은 11.7%로 전년 동월(10.5%)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

서울시민이 경기와 인천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주택가격의 영향이 크다. 기존 전세 주택에 거주하던 이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거나 월세에서 전세 계약으로 전환하는 이들이 비교적 주택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주택가격이나 전세값 부담을 덜기 위해 늘어난 통근 시간을 감수하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로 출퇴근하는 차모(29·여) 씨는 "예비신랑과 나이 차이가 있어 빠르게 집을 마련하게 됐다"며 "각각 직장은 서대문구, 강남구지만 집값 부담이 커 지난달 경기 광주로 이사했다. 이사 후 '도어 투 도어(총 이동시간)' 출근 시간이 1시간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 집을 샀다면 아파트에는 살지 못했을 것"이라며 "하루 2시간 더 출퇴근에 시간을 쓰게 됐지만 만족하고 있다. 분당 아파트 전세도 고려했지만 전세대출 이자보다는 주담대 이자를 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주택 수요층인 30대 젊은층이 경기와 인천 등으로 내 집 마련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동률 기자
주택 수요층인 30대 젊은층이 경기와 인천 등으로 내 집 마련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동률 기자

한모(39) 씨는 결혼을 계기로 지난 7월 송파구 빌라(연립·다세대)를 팔고 하남시로 이사했다. 서울 3호선 교대역까지 출근 시간도 두 배가 됐다. 한 씨는 "이사 후 직주근접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있다. 늘 오전 8시에 출발하면 여유 있게 회사에 도착했지만 지금은 7시 10분에는 출발해야 지각 위험이 없다"며 "육아계획도 있어 이사가 필수적이었지만 내 집 마련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고, 빌라를 처분한 금액에 2억5000만 원가량을 보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출퇴근 시간이 늘어난 것 외에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어 후회는 없다"고 설명했다.

영등포구로 출근하는 이모(36) 씨는 올해 초 강서구에서 고양시 덕양구로 이사했다. 이 씨는 "디딤돌 대출의 한도가 3억 원이라 서울 아파트 매입은 불가능했다"며 "더 저렴하고 넓은 집은 회사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 서울에 최대한 가까운 입지를 골랐다"고 말했다. 또 "자차를 이용한 통근시간은 늘었지만 광역버스가 많고 배차시간만 잘 고려하면 경의중앙선 이용도 용이해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 시간은 이사 전과 비슷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 집 마련과 직주근접 사이에서 내 집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집값이 두 배 이상 차이 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0억5090만 원, 경기 아파트는 5억1637만 원, 인천은 3억6609만 원이다.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서울은 5억2398만 원이었지만, 경기는 3억653만 원, 인천 2억2053만 원으로 비교적 부담이 적다.

아파트 수요는 30·40대 층이 절대다수다. 특히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의 '큰손'은 30대가 차지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가운데 30대의 매입 비중은 32.6%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가 30%가 두 번째로 많았다. 경기 역시 30대 매입 비중이 27.2%, 40대가 26.8%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인천도 30대 25.7%, 40대 25.1% 비중이다.

서울 부모님의 자가에서 독립을 준비 중인 사회초년생 전모(28) 씨는 "서울엔 둥지가 없고, 지방엔 모이가 없다고들 한다"며 "자가는 꼭 서울에 마련하고 싶어 현재는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월급의 80%를 적금·청약저축에 활용하면서 틈틈이 부동산 관련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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