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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최태원 '35년 집념'…SK 코로나 백신 국산화 성공 결실

  • 경제 | 2022-06-30 06:00

사업보국 신념으로 바이오 사업 시작…결과물은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개발

SK그룹이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은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SK바이오팜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방문해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 등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SK그룹 제공
SK그룹이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은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SK바이오팜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방문해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 등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SK그룹 제공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K 바이오'의 새 역사를 썼다.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지 35년 만에 이러한 성과를 내는 한국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바이오 주권을 확보, 사업보국을 하겠다"며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집념이 꼽힌다.

30일 SK그룹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날(29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해 제조 판매 품목 허가를 신청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에 대해 임상시험 최종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 허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 SK 바이오 씨앗 뿌린 최종현 선대회장

SK는 1980년대 주력 사업인 섬유산업을 대체할 성장 동력을 고민하던 중 바이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섬유를 만들 때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식이 제약품 제조 방식과 유사하고, 때마침 해외 섬유기업도 생명과학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흐름을 감안해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서울대와 미국에서 화학을 공부했던 최종현 선대회장의 이력도 한몫했다.

바이오를 목표로 잡았지만 실제 사업화는 쉽지 않았다. 당시 제약 업계는 다국적 기업의 신약을 수입해 단순 가공·포장하거나 복제 판매하는 수준이었다. SK와 같은 대기업이 제약 분야에 진출하자 경쟁업체들은 소위 '중소업종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대기업이 참여했으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SK 목표는 우리 상표가 붙은 세계적 신약을 만드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반발을 무마시킨 뒤 신약 개발에 집중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7년 선경인더스트리 산하에 생명과학연구실을 설립한 뒤 합성신약, 천연물신약, 제제, 바이오 등 4개 분야로 나눠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실은 1989년 연구소로 확대된 뒤 위암치료 신약을 1호 과제로 삼고 10년 연구한 끝에 1999년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인 '선플라'를 개발했다.

'선플라'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 신약으로 한국 근대의약이 시작된 지 약 100년 만에 대한민국을 신약 주권을 가진 국가로 만들었다. 신약은 화합물을 합성해 기존에 없던 약을 제조한 것으로, SK는 10년 연구에 당시로선 81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입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미국 뉴저지와 대덕에도 연구소를 설립한 뒤 1993년 글로벌 신약 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P프로젝트'를 시작했다. Pharmaceutical(제약)의 첫음절을 딴 이 프로젝트는 현재 SK바이오팜의 출발점이 됐다. 앞서 선경인더스트리에 설립된 생명과학연구소는 바이오와 백신, 제제 분야로 특화된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의 모태가 됐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최종현 선대회장은 "바이오 주권을 확보, 사업보국을 하겠다"며 지난 1987년 바이오 사업을 시작했다. /SK그룹 제공

◆ '신약 개발' 바통 이어받은 최태원 회장

선대회장이 남긴 바이오 사업 DNA는 최태원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이어받았다. 업계에서는 이후 SK 바이오 사업이 한 단계 더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플라' 이후 SK는 2001년 국내 1호 천연물 신약 '조인스'(관절염 치료제), 2007년 신약 '엠빅스'(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국내 35개 합성신약 중 2개를 보유한 기업이 됐다.

코로나19 백신 국산화로 주목을 끈 SK의 백신 기술은 최창원 부회장이 가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6년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프리미엄 백신 개발을 위한 스카이박스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경북 안동에 백신 공장을 설립하면서 백신 연구를 이끈 결과 2016년 세계 최초로 세포를 배양,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을 개발해냈다. 세포배양 기술은 유정란 백신에 비해 생산 기간이 짧고 효율이 우수해 독감 대유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바이오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최창원 부회장은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하고 'K 백신' 노하우를 고도화시켜 나갔다. 빌&멜린다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36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한 것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력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최창원 부회장이 백신에 집중했다면 최태원 회장은 신약 개발에 주력했다. 최태원 회장은 SK바이오팜을 설립, 2019년 수면장애 신약 '수노사'와 뇌전증신약 '엑스코프리' 등 신약 2개를 개발, 미 FDA 승인을 받아냈다. 국내 기업 중 신약후보 물질 발굴과 임상, 미 FDA 승인, 마케팅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신약을 보유한 기업은 SK가 유일하다.

SK그룹은 바이오 관련 분야에 향후 5년간 최소 6조 원 이상 투자를 단행하며 경쟁력을 더욱더 강화할 방침이다. 사진은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그룹은 바이오 관련 분야에 향후 5년간 최소 6조 원 이상 투자를 단행하며 경쟁력을 더욱더 강화할 방침이다. 사진은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 SK 바이오 사업, 국가 성장 동력으로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 등 사촌 형제는 SK와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 동력원으로 바이오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2002년 "바이오 사업을 육성해 2030년 이후에는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하자, SK는 바이오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SK팜테코 등을 설립했다. 이들 기업은 각각 신약과 백신, 제제, 의약품 위탁생산을 주력으로 하면서 SK가 가장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4개 기업 매출은 2019년 9532억 원에서 2021년 2조4022억 원으로 증가, 반도체와 배터리에 이어 SK의 든든한 성장 버팀목이 됐다. 의약품 위탁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SK팜테코의 경우 매출이 5554억 원에서 9486억 원으로 증가하는 등 SK 바이오 사업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의 바이오 시장을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K 바이오' 위상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최태원 회장은 2017년 글로벌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과 2018년 미국의 위탁개발·생산업체 앰팩을 인수했다. 국내 세종시에 있는 공장을 포함하면 한국과 미국, 유럽에 바이오 생산기지를 갖춘 유일한 기업인 셈이다. 또 최태원 회장은 해외 생산시설을 통합 관리하고 신약의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할 SK팜테코를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하는 등 미국 시장도 공략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CBM에 투자, 세포·유전자치료제까지 생산하는 기업으로 외형을 확장했다. 특히 이포스케시에 대한 투자는 프랑스 정부가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최태원 회장에게 양국 경제 협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할 정도로 경제 외교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외에도 SK는 인공지능을 활용, 단백질을 분해해 신약을 개발한 로이반트 사이언스에 투자하고 중국에 중추신경계 제약사인 이그니스를 설립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울러 SK는 바이오 관련 분야에 향후 5년간 최소 6조 원 이상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에 향후 SK발 'K 바이오' 스토리는 더 많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SK의 바이오 역사는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 바이오 연구진들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면서 이뤄낸 성과"라며 "과감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해 'K 바이오'의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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