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먹통' 관련 질의…'문어발식 확장' 비판도
"네이버 수준 데이터센터 갖추는 것이 목표"
무료 서비스도 사례접수 후 보상
[더팩트|최문정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24일 최근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여야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24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김 센터장은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을 포함한 13여개의 주요 카카오 서비스 장애의 원인과 보상안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집중 질문을 받았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이번 화재로 인해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 복구 과정이 늦었던 점이나,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등이 미비했던 점을 근거로 들어 카카오가 외연 확장에 치중한 나머지 내실 확보에는 부족했다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김범수 센터장에 '하인리히의 법칙'(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의 경미한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법칙)을 언급하며 "(카카오에는) 서버를 분산하고 서비스를 분산하는 비상계획이 없었다"며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이 그런 재난에 대비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은 충격"이라고 짚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고는) 카카오의 이용자와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그에 걸맞는 시설투자는 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며 "주요 기능을 집중적으로 몰아넣고, 화재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운영하는 등 데이터 관리와 시설 투자에 공을 들여 온 네이버와의 비교도 이어졌다. 네이버 역시 사고가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어 지난 15일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등 일부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했지만, 16일 자정께 대부분의 서비스가 정상화됐다. 반면, 카카오는 장애 발생 후 5일 간 메일 등 주요 서비스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한 점을 들어 카카오의 자체 데이터센터 확보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데이터센터 건립은 수천 억, 수조 원까지도 예상해야 하기 때문에 카카오가 돈을 벌지 못하던 시기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구조였다"며 "수익을 내기 시작한 지난 2018년부터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서비스 중지는 사실 카카오라는 회사의 존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10년 전 데이터센터를 준비했었던 네이버나 글로벌 기업에 맞춰서 빠르게 그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서버를 이전하는 단계가 촘촘히 있는데, 그 부분이 미흡했던 점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외연 확장에만 집중한 카카오의 성장 전략 자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카카오의 개발자 도구와 데이터 등이) 제대로 분산이나 이중화가 안 된 것도 그렇고, 관리 시스템의 부재,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한 불완전 경쟁이 이뤄지다 보니 서비스 관리가 안 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카카오가 회사를 키우는 데만 급급하다보니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수칙, 데이터센터 이중화 등에 대한 부분을 게을리해 국민적인 질타를 받고 있다"며 "재난 대응에는 미흡하면서 문어발식 확장에만 몰두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김 센터장은 "카카오 초창기에는 (주요 서비스인) 카카오톡이 무료 서비스여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이에 신규 서비스를 할 때 필수적으로 다른 투자자들의 돈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회사의 계열사를 만들고, 투자받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플랫폼 비즈니스는 투자 단계가 길어서 수백억 이상 들기 떄문에 지금 쪼개기 상장 비난받는 부분은 그때의 필연적인 상황"이라며 "지금은 글로벌이나 카카오 핵심적인 사업 외에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카오 서비스가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준다"며 "창업할 때의 각오로 이번에 점검하지 않으면 카카오의 설자리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센터장은 카카오 먹통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유료 서비스는 약관 이상으로, 무료 서비스는 전례가 없지만 적극적인 피해보상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계열사별로 약관과 약관을 상회하는 기준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유료 서비스는 약관에 따라 약관 이상 보상을 지급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료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어서 피해 사례를 접수하는 대로, 정리되는 대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나 이용자 대표 단체를 포함해 협의체를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도움 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청래 위원장은 "김범수 증인은 무료 서비스 부분을 말하는데 카카오의 수익은 (무료) 가입자 수가 많기 때문"이라며 "(보상을 말할 때) 무료 서비스, 유료 서비스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지금 카카오가 이익을 얻는 구조에 반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과방위 국감은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그로 인한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한 것에 대한 질의로 채워졌다. 이날 국감 현장에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최수연 네이버 대표, 박성하 SK C&C 대표 등이 참석했다. 앞서 '일본포럼' 등으로 인해 국감 불참의사를 밝혔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8시 30분께 증인으로 참석했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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