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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엔화 샀는데 긴축 신호탄 쏜 일본…엔화 전망은?

  • 경제 | 2023-08-01 00:00

엔화 약세 당분간 지속 전망…불확실성·변동성 주의해야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엔테크(엔화+재테크) 열풍이 불며 거주자 엔화 예금이 역대 최대로 증가한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기습적인 금융완화 수정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뉴시스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엔테크(엔화+재테크) 열풍이 불며 거주자 엔화 예금이 역대 최대로 증가한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기습적인 금융완화 수정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엔테크(엔화+재테크) 열풍이 불며 거주자 엔화 예금이 역대 최대로 증가한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기습적인 금융완화 수정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화 환율의 불확실성은 강해졌으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BOJ는 지난달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변동 상한선인 0.5%를 초과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용인하기로 결정했다. 또 무제한 국채 매입을 위한 금리 기준은 기존 0.5%에서 1.0%로 상향했다. 사실상 장기금리 변동 상한을 1.0%까지 높인 것으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BOJ는 이번 결정에 대해 "통화정책 정상화가 아닌 금융완화 정책의 지속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출구전략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일본이 2013년부터 유지해왔던 완화적 통화정책을 마무리하고 긴축 전환을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고 있다. 미·일 금리 격차로 인해 급격히 나타난 엔화 약세와 이로 인한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일본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3% 상승해 통화당국이 목표로 제시한 2%를 웃돌았다. 통화 정책이 수정되자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오후 한 때 0.575%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가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일본의 초저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에 있는 일본의 투자자금이 회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엔화가 갑자기 오르면 완전히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지난 1990년대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기도 했다.

현재 국내 거주자 엔화 예금 잔액은 역대 최대 폭으로 늘어난 상태다. 원·엔 환율이 지난달 중 100엔당 800원대를 기록하는 등 역대급 엔저현상을 보이자 환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발표한 '2023년 6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서 일본 엔화 예금은 74억8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12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2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엔화 환전 열풍도 이어졌다. 엔화 매도액은 은행이 고객의 요구로 원화를 받고 엔화를 내준(매도) 금액이다. 지난 5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엔화 매도액은 301억6700만 엔(약 2730억 원)으로, 4월(228억3900만엔)보다 32% 증가했다.

한은은 "원·엔 환율이 900원대 초반이다 보니 환차익 기대와 일본 여행을 위해 미리 환전에 나선 수요가 늘었고, 달러와 유료화는 법인세 기준 변경으로 비과세 혜택이 늘면서 배당으로 유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엔테크 열풍이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팩트 DB
엔테크 열풍이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팩트 DB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으로 엔화 환율의 불확실성은 강해졌으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조정 이후 당분간 추가적인 정책 조정이 부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달러·엔 환율이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기는 쉽지 않다"며 "달러·엔 환율 변화의 주요 동인은 일본 내 변수보다 여전히 미국 금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BOJ의 행보가 충분히 긴축적이지 못했더라도 시장금리가 상승하며 과거 대비 긴축적인 환경이기 때문에 엔화가 다시 약해지기는 어렵다"며 "엔화는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에 가장 수혜를 받을 통화이고, 이런 점에서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강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엔 환율의 하향세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NBC 파이낸셜마켓의 데이비드 루 이사는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단기적으론 YCC 정책은 가까운 미래에 지속될 수 있어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의 하방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환율은 달러당 137∼142엔 흐름을 보인 후 연말에 135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 엔화는 현재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최근 들어 일본이 긴축 환경을 만들고는 있으나 그럼에도 엔화 저평가 기조 자체는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평가된 엔화가 금융시장 불안정을 야기하면 곤란한데 아직까지는 범위 내에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엔테크 열풍이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 엔화는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엔테크 열풍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엔화로는 수익을 올릴 수 없고 재미를 누릴 수 없으니 엔테크 인기는 금방 사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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