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SVB 파산 사태 국내 영향 제한적"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가운데 국내 은행권도 긴장 태세를 갖추고 있다. SVB 파산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서 촉발된 만큼 국내 은행들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들의 전반적인 건전성 또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SVB 파산은 미 연준의 고금리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고객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지면서 벌어졌다. SVB의 지주사인 SVB파이낸셜은 약 18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보더라도 보유한 매도가능증권 대부분을 팔겠다고 선언했으며, 발표 이틀 만에 곧바로 은행 폐쇄가 결정됐다.
이처럼 SVB 파산이 가파른 금리 인상에서 촉발된 만큼 국내 은행권도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걱정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일곱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왔다. 특히 같은 해 6월, 7월, 9월, 11월에는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 유례없는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최초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다.
다만 이번 SVB 파산 사태가 국내 은행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SVB는 벤처캐피탈과 기술 스타트업 전문은행으로서, 자금 조달과 투자가 편중돼 있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기간 동안 늘어난 유동성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지 않고 주로 대출에 활용했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243조500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107조400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8조7000억 원 감소했지만, 은행 기업대출은 지난해 12월 말 잔액 1170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4조6000억 원 불었다.
최근 은행권이 비판을 받고 있는 '이자장사'에 치중한 점이 역설적으로 금리 상승기 투자 리스크를 줄인 셈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SVB는 국내 은행의 사업모델과 판이하기 때문에 국내 은행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등 건전성을 양호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SVB와 국내 은행의 사업 모델은 다르기 때문에 SVB 사태가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긴장감은 늦추지 않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금융시스템을 재점검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말고 필요시에는 신속한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은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라면서도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계부처 및 관계기관과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별로 마련된 비상 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 원장은 "이번 사태는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최근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이고, 미국 정부 및 감독 당국이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함에 따라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 내 금융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 당분간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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