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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재무건전성 다시 경고등…권경훈號 '위기설' 솔솔

  • 경제 | 2023-06-07 00:00

작년 순손실 2104억 원…1년 만에 적자전환
1분기 부채↑…미청구공사비·미수금 증가
업황 침체 속 새주인·CEO… 경영 '시험대'


지난 2021년 말 권경훈 회장(작은사진)이 이끄는 큐로그룹 계열 큐캐피탈에 인수된 두산건설의 실적과 부채 비율이 최근 악화되고 있다. 서울 논현동 두산건설 본사. /두산건설
지난 2021년 말 권경훈 회장(작은사진)이 이끄는 큐로그룹 계열 큐캐피탈에 인수된 두산건설의 실적과 부채 비율이 최근 악화되고 있다. 서울 논현동 두산건설 본사. /두산건설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두산건설이 재무안정성을 회복한 지 1년여 만에 실적 급락과 부채 급증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2021년 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은 뒤,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신용도 또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실적이 쪼그라들고 부채가 늘면서 큐로그룹의 아픈 손가락이 될 위기에 처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주력 사업인 주택·토목 부문에서의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은 가운데 올해 부임 2년차를 맞는 권경훈 회장의 위기 타개책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 일각에선 두산건설 인수 전까지 건설업 실무와 운영 경험이 전무했던 그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301억 원으로 전년(833억 원)보다 63.9%(532억 원)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2104억 원으로 1년 만에 적자전환했고 이익잉여금 손실은 2670억 원에서 4815억 원으로 80.3%(2145억 원) 급증했다.

자본금이 크게 줄고 부채가 늘면서 부채비율은 치솟았다. 2021년 말까지 5554억 원이던 자본금은 1년 새 3415억 원으로 38.5%(2138억 원) 줄었다. 반면 부채는 10.6%(1387억 원) 증가한 1조4421억 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은 422%로 불어났다.

회사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건축·토목 사업에서 민·관 전부문에 걸쳐 매출이 빠진 데다 청약률 감소와 미분양 증가로 결손액이 늘어난 영향이다. 민간 토목 매출은 1년 전보다 33.0%(746억 원) 줄어든 1517억 원 이었고 관급 토목 매출은 56.2%(839억 원) 급감한 655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철근과 레미콘 매입 단가는 톤(t)당 94만6260원, 세제곱미터(㎥)당 8만300원으로 전년대비 20.7%, 13.1%씩 치솟았지만 주요 사업 전반에 걸친 공사 실적 감소로 원재료 매입 비용은 전년보다 13.7%(381억 원) 줄어든 2402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 대비 올 1분기 부채는 187억 원 증가한 1조4608억 원에 달한다. 석 달 새 미청구공사비와 미수금도 각각 58.8%(472억 원), 31.5%(73억 원) 늘었다. 미청구공사비와 미수금은 향후 발주처에서 받을 금액으로 회계상 손실이 아닌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공사비를 받지 못할 경우 이 금액은 대거 손실로 잡힐 가능성도 있어 업황 침체기의 대표적인 '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두산건설이 다시 손실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두산건설은 2021년까지 11년간 당기순손실을 지속하는 등 과거 두산그룹에서 '미운 오리' 계열사로 불릴 정도로 긴 적자 순환의 침체기를 걸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기설이 불거지자 새 주인인 큐캐피탈파트너스와 수장인 권경훈 큐로그룹 회장에게로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지난 2021년 두산건설의 최대주주가 두산중공업에서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A) 더제니스홀딩스로 바뀐 뒤, 유동성 위험이 완화되고 재무안정성이 대폭 개선된 경험도 있다.

큐캐피탈은 2021년 말 유상증자로 확보한 2500억 원으로 장기간 분양과 착공이 지연된 천안 청당·용인 삼가동 현장 관련 파이낸스 차입금을 상환한 데 이어 여타 손실 현장들도 매듭 지었다. 이에 신용평가등급(나이스신평, B- → B)이 상향됐다.

두산건설 총 매출 대부분은 아파트 건설 등 건축 부문과 토목 사업에 집중돼 있다. 두산건설 주택 브랜드 위브(We've). /두산건설
두산건설 총 매출 대부분은 아파트 건설 등 건축 부문과 토목 사업에 집중돼 있다. 두산건설 주택 브랜드 위브(We've). /두산건설

그러나 작년 초와 현재의 건설 체감 경기는 확연히 달라졌고 원가 부담이 급증한 데다 두산건설의 사업 구조가 국내 주택 건설과 토목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또 수장인 권 회장이 두산건설 인수 후 1년 가량 지휘봉을 잡은 경험 외에는 건설업계 이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업황 침체와 재무건전성 악화를 마주하고 있는 점도 대내외적인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 되는 모습이다.

모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경영은 타 산업보다 현장과 하도급, 자재 등 공정 전반에 걸친 전체 이해도가 중요하고 건축과 토목 등을 전공한 직원들이 대다수"라면서 "회사 실적이 주저앉을수록 경험이 전무한 새 오너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커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두산건설 측은 <더팩트>에 "작년 말 선임된 이정환 대표이사 사장이 주요 사업의 결정권을 쥐고 있어, 권 회장의 업계 이력과 사업 진행은 무관하다"고 했다. 또 영업손실과 부채 비중에 대해 "올 들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주요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미청구공사대금과 부채는 예정된 분양·계약 일정에 따라 차츰 해소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큐캐피탈을 계열사로 둔 큐로그룹 회장이다. 그는 2021년 두산건설 인수 후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지 않고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섰다. 국내 업계 최초로 사모펀드가 대형 건설사를 사들인 데다 사모펀드 오너가 즉시 경영에 나서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다만 작년 하반기부터 두드러진 경기 침체와 실적 하락 이후, 지난 12월 두산건설 이사회는 이정환 전략혁신실 실장(전무)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SK E&S 기획본부장과 전력사업운영본부장, DL이앤씨 경영기획·투자사업 담당을 지냈다.

한편 두산건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주택 경기가 직격탄을 맞은 2011년(제36기)부터 당기순손실로 돌아섰다. 이후 2020년(제45기) 말까지 순손실을 지속했다. 2016년부터는 손실 증가 폭을 차입금으로도 감당하지 못하게 됐고 2019년 12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두산중공업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 후 상장폐지됐다.

이후 2021년 말 최대주주가 두산중공업에서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A) 더제니스홀딩스(지분율 54%)로 변경됐다.

두산건설은 지난해에 도급 순위를 4계단 끌어올려 24위(시공평가액 1조7951억 원)에 올랐다. 이 회사의 전체 임직원 수는 1102명(3월말 기준, 정규직 679명·비정규직 423명)이다.

k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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