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화재·증권 완전자회사 편입
메리츠 측 "주주환원 위한 것"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메리츠금융지주가 지난해 11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최대 주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배당금 규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메리츠 측은 이번 자회사 편입이 '주주환원'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21일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메리츠금융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은 같은 달 21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양사의 수익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 자본 배분으로 그룹 전반의 재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라며 완전 자회사 편입 배경을 설명했다.
주식 교환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주식을 메리츠금융지주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메리츠금융지주가 발행한 신주를 교환해 배정하는 방식이다. 교환비율은 금융지주 1주당 증권 0.161주, 화재 1.266주이며 기준 가격은 금융지주 2만7132원, 증권 4361원, 화재 3만4342원이다.
그동안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이 상장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메리츠금융지주만이 홀로 상장된 형태를 띤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의 합병은 각각 다음 달 1일과 4월 5일 마무리된다.
시장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주주가치를 위해 자회사 편입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며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핵심 계열사를 물적분할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카카오와 LG화학 등 기존 기업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메리츠금융지주는 올해부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쓰겠다고 공시했다. 이는 국내 상장사 주주환원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 '주주환원' 최대 수혜자는 조정호 회장?…과거 배당 논란 재조명
다만 금융권에서는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조 회장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막내아들로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해 메리츠를 이끌었다. 2012년 조 회장은 136억 원의 연봉과 배당금을 받았으며 이는 당시 메리츠금융지주 당기순이익(960억 원)의 14%가 넘는 수준이었다. 고액 논란이 불거지자 약 50억 원의 성과급을 포기하고 회장직에서 잠시 물러났다.
조 회장은 9개월 후 다시 회장직에 복귀했고 이후 메리츠금융지주는 배당 성향을 높였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가는 배당금 비율을 뜻한다. 배당 성향 극대화 전략으로 2015년 164억 원이던 조 회장의 배당금은 2020년 891억 원으로 뛰었다. 2020년 조 회장은 지분율 72.15%인 메리츠금융지주에서 870억 원을 받았으며, 이는 2020년 메리츠금융지주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1326억 원의 66%에 달한다. 2020년 3월 기준 개인 배당금 순위에서 조 회장은 자산 246조 원의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712억 원)보다 앞선 3위를 기록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1년 5월 배당 성향을 10%로 축소하고 대신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직전 3년 동안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의 배당성향이 각각 평균 66%, 35%였던 만큼 놀랍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번 메리츠화재와 증권의 자회사 편입이 발표되면서 배당성향 축소에 대한 의문점이 일부 해소되는 모양새다. 조 회장이 가져가는 배당금은 크게 줄었지만 배당 대신 택한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조 회장의 지분율 방어에 유리한 환경을 사전에 조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1년 3월 말 기준 72%였던 조 회장의 지분율은 지난해 합병 발표 시점에 76%까지 늘었다.
◆ 메리츠 "주주환원·업무 프로세스 간소화 위함…조 회장 지분 오히려 떨어져"
금융권에서는 시기적으로 지주보다 화재와 증권 계열사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있어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2021년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는 350% 폭등했으며 메리츠 화재(130%)와 메리츠 증권(40%)을 압도했다. 지주사 기업가치가 화재나 증권보다 높을수록 대가로 지급할 신주가 적게 발행된다. 지주사 주식을 덜 받게 된 자회사 주주에게는 불리한 시점이지만, 신주가 덜 발행돼야 조정호 회장의 지분율 하락도 최소화한다.
금융권에서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완전자회사 편입에 따라 메리츠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1월 22일 기준 시가총액 3조4000억 원 대비 134% 증가한 규모다. 시가총액 8조 원으로 가정하면 자회사 주주의 보유주식 가치는 33%가량 증가하는 반면 조 회장의 지분가치는 47% 오른다.
또한 올해부터 부채를 시가로 인식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의 순익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올해 3000억~4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자회사가 현재 수준의 이익을 유지한다고 가정하고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순익 증가분을 고려하면, 금융권에서는 조 회장이 받는 배당금은 올해 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이번 완전 자회사 편입은) 주주환원 차원도 있지만 저희 3사가 투자를 할 때의 업무 프로세스를 간소화, 효율화하기 위함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호 회장 지분의 경우 70%대에서 합병 후 40%대로 감소하게 된다. 다른 회사들은 일부러 물적 분할을 해서 자회사 쪼개기로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히려 지금 상장 돼 있는 회사를 폐지하고 합병하다 보니 주주들에게는 기업 가치가 여러 회사로 분산되지 않고 하나로 합쳐져 그런 차원에서 주주 환원이라고 설명을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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