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카드 비중 18% 육박
전문가 "국내 신용카드 시장 포화 상태"
카드사 과열 고객 유치 문제 지적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1년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장롱 속에 박힌 휴면카드가 1500만 장을 돌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미 포화 상태인 카드시장에서 과열된 고객 유치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여신금융협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전업 카드회사 및 은행에서 발급된 카드 중 1년 이상 사용되지 않는 휴면 신용카드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555만5000장이었다. 총 신용카드 대비 휴면 신용카드의 비중은 17.98%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 휴면 신용카드 장수와 비중은 1464만2000장과 17.65%였으며, 이와 비교하면 각각 91만3000장과 0.33%포인트 늘어났다. 전업 카드회사 중에서는 하나카드의 휴면 신용카드 비중이 15.23%로 높은 편이었으며 △우리카드(13.75%) △KB국민카드(10.6%) △현대카드(9.63%) △삼성카드(9.38%) △신한카드(9.11%) 순을 보였다.
휴면 신용카드가 증가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과열된 고객 유치 경쟁이 꼽힌다. 카드사들은 예금과 대출 진행 시 우대금리 제공하거나 스마트폰,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내구재 구매 또는 렌탈시 높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조건을 통해 카드발급을 유도하고 있다.
캐시백·현금성 포인트를 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고객들은 신규 카드 실적 조건을 맞추기 위해 매달 일정 금액 이상 해당 카드를 사용하고, 기존 발급 카드의 사용은 뒤로 미루면서 휴면카드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현금성 혜택만 챙기고 수시로 카드사 갈아타기를 반복하는 이른바 '체리피커'도 급증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가혜택을 주는 제휴카드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평상시에 쓰던 카드에서 부가 혜택이 많이 되는 카드를 우선적으로 쓰면서 기존 카드를 잘 안 쓰는 경향이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와 고금리 등으로 경제적 여유가 줄자 꼭 필요한 신용카드만 사용하는 분위기가 휴면카드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선불카드를 합친 전체 카드의 평균 승인액은 4만3857원으로 전년 동월(4만4828원) 대비 2.2% 줄었다. 전체 카드 중 신용카드의 지난 2월 평균 승인액은 5만5267원이었으며,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했다.
휴면 신용카드는 2011년 말 3100만 장을 넘어섰으나 2015년 말에는 800만 장대까지 떨어지는 등 금융당국의 감축 정책에 힘입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카드회사의 신규 모집 비용 증가 등을 고려해 2020년 5월부터 유효 기간에 자동 해지가 되지 않도록 하면서 수가 다시 늘었다. 이와 더불어 카드사의 출혈 경쟁이 휴면카드의 증가를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내에서도 '출혈 경쟁'을 반가워하지는 않는 목소리다. 올해 들어 조달금리 급증, 연체율 관리, 대출·할부시장 축소 등 다양한 악재가 상존한 상황에 마케팅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어서다. 카드사 관계자는 "더 좋은 혜택을 위해 카드를 바꿔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비용 부담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웨이크업(Wake-up) 작업을 하면서 휴면카드를 깨우기 위한 노력은 상시적으로 하고 있다"며 "휴면카드 감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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