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전일 대비 3.72% 하락 마감
[더팩트|윤정원 기자] 전기요금 인상 소식에도 한국전력 주가가 고전하고 있다. 적자 폭이 워낙 커 전기요금 인상 효과는 미미하다는 관측이다. 다수 투자자들은 탈원전을 고수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내세우기도 한다.
28일 한국전력은 전 거래일(2만2850원) 대비 3.72%(850원) 하락한 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2만2700원으로 문을 연 한국전력은 줄곧 하락세를 거듭했다. 정오 직후에는 2만175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주가 상승효과가 단 하루에 그친 셈이다. 한국전력은 전날에는 전 거래일 대비 5.39%(1150원)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잠시나마 들뜨게 했다.
◆ 한전 적자 눈덩이…전기요금 인상 효과 미미
지난 27일 한국전력은 오는 7월 1일부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분기당 3원으로 정해져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폭을 연간 최대 조정 폭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전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유, 가스, 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을 반영해 분기마다 책정한다. 지난해 7월 기준 가구 평균 전력 사용량이 256kWh였던 만큼 약 1280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월평균 307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는 1535원가량이 인상된다.
이번 요금 인상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이번 연동제 제도개선 및 3·4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조정은 높은 물가상승 등 엄중한 상황에도 국제연료가격 급등으로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데 따른 것"이라며 "한전 재무여건이 악화되는 여건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그룹사와 합동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매각 가능한 자산을 최대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7조7869억 원의 적자를 낸 상태다. 지난해 전체 적자액(5조8601억 원)보다도 약 2조 원 많은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추정한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평균 23조1397억 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연간 적자 규모가 30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불거진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전의 적자는 계속해 불어나는 추이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유연탄의 일종인 뉴캐슬탄은 ㎾h 당 403.6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0%(139.1원) 폭등했다. 두바이유 또한 106.8원으로 지난해 대비 54%(69.4원) 올랐다. 이에 따라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전력도매가격으로 활용되는 전력계통한계가격(SMP)은 2020년 평균 68.9원에서 지난해 94.3원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202.1원까지 뛰었다.
◆ 원가 반영 인상분 33.6원…문재인 정부 비난까지
금번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기록적인 적자를 한동안 메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통상 조정단가가 1원 인상되면 한전의 연간 수입은 5300억 원 정도 늘어난다. 이번에 인상된 5원이 오는 12월까지 6개월간 적용된다고 해도 1조3250억 원 정도의 수입밖에 생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의 원가 반영 인상분 33.6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까지 연료비 관련으로 발생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33.6원/kWh 수준으로 이번에 인상된 5원/kWh 대비 6배 이상 높다"면서 "한전이 적자규모 축소 노력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으나 가까운 시일 내 전기요금 큰 폭 인상 또는 전기요금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더 이상 전기요금을 올릴 수도 없어 유의미한 수준의 적자 해소는 힘들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전의 암울한 전망이 계속되며 투자자들은 토로 일색이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을 택했던 것이 악수(惡手)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주가가 반토막도 더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 한전은 월급 넣어 놓고 배당 받는 초우량기업이었다. 그런데 문 정부에서 태양광, 한전공대 등에 돈을 뿌리는 등 공기업 돈으로 생색내며 적자사업을 이어왔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한 해 전인 2016년 5월만 해도 한전의 주가는 6만3700원까지도 뛴 바 있다.
한전 경영진에 대한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정승일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고, 1직급 이상 주요 간부들도 성과급을 50% 반납한다고 했음에도 정부의 권고에 따른 결정인 데다 본질적인 해결책이란 아니란 이유에서다. 온라인 종목 토론실에서 한 투자자는 "경영난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자발적으로 성과급 반납을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때늦은 변명"이라고 일갈했다.
한전은 자금 조달을 위해 4월 누적 기준 13조 원의 사채를 발행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채권 발행 한계치에 도달한 상태다.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는 현 세대가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한다. 한 투자자는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찔끔 인상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사상 최대 매출에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원자재값이 올라가도 반영도 못하는 기업구조를 하루 빨리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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