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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유치 급급한 중소형사, 무리한 '高금리' ELB에 역마진 우려도

  • 경제 | 2022-12-13 13:19

다올·SK증권, 이달 8%대 ELB 금리 제시
"고금리상품은 투자자도 리스크…부도 시 원금 회수 불가"


1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증권사의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 금리 상단이 인상되고 있다. /더팩트 DB
1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증권사의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 금리 상단이 인상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증권가가 연말을 맞아 8%가 넘는 고금리 퇴직연금 상품을 앞세우는 등 경쟁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경쟁이 중소형사의 유동성 위기를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증권사, 타 업권보다 높은 금리 제시…최고 8.5%도 등장

1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이달 들어 파생결합사채(ELB) 중 약정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다올투자증권의 '원리금보장 ELB 1년' 상품(8.5%)으로 나타났다. SK증권도 '원리금보장ELB 2년'의 금리에 대해 8.20%를 제시했다.

키움증권(7.40%), 유진투자증권(7.40%), BNK투자증권(7.15%), DB금융투자(7.07%), IBK투자증권(7%)도 7%가 넘는 이율을 기록 중이다.

증권사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타 업권인 보험사, 은행, 저축은행에서 제공하는 최고 금리보다 최대 3%가량 높은 금리를 설정하고 있다. 업권별로 가장 높은 금리를 내놓은 곳은 각각 △보험사는 푸본현대생명(6.60%) △저축은행은 키움저축은행(6.56%) △은행은 수협은행(5.45%)이다.

이달 들어 증권가가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 금리 상단을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통상적인 ELB의 기대 수익률(연 2~3%)을 훌쩍 웃도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마다 연말에 금리를 높이는 것은 상품의 70~80%가량이 12월 말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현금 확보를 위한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자금 이동이 활발한 연말에 이탈 고객을 잡지 않으면 '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올해는 통상적인 수준보다 경쟁적으로 고금리 상품이 출시되는 모습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증권가는 ELB 발행을 통한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에 처하자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쉬운 ELB 발행을 늘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기존 자금조달 창구 역하를 하던 ELS(파생결합증권)가 녹인(Knock in·원금손실 발생구간)에 들어가 운용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 9월부터 ELB 발행 규모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파생결합사채(ELB) 중 약정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다올투자증권의 '원리금보장 ELB 1년' 상품(8.5%)으로 나타났다. SK증권도 '원리금보장ELB 2년'의 금리에 대해 8.20%를 제시했다. /다올투자증권 제공
이달 들어 파생결합사채(ELB) 중 약정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다올투자증권의 '원리금보장 ELB 1년' 상품(8.5%)으로 나타났다. SK증권도 '원리금보장ELB 2년'의 금리에 대해 8.20%를 제시했다. /다올투자증권 제공

◆ 올해는 중소형사들의 리그…"경쟁이 유동성으로 번진다" 우려도

올해는 증권사 중에서도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고금리 ELB 발행에 나서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PF위기에 따라 부실 위험이 높은 중소형사들이 대형사보다 자금 확보에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ELB를 통한 자금유치 경쟁 과열은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중소형사들의 금리 부담을 높인다는 것이다. ELB는 원리금보장성 상품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증권사에서 차액을 보상하게 된다.

우선 현금성 체력이 약한 중소형사의 경우 퇴직연금 자산에 포함된 채권을 매각한 뒤 현금화해 넘겨주는 과정에서 자금의 급격한 이탈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터질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자금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6~8%대의 고금리 상품을 발행할 경우 도리어 역마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보장해야하는 금리가 높아진 만큼 역마진 공포 역시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자율을 맞추려면 손실 위험도가 높으면서 수익률도 커지는 자산에 투자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고수익 유형의 채권을 편입해 운용할 시, 현재 불안정한 금리 상승기에서 불어난 채권 운용 손실이 더 커질 우려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반투자자의 위치에서도 리스크가 커질 수 있음을 조언했다. 안정형 상품이 아닌 만큼,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원금조차 얻을 수 없게 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ELB는 원금이 보장되지만 예적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증권사의 부도나 파산 시 원금도 돌려받을수 없다는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형사가 8%대 수익률을 제시하다는 건 그만큼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며, 증시 침체에 PF 위기가 커진 상황에 중소형 증권사의 부실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높을수록 리스크가 있으니 금리만을 절대적 요소로 따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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