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출 비중 891.7% 급증
영패션 매출 증대→객단가 상승 이어져
[더팩트|이중삼 기자] 한 유통업계 총수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사물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으로 동종업계 가운데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오픈 2년 9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업계에선 총수의 과감한 도전정신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신년사에서 '리프레이밍'(사건을 바라보는 틀을 새롭게 한다)을 강조하며, 고객과 시장 그리고 경쟁자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대로 짚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앞으로 행보에 기대가 쏠린다. 그 주인공은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지선 회장이다.
더현대 서울은 최근 오픈 2년 9개월 만에 연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국내 백화점 가운데선 최단기간 기록을 세운 수치다. 지난 8월 25일 무난하게 매출 1조 원 달성을 예상했던 것이 적중했다. 당시 현대백화점 측은 "지난해 9509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월평균 20%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어서 연말 수월하게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해당 기록은 실제 이뤄졌다. 현대백화점에 의하면 2021년 2월~12월 매출은 6700억 원, 지난해 1월~12월 매출은 9509억 원, 올해 1월 12월 2일까지 매출은 1조41억 원을 기록했다. 2년 새 약 50%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의 올해 누적 매출이 1조41억 원을 달성하면서 2021년 2월 26일 오픈 후 33개월 만에 '연매출 1조 원 점포'로 등극했다"며 "서울을 대표하는 트렌디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표방한 더현대 서울이 이번 최단기간 1조 원 돌파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쇼핑 메카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주요 원인으로 참신한 콘텐츠 발굴 노력,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매입액) 상승 등을 꼽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글로벌 수준의 MD 역량과 더현대 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K패션 브랜드 등 참신한 콘텐츠 발굴에 힘썼고 이로 인한 객단가 상승 등이 최단기간 1조원 돌파 기록에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 더현대 서울, 영패션 매출 비중 2021년 6.2%→올해 13.9%
정 회장은 '유통기업 무덤'으로 불린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오픈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특히 매장 구성과 공간 디자인에서 혁신을 꾀한 것이 대표적이다. 통상 백화점에는 층별로 판매되는 상품 카테고리가 명확한데, 더현대 서울은 과감하게 틀을 깼다. 전체 영업 면적(8만9100㎡) 중 매장 면적(4만5527㎡)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나머지 절반가량의 공간(49%)을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은 뉴노멀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리테일은 물건만 사서 나가는 목적형 소비 공간과 달라야 하는 판단 아래, 기존에 없던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공간을 구현해냈다"며 "고객들이 백화점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고 전했다.
기존 백화점 틀을 허문 결과, 더현대 서울은 매출이 가파르게 오르는 효과를 거뒀다. 특히 영패션 매출 비중 상승이 두드러졌다. 실제 영패션 매출 비중은 △6.2%(2021년) △10.3%(2022년) △13.9%(2023년)로 매년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2년 차부터 차별화된 MD를 끊임없이 선보였다. 일례로 △마뗑킴 △시에(SIE) 등 MZ세대가 열광하는 온라인 기반 패션 브랜드의 '백화점 1호 매장'을 잇따라 유치시켰다. 그 결과 영패션 중심으로 매출이 가파르게 신장했다. 시에는 연매출 100억 원을 눈앞에 두고 있고, 마뗑킴은 외국인 구매 상품군 가운데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K패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영패션 매출 비중은 더현대 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전 점포 평균(8.2%)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영패션 매출 활약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더현대 서울은 K패션 생태계 확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오픈 당시 △쿠어 △디스이즈네버댓 등 온라인 판매만 하던 브랜드를 업계 최초로 입점시켰다. △미스치프 △세터 △드파운드 등 신진 브랜드도 연이어 선보이며, 현재까지 200여 개 한국 토종 브랜드가 더현대 서울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진출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성 패션 MD에 안주하지 않고, 가장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노력은 백화점 경쟁력의 바로미터인 패션부문 전체 매출(영패션·여성패션·남성패션)이 빠르게 증가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며 "올해 더현대 서울 패션 매출은 오픈 첫 해보다 113.2% 급증하며, 오픈 이래 가장 높은 매출 비중(23.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루이비통이 연말에 개점을 앞두고 있고,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 개발한 단독 매장 등 다양한 MD 모델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어서 앞으로의 매출 증대도 기대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눈에 띈다면 이 같은 매출 증대가 객단가 상승으로도 이어졌다는 것이다. 2021년 8만7854원이었던 더현대 서울 객단가는 지난해 9만3400원, 올해 10만1904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대비 올해 객단가 신장률은 현대백화점 전점 평균(+1.1%)을 크게 웃도는 9.1%에 이른다.
◆ MZ세대, '핫플레이스' 된 더현대 서울…외국인 매출도 크게 늘어
더현대 서울이 성공한 이유는 MZ세대(밀레니엄+Z)와 외국인들의 핫플레이스가 된 점이 크다. 사실상 국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인데, 현대백화점에 의하면 오픈 이후 현재까지 300개가 넘는 팝업스토어가 운영됐다.
현대백화점은 팝업스토어의 성지가 된 이유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효과'를 꼽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SNS 역할이 컸다고 본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서 더현대 서울의 행사 정보가 많이 공유되면서 팝업스토어 성지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매출이 눈길을 끄는데, 실제 더현대 서울 외국인 매출은 올해 1월~11월 891.7% 급증했다. 이는 현대백화점 전체 외국인 매출 평균 신장률(305.2%)의 3배 해당하는 수치다. 외국인 구매고객 중 20~30대 비중은 72.8%에 이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외국인 매출 증대 관련)외국인 집객에는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와 넓은 휴게공간 등 백화점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공간 구성에 외국인의 관심이 높은 K컬처를 집대성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올해만 △BTS(3월) △르세라핌(5월) △ITZY(8월) △블랙핑크(9월) 등 최정상 아이돌 그룹 관련 팝업스토어가 열리기도 했다.
더현대 서울은 해외 기업 사이에서도 '글로벌 리테일 교과서'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시작한 외국인 대상 '더현대 서울 벤치마킹 투어프로그램'에는 △루미네·한큐(일본) △엘 팔라시오 데 이에로(멕시코) △시암 파라곤(태국) 등 각국 백화점·쇼핑몰 CEO·임원진이 다녀갔다. 네슬레(스위스)와 제너럴밀스(미국), 포르쉐(독일) 등 업종이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방문하며, 글로벌 리테일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현대 서울 성공 요인에 대해 정 회장이 미래 투자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종갑 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무엇보다 MZ세대의 정신을 정확하게 꿰뚫어 본 정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며 "더현대 서울은 혁신 전략을 채택해 성공한 사례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기 있는 브랜드나 유명 인사와의 협업을 통해 MZ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더현대 서울은 단순한 제품 구매를 넘어서 쇼핑 자체를 경험으로 여기고 있고, 그것을 통한 재미와 체험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정 회장의 미래를 대비한 연구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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