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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 또는 불편' 유통기업 제품 작명 어떻게 보세요?

  • 경제 | 2022-09-06 00:00

"재미에만 치중하지 않고 소비자 마음 헤아려야"

최근 유통업계가 신제품과 이벤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극적인 작명을 해 이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소비자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위쪽부터) 맘스터치 '마이애미 프로필 사진전', 이마트24 '내 주식처럼 사르르 녹는 바닐라 버터샌드'.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최근 유통업계가 신제품과 이벤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극적인 작명을 해 이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소비자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위쪽부터) 맘스터치 '마이애미 프로필 사진전', 이마트24 '내 주식처럼 사르르 녹는 바닐라 버터샌드'.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유통 기업들이 신제품과 이벤트 등에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재미와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기획했지만 오히려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는 등 역효과를 냈다. 전문가들은 제품 기획 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과 기성세대 직원 간의 소통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깊게 헤아리는 마케팅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버거·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지난 8월 31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기획한 이벤트인 '마이애미 프로필 사진전' 행사명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애미는 '어미'의 방언으로, '어머니'의 낮춤말, 시부모가 아들에게 아내인 며느리를 이르는 말, 결혼해 자식을 둔 딸을 이르는 말 등으로 정의돼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낮춤말이자 손윗사람이 어린 사람을 부르는 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네티즌들은 "마이애미? 애미라는 표현을 이렇게 쓴다고?" "우리 엄마라고 하면 될 걸 왜 굳이 마이애미냐?" "이런 기획도 결재가 되나 보네. 누가 엄마한테 애미라고 하나. 천박한 마케팅"이라고 반응하며 날선 비판을 했다. 이에 맘스터치는 사과문을 올리고 결국 하루 만에 해당 이벤트를 조기 중단했다. 당시 맘스터치 관계자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기획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좋은 의도로 기획했다"며 "명절을 앞두고 엄마를 한번 돌아보자는 좋은 의도였는데 네이밍을 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24 역시 지난 8월 8일 출시한 '내 주식처럼 사르르 녹는 바닐라 버터샌드'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명 논란에 휩싸여 하루 만에 발주를 중단했다. 해당 제품명에 대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센스있다", "재밌다" 등 긍정적인 반응과 "주식 투자를 하는 소비자를 조롱하는 듯한 제품명이다", "개미 투자자 놀리나", "색깔 마저 (주식 하락을 의미하는) 파란색이다" 등의 비판적인 반응으로 나뉘었다. 해당 제품은 이마트24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MZ세대 직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딜리셔스 탐험대'가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상품의 특징을 알리기 위한 상품명에 불편함을 느끼시는 고객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상품은 즉시 발주금지 조치 후 패키지를 변경 중에 있으며, 향후 상품 작명 시 고객 입장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작명에서 욕설이 연상돼 소비자들의 지적이 잇따르는 경우도 있었다. 맥심은 지난 6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조나단 슈프림골드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영상에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예능인 조나단이 모델로 나와 슈프림골드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했다. 해당 레시피로 만든 커피는 조나단의 이름을 딴 '조나 단 커피' '조나 부드러운 커피' '조나 진한' 커피 등으로 소개됐다. 이에 소비자들은 "재미있다"는 반응과 "조나단의 이름 '조나'에서 욕설이 연상돼 불편하다", "어린이들이 이런 행사명을 접해도 괜찮을지 걱정된다"는 반응으로 엇갈렸다.

맥심이 지난 6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한 '조나단 슈프림골드 이벤트'.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맥심이 지난 6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한 '조나단 슈프림골드 이벤트'.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유통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잇따른 자극적인 작명 논란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소비자의 이목을 끌려는 과도한 마케팅을 벌이며 사회적 수용 여부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상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상품 차별화가 어려운 가운데, 상품을 판매하려면 눈에 띄는 마케팅이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인식 때문에 다소 과감한 마케팅에 나서다가 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든 이슈화시켜야 한다는 생각(강박관념)과 재미만을 부각할 경우 사회적 수용 여부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가 있다"며 "상품 네이밍이 이색적이면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어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품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여기에 재미가 가미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제품 기획 시 MZ세대 직원들과 기성세대 직원 간의 소통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깊게 헤아리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고 물가도 오르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감정 상태가 편안하지 않다"며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하면서 제품 작명을 할 때 소비자들이 (심적으로) 해당 제품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부정적 의견과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에 대부분의 많은 기업에서 MZ세대를 고용해 역할을 주면서 상품 기획도 하고 홍보도 하도록 맡기고 있다"며 "재미에만 치중해 사려 깊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부분이 부족하다. 기성세대들의 피드백이 '꼰대'(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 취급을 받지 않고 경험이나 노하우 등을 MZ세대에게 전수해 조화로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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