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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개선에도 한숨 쉬는 건설업계···왜?

  • 경제 | 2023-05-12 13:02

"걱정에 비해 실적 괜찮았다" 중론
高원가·미분양→수주회피→기성저하 가능성
"민간·공공 겹악재···2~3년 침체 대비해야"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건설사들이 지난 1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각사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건설사들이 지난 1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각사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지난해 하반기 깊은 침체에 빠졌던 건설업계가 올해 1분기 실적개선에 성공했지만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당초 우려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지만 시장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당초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이 급감하는 등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대내외적인 우려와 달리, 올 1분기 실적은 대체로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시공능력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거둔 연간 실적 상승세를 1분기에도 고스란히 이어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보다 52.4%, 88.4% 늘었다. 또 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45.5%, 1.2%씩 늘렸다.

이밖에도 GS건설은 전년 1분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47.9%, 3.7% 늘었고 지난해 내내 부침이 심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매출을 56.8% 늘리면서 영업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업황 자체가 개선된 상황은 아니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대혼돈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연쇄 도산설까지 퍼졌던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숨통이 트였지만 자재값 등 원가 고공행진에 따른 원가율 상승과 분양시장 침체, 부채 급증 등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주요 건설사들의 시공 원가율을 보면 현대건설 93.7%, DL이앤씨 89.5%, GS건설 90.1%, 대우건설 89.0% 등으로 불과 2~3년 전보다 약 10~20% 높아졌다. 철근·콘크리트·골재(모래) 등 주요 자재값이 일제히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사업장 규모가 작고 매입가 협의 면에서 불리한 중견업체들의 원가율은 이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KCC건설과 SGC이테크건설, 신세계건설 등의 지난해 원가율은 각각 97%, 94%로 치솟았다. 매출에서 원가 투입 비중을 보여주는 원가율이 오를수록 시공사 수익은 감소하는 데, 이들 중견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철근·콘크리트 등 주요 자재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시공 원가율이 크게 높아졌다. /더팩트 DB
철근·콘크리트 등 주요 자재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시공 원가율이 크게 높아졌다. /더팩트 DB

시공 원가율은 치솟았지만 '공사비의 원천'인 분양 경기 침체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에 착공과 분양을 마음 놓고 할 수 없을뿐더러 분양가마저 쉽사리 조정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국주택협회 회원사들의 1분기 분양실적 자료를 보면 전국에 걸쳐 총 1만7044가구가 분양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4만2709가구)보다 60.1%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분양된 아파트 61.8%가 순위 내 청약에서 미달 됐다. 또 주택 착공실적은 5만3666가구(국토부 통계)로 작년 1분기보다 36.2%, 최근 10년 1분기 평균치 대비 44.3% 감소했다.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PF대출 위축으로 우발 채무가 크게 늘어나는 데 비해 자본 증가 폭은 적어 부채 비중이 높아졌다. 중견 건설사는 물론 GS건설(작년 말 기준 216%)·롯데건설(265%)·SK에코플랜트(256%) 등 대기업들의 부채 비율도 위험 경고 수치인 300%에 근접해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를 지탱해 온 주택·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다 보니 착공과 분양을 일단 미루고 보자는 내부 의견이 대다수"라면서 "당기(1분기) 실적과 무관하게 수주 물량 감소에 따른 추후 기성(시공실적) 저하 등 중장기적인 매출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게 회사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상황으로 미뤄 볼 때 중장기적으로 건설사들의 실적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더팩트>에 "PF금리와 자재값 등을 감안할 때 민간 건설사들이 신사업에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고 SOC 등 공공공사 물량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면서 "과거 경험으로 미뤄볼 때 2~3년 가량 침체가 거듭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1~2년 전에 받은 수주가 차츰 실적에 반영되는 건설업 특성상 올해까지는 기존 호황기때 받아둔 물량으로 실적 유지에 큰 지장이 없겠지만 최근 수주량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 추후 매출 하락과 인력 감축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k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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