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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에너지 심장" 최태원 강조한 '그곳' 갔더니…'넷제로' 준비 착착(영상)

  • 경제 | 2022-10-11 14:00

울산CLX, 2027년까지 5조 투자해 넷제로 앞당긴다

지난 6일 울산시 남구에 있는 SK울산콤플렉스(울산CLX)를 찾았다. 사진은 울산CLX 내 제5정유공장 전경. /울산=이성락 기자
지난 6일 울산시 남구에 있는 SK울산콤플렉스(울산CLX)를 찾았다. 사진은 울산CLX 내 제5정유공장 전경. /울산=이성락 기자

[더팩트ㅣ울산=이성락 기자] 지난 6일 오후 울산시 남구에 있는 SK울산콤플렉스(울산CLX)는 지난 60년간 대한민국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책임졌던 그 역할을 보여주듯 웅장한 자태를 뽐냈다. 특히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다시 절반 정도 되돌아올 수 있는 길이(약 60만㎞)로 알려진 파이프라인이 거미줄처럼 엮여 무거운 기계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에너지 심장'이라고 강조했던 울산CLX는 1962년 울산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특정공업지구로 지정·선포된 이후 준공된 최초의 정유공장으로, 올해 창사 6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의 탄생지다. 1964년 당시 하루 3만5000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통한 경제 자립의 기틀을 마련한 장소로 평가받는다. 현재는 여의도 3배 면적에 달하는 약 250만평 규모로,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루브리컨츠의 각종 생산시설이 포진해 있다.

최근 울산CLX가 더욱더 주목받는 이유는 미래 에너지와 관련한 사업장 내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세 가지 기술을 도입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아직 부지 선정만 이뤄져 뼈대조차 없는 허허벌판이지만, 회사는 추후 연간 폐플라스틱 약 25만톤이 처리 가능한 '탄소중립(넷제로) 시대 핵심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포함해 2027년까지 총 5조 원을 투자, 넷제로 달성을 위해 울산CLX의 체질 개선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 SK울산CLX 가보니…지난 60년간 韓 에너지 공급 선도

이날 찾은 울산CLX는 도보로 살펴보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 크기를 자랑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건 원유저장탱크로, 규모가 고척 스카이돔의 1.6배에 달한다. 가장 큰 원유탱크의 경우 지름 86m, 높이 21m로 1.8리터 생수병 약 6600만개를 담을 수 있다. 이후 버스를 통해 수십 분 동안 공장을 둘러본 결과, 빽빽하게 들어선 파이프라인과 함께 수증기가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흔한 풍경이었다. 울산CLX에는 3000여 명의 근로자가 4교대 형태로 일하고 있다.

울산CLX는 생산 규모도 남달랐다. SK에너지가 단일 공장 원유 정제 생산 능력 기준 세계 3위 규모인 하루 84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고 있는데, 이는 톨 사이즈 커피 3억8000만잔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드럼통(64만 개)으로는 울산CLX 정문에서 김포공항까지 일렬로 세울 수 있다. 이 밖에 울산CLX에서는 SK지오센트릭이 에틸렌 기준 연산 67만톤 규모 나프타분해공장(NEP)과 13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PX) 공장, 독자 개발한 고부가 폴리머 제품 넥슬렌 공장 등을 운영 중이다. SK루브리컨츠는 기유공장을 운영, 생산하는 고급 윤활기유를 전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울산CLX 내 5정유공장과 1중질유공장을 담당하는 통합조정실도 살펴봤다. 조정실은 공장의 상태를 점검하고, 이상 발생 시 조치를 취하는 곳으로, 울산CLX 내 80여 개가 흩어져 있다. 울산CLX 관계자는 "조정실은 쉽게 말해 비행기 조종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상 감지 후 현장 확인, 조치까지 5~10분이면 끝난다"며 "아무 버튼이나 누르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장 내에서 출입을 가장 엄격히 통제하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은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사진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공장 부지 현장. /이성락 기자
SK지오센트릭은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사진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공장 부지 현장. /이성락 기자

◆ 재활용 클러스터 구축 등 넷제로 달성 위해 5조 투자

다시 버스로 10여 분, 외곽 지역에는 넓은 부지가 형성돼 있었다. 그 어떤 시설물 없이 포크레인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이곳에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가 구축될 예정이다. 울산 부곡용연지구 21만5000㎡ 면적에 총 투자 비용은 1조7000억 원 수준이다. SK지오센트릭은 올해 인허가를 거쳐 내년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완공할 예정이다. 공장 가동 시 일자리 고용 효과는 약 260명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는 석유화학 중심의 에너지를 공급한 울산CLX가 '친환경 에너지·소재' 회사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 열분해 등 세계 최초로 세 가지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모두 갖출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폐플라스틱을 녹여 순수 PP 추출 △중합돼 있는 고분자를 해체시켜 원료 물질로 회구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화학 원료 투입 등의 과정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 회사는 연간 폐플라스틱 약 25만톤을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CLX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구축 투자 1조7000억 원을 포함해 2027년까지 약 5조 원을 투입, '카본 투 그린' 전략에 따라 친환경 중심의 에너지 공급사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생산 과정과 제품 등 전반적 그린화를 추진한다. 먼저 그린 사업 포트폴리오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설비 전환 신·증설에 투자한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처리시설 신설, 환경경영개선 마스터플랜 수립 등 울산CLX를 친환경 사업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SHE(안전·보건·환경)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여의도 3배 면적에 달하는 약 250만평 규모의 울산CLX에는 현재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루브리컨츠의 각종 생산시설이 포진해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여의도 3배 면적에 달하는 약 250만평 규모의 울산CLX에는 현재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루브리컨츠의 각종 생산시설이 포진해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장기적으로는 탈탄소 기조에 따른 연료 수요 구조 변화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면 휘발유, 경유 등 육상 수송용 연료는 감소하고, 친환경 항공유(SAF)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는 시기를 대비해 울산CLX는 석유제품 생산공정의 화학제품 생산공정으로의 전환, 친환경 SAF 생산을 위한 공정 신설 등을 고려한다.

이외에도 울산CLX는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 넥슬렌 공장 증설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SK지오센트릭이 독자 개발한 넥슬렌과 같은 고기능성 화학제품은 일반 화학제품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울러 울산CLX는 2030년까지 탄소 50% 감축,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월 울산CLX를 찾아 "에너지는 석유 중심에서 탈탄소, 즉 전기로 바뀔 것이며, 석유 중심의 에너지 네트워크를 잘 구축한 울산CLX는 계속해서 대한민국 에너지 심장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울산CLX는 전기, 수소, ESS 등 탈탄소 기반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충분한 역량이 있고, 앞으로 많은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5정유공장·1중질유공장을 담당하는 통합조정실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5정유공장·1중질유공장을 담당하는 통합조정실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 유재영 울산CLX 총괄 "리사이클 리딩 플랜트로 도약"

울산CLX의 탄소 감축 노력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동력 보일러 11기 중 9기의 연료를 탄소 배출이 많은 벙커씨에서 LNG로 교체하면서 지난해까지 누적 14만4000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회사는 남아있는 2기도 2023년까지 LNG로 연료를 교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 4만톤의 탄소 배출량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설비·운전을 최적화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 나가고 있다. 울산CLX는 상압증류공정(CDU)의 열전달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열교환장치·배관에 쌓이는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첨가제를 주입하거나, 열전달 효율이 좋은 열교환기와 내부식성 공기예열기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에너지 효율 향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CCS 등 실질적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CCUS 사업도 구체화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 20년간 울산CLX에서 탄소를 포집해 액체 탄산용 원료로 공급 중이며, SK이노베이션은 CCS 관련 국내외 국책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유재영 울산CLX 총괄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친환경 중심의 공정 개선, 연료전환 등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탄소 감축과 관련된 신기술도 지속해서 발굴하고 있다"며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에 에너지를 공급해온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탈탄소 에너지에 기반한 친환경 소재·리사이클 리딩 플랜트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유재영 울산CLX 총괄이 주요 사업장과 넷제로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유재영 울산CLX 총괄이 주요 사업장과 넷제로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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