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서 매각가 3000억 원 거론
MBK파트너스, 한미캐피탈 '먹튀' 논란 전적도
[더팩트|윤정원 기자] MG손해보험이 또다시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매각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MG손해보험 대주단이 MBK파트너스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MG손해보험이 MBK파트너스의 아픈 손가락으로 일컬어지는 홈플러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불거진다.
◆ MG손해보험 투트랙 매각 진행…MBK파트너스 유력 후보 등극
22일 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은 올해 4월 자본확충 지연 등의 이유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매각은 PEF 운용사 JC파트너스 및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MG손해보험 대주단 주도의 민간매각, 예금보험공사 주도의 공개매각 등 투트랙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주단은 매각주관사를 삼일회계법인으로 삼고 MBK파트너스, 홍콩계 투자금융그룹 SC로이 등과 매각 협상을 벌이는 중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는 삼정KMP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상태다. 매각 대상은 JC파트너스가 보유한 MG손해보험 지분 92%와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대주단의 후순위채권(약 980억 원)이다. 매각가로는 신주 유상증자를 합쳐 3000억 원가량이 거론된다.
대주단이 MBK파트너스 등과 물밑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해보험지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대주주로 있는 JC파트너스에 이어 또다시 PEF 운용사가 MG손해보험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경우 회사를 부실로 내모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 측은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실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보스턴컨설팅그룹(BGC)을 통해 MG손해보험 인수 이후 성장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MG손해보험은 최근 10년간 주인이 두 차례 바뀌었음에도 정상화에 실패했다. 지난 2012년 PEF 운용사인 자베즈파트너스가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MG손해보험을 인수, 경영난 회복하고자 했으나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MG손해보험은 또다시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2019년 현 대주주인 JC파트너스에 매각됐다. JC파트너스 역시 구원투수를 꿈꿨지만 상황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MG손해보험은 부채가 자산을 1139억 원 초과했고, 당국에 약속했던 1500억 원의 자본 확충도 이행하지 못한 상태다.
사무금융노동조합과 MG손해보험지부는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MG손해보험 사모펀드 매각 반대' 기자회견까지 열고 나섰다. 당시 노조는 "계약자보호 외면, 고용불안 야기, 단기이익 치중하는 사모펀드 매각을 결사한다. 지금까지 사모펀드 체제의 경영으로 인해 부실화된 회사를 회생할 기회마저 박탈할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진 MG손해보험 노조 지부장은 "이익에 치중하는 사모펀드는 회사 직원들은 물론 계약자들에게도 나쁠 수밖에 없다"면서 "사모펀드가 아닌 제대로 된 금융사에 매각되는 것이 반복되는 부실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영업손실 기록한 홈플러스, MG손해보험 선례 되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MBK파트너스의 경우, 앞서 인수한 기업의 경영난으로 고심한 전적이 다수 있다. 현재 진행형인 기업 중에서는 홈플러스가 대표적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10월 7조2000억 원이라는 금액을 투자해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당시 자기자본은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조성한 2조2000억 원이었고, 약 5조 원은 금융 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마련됐다. 이자비용과 차입금 상환에 허덕이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뒷전에 놓였다.
결국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홈플러스의 몸집은 계속해 쪼그라들었다. 홈플러스의 실적은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추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터졌다. 영업이익은 2016년(회계연도 2016년 3월 1일~2017년 2월 28일) 309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2384억 원 △2018년 1510억 원 △2019년 1601억 원 △2020년 933억 원 등으로 지속해 축소됐다. 지난해에는 133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홈플러스의 재무안정성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8월 홈플러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2월에도 홈플러스의 등급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변경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 또한 'A2-'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피인수된 이후 인수금융 상환에 집중한 결과, 점포 리뉴얼 등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게 집행됐다"며 "점포 노후화로 인해 우수한 입지조건에 불구하고 동사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도 홈플러스의 재무안정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8월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홈플러스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FY20/21 7351억 원에서 FY21/22 3893억 원 등으로 줄어드는 등 현금창출력이 크게 약화됐다. 이는 CAPEX(자본적지출), 임차료(리스부채 원리금 상환), 자본비용 등 경상적 자금지출에 대응하기 부족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MBK파트너스는 △한미캐피탈(現 KB캐피탈) △HK저축은행 △오렌지라이프 등 다수의 금융회사에도 투자한 바 있다. 한미은행의 자회사인 한미캐피탈의 경우 지난 2008년 MBK파트너스에 의해 인수됐다가 불과 1년 만에 우리금융지주에 매각됐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2000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올렸지만 이른바 '먹튀' 논란에도 휩싸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미캐피탈 사례는 MBK파트너스 측에서 보면 운용사 운영 능력을 입증한 첫 사례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회사의 근본적 성장을 위했다기보다는 수익 창출에만 몰두해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현재 MG손해보험은 매각 진행 과정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는 상태다. MG손해보험 관계자는 "매각 진행 상황에 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일축했다. MBK파트너스 측에서는 항간의 떠도는 소식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MG손보 매수 물밑 작업 등의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거짓된 사실이 자꾸 언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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