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자금경색 여파에 중고차 시장 '휘청'
"시장 상부상조하는 데 주안점 둬야"
[더팩트|윤정원 기자] 중고차 플랫폼 업체 케이카의 실적과 주가가 고전하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볼트온(Bolt-on·유사 업종을 인수·합병(M&A), 투자 기업 가치를 상향)' 전략을 구사하고자 설립했던 케이카캐피탈도 고금리 및 자금경색 등 악화한 시장 상황에 난항을 겪으며 고민의 깊이를 더하는 추이다.
케이카는 지난 12일 등락을 거듭하다 전 거래일과 동일한 1만27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케이카는 지난해 10월 13일 유가증권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앞서 케이카의 공모가는 희망밴드(3만4300~4만32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2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IPO(기업공개) 당시 흥행에 실패한 점과 소수에 그친 기관투자가의 의무보유확약 물량, 높은 구주매출 비율 등이 시장 내 우려로 떠오른 여파다. 상장 당일 시초가 또한 공모가보다 10% 낮은 2만2500원에 형성됐다.
다만, 중고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대감이 작용하며 케이카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10일 4만32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시장 내 우려와는 별개로 향후 케이카가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해 50조 원을 형성할 것이며, 온라인 채널이 활성화 케이카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 선호 등의 호재를 등에 업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하지만 긍정적인 청사진이 무색하게도 케이카의 주가는 금세 하락세로 전환했다. 4만 원대의 기쁨을 누린 것은 이틀에 그쳤고, 이내 3만 원대로 내려왔다. 연거푸 하락곡선을 그리다 현재는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추이다.
더욱이 케이카의 실적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케이카는 2022년 3분기 잠정 경영실적(K-IFRS 재무제표 기준)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 5759억 원, 영업이익 160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3일 공시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부담 등 대외적인 경제 불안 요인의 가중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했다.
케이카는 작년만 해도 분기 평균 중고차 대당 마진이 156만 원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144만 원으로 12만 원(7.3%) 감소했다. 케이카는 올해 3분기까지 온·오프라인(경매 제외)를 통해 약 9만 대의 중고차를 판매했다. 100억 원가량 마진이 축소된 셈이다. 더욱이 반도체 수급난 완화에 따른 완성차 생산 정상화와 현대자동차·기아, 롯데렌탈 등이 중고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으로, 향후 케이카의 실적 회복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금리 또한 중고차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4~8% 수준이던 중고차 할부 금리는 최근 10%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앤컴퍼니가 케이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한 중고차 전문 금융 서비스업체 케이카캐피탈의 할부 금리 역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케이카캐피탈의 할부 금리는 12.9%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3개월 전(5.9%)과 견주면 2배 이상 뛰었다.
자동차 할부 금리는 변동 금리가 아닌 고정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향후 금리 인상에 대비해 높은 수준의 금리가 책정된다. 자동차 할부계약은 통상 2~3년에 걸쳐 장기간 갚는 형태로 이뤄져, 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당장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채권시장 경색으로 캐피탈사의 수익성과 유동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캐피탈사는 차입 부채 비중이 높은 축에 속한다.
한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여신전문금융채권의 금리 상승과 최근 채권시장 경색으로 조달비용이 크게 늘었다"면서 "자동차 할부금융의 경우 고정금리 상품이 많아 지금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손실이 크다. 캐피탈사들은 자동차 할부금융 신규 영업도 많이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케이카는 당장 자사의 실적 개선보다는 업황 분위기 반전에 더욱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케이카 관계자는 "업황이 나쁜 것은 맞다. 전체적으로 금융사가 교체되거나 나락하지 않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며 "케이카로 인해 유입되는 케이카캐피탈의 고객을 모두 운용하는 데 한계도 있는 만큼, 제2금융권 캐피탈사 세 곳과 연계를 해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최근 금리는 모두 높은 수준으로, 변별력은 없어졌다. 한도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으로, 시장이 상부상조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수는 없지만 올해 케이카는 일단 적자 없이 흑자를 내면서 운영되고 있다. 기존 보유하던 채권들 안에서 슬기롭게 운영을 해나가는 상황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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