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미래 먹거리' 시장 선점 위한 경쟁 돌입
규제 불확실성 여전하다는 비판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토큰 증권'이 증권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제도권 내에서 토큰증권(ST·Security Token)을 유통·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증권사들이 '미래 먹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다양한 자산 투자가 가능해지는 등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한다는 차원에서 기대가 크지만, 규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는 내부적으로 토큰 증권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조각투자·블록체인 업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주요 증권사는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SK C&C와 토큰 증권 거래 플랫폼 구축을 준비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내 서비스 출시는 작년에 가이드라인을 고려하지 않고 계획한 일정이었다"며 "서비스 출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올해 2월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이 발표돼 방향성을 다시 잡고, 개발 방향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에이판다파트너스와 함께 제안한 블록체인 기반 금전채권 신탁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이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혁신 서비스로 지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토지신탁과 업무협약을 맺어 신탁수익증권 방식의 토큰 증권 서비스 제공을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을 의미한다. 실물증권도 전자증권도 아닌 제3 형태의 증권으로, 기존의 전자 증권은 증권사 중앙 서버에 모든 데이터가 기록·관리되는 반면 토큰 증권은 거래 장부(원장)를 참여자들이 나눠 갖는다. 기술적인 배경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같지만 실물 자산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관련 업계에서는 조각 투자 특성상 상대적으로 기관보다 개인이 많이 이용할 수 있으므로 개인 고객 수가 업계 1위인 키움증권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뮤직카우, 비브릭, 펀블, 카사, 테사 등 총 8개 기업과 협업해 증권형 토큰 유통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SK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조각 투자 플랫폼 기업과 손을 잡거나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ST를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정의해 자본시장법 규율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제도에는 블록체인 기술과 이를 활용한 비정형적인 증권에 대한 규율이 없다. 당국의 이번 가이드라인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부동산, 미술품 등 조각 투자를 제도권 안으로 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금융위는 △ST를 전자증권법상 증권발행 형태로 수용 △직접 ST를 등록·관리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신설 △투자계약증권·수익증권에 대한 '장외거래중개업' 신설 등에 나선다.
금감원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위한 TF를 꾸렸다. 원내 TF뿐 아니라 외부전문가 TF를 통해 본격적인 증권성 판단 업무 준비에 나섰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업계와 함께 간담회와 설명회를 진행하고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증권성을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제공할 예정이다. 증권성 판단 업무는 3월부터 시작한다.
증권업계에서는 토큰 증권 발행·유통의 허가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금융서비스 플랫폼 기업인 피노아는 2027년까지 증권형 토큰 시장의 시가총액이 24조 달러(약 2경95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부동산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기준 한국 부동산 공시지가 총 합계는 7155조 원이고 국내 미술시장 거래 규모는 1조400억 원까지 성장했다"며 "개인 거래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한국 주식시장 규모가 2400조 원임을 감안하면 국내에 수치화 시킬 수 있는 자산의 종류와 규모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전에는 조각투자 프로젝트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 필요해 시장이 부동산 등으로 한정됐지만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과 함께 다양한 자산들의 토큰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모든 증권 상품은 토큰 증권으로 만들 수 있는데 일반 투자자의 접근이 어려웠던 자산일수록 수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래량과 규제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토큰 증권 시장에 너무 성급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증권 판단 기준부터 모호해 규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토큰 증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장 이후 상당한 거래량이 필수적"이라며 "가격 반영 효과가 없다면 신뢰성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앞서 상업용 부동산 조각 플랫폼 기업들도 적은 거래량으로 신규 트래픽 유입이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토큰 증권도 결국 '증권'이기 때문에 정형적인 권리를 담을 수 없던 조각투자사들도 규제체계에 편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토큰 증권 시장은 기본적으로 투자계약증권·신탁수익증권의 형태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초기 시장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초기에는 실험적인 상품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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