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고도화…2027년까지 7000억 원 규모 투입
[더팩트|한예주 기자] 한국이 독자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 독립'으로 한 발짝 다가섰다. 누리호의 발사 성공은 한국의 우주 기술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과정이자 한국이 우주 탐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신호탄이다.
누리호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4회의 반복 발사로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발사체 기술의 민간 기업 이전으로 우주발사체 체계종합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 대한민국 우주기술 독립 30년 역사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우주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발전 속도는 느렸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다른 산업과 달리 선진국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과 러시아, 유럽 주요국 등 우주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의 우주 개발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은 우주 개발에 매년 수백억 달러를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한국의 우주 개발 예산은 연간 수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우주 개발과 연계된 항공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 10대 경제대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우주 분야에서는 후진국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와 통신 등 항공우주 산업을 지원할 관련 기술은 많은데 이런 강점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안보 측면에서 한국이 자체 개발한 발사체를 가지는 것은 필수적이다. 위성 발사는 단순한 화물 운수의 영역이 아닌, 위성의 구체적인 크기·중량·성능 등 민감한 정보가 발사체 운용사와 공유되는 비즈니스다. 2020년 발사된 재해 관측용 위성 '아리랑 6호' 같은 상업용 인공위성은 해외 발사체에 실려도 상관없지만,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군사용 위성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가급적이면 국내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ESA 가입국은 유럽 공동으로 제작한 로켓을 사용하고, 미국 또한 군용 위성은 반드시 자국제 위성으로 쏘아 올린다. 이제는 한국도 다른 나라에 기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군용 위성을 발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누리호 개발은 향후 한국 우주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작업이다. 이번 누리호 제조에는 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중공업 등 민간 기업 300여 곳이 참여했다. 이들이 누리호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 설계 노하우, 숙련 인력들은 훗날 한국 민간이 새로운 발사체를 디자인하고 제조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스페이스X를 포함해 세계 최대의 발사체 사업을 보유한 미국도 과거 우주 사업의 태동기 때는 정부 주도로 산업을 키웠다. 지난해 기준 연간 예산만 233억 달러(약 30조 원)를 차지한 미 항공우주국(NASA)이 앞장서 로켓을 설계하고 신기술을 개발한 뒤, 민간 기업들이 후속 사업을 통해 상업용 발사체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 2027년까지 4차례 추가발사…누리호 고도화로 '달'까지
이제 한국은 외국의 발사체를 이용하지 않고 우리 힘으로 위성을 쏘아올릴 능력을 갖추게 됐다. 주도적으로 다양한 우주 개발사업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 과제는 신뢰성 확보다. 누리호는 신뢰성 확보를 위한 4차례의 추가 발사가 예정돼있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4회의 반복 발사로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발사체 기술의 민간 기업 이전으로 우주발사체 체계종합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누리호의 세 번째 발사는 내년 중으로 예정돼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누리호를 반복 발사하면서 발사체의 신뢰성을 높이고 우주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약 6873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미 내년에 발사될 누리호 비행모델 3호(FM3)는 현재 단별 조립이 진행 중이다.
세 번째 누리호부터는 성능 검증 위성이 아닌 실제 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한다. 누리호 3호에는 '차세대 소형위성(NEXTSat) 2호'가 실린다. 저궤도 과학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은 2012년부터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주도로 경량화·모듈화를 거쳐 한국이 독자 개발한 국내 최초의 표준 소형위성이다.
누리호가 쏘아 올릴 150㎏급 차세대 소형위성 2호에는 지구 관측에 용이한 X대역 영상레이다 등 과학장비가 탑재된다. 앞서 개발된 100㎏급 차세대 소형위성 1호는 2018년 말 미국 우주 개발 기업인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2024년에 발사될 네 번째 누리호에는 500㎏급 지상 관측 위성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50㎏ 이하의 '초소형 위성 1호'가 탑재된다. 정부는 초소형 위성 1호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6세대(G) 통신망 구축, 우주전파 환경 관측 등에 활용할 초소형위성 100기를 산업체 주도로 개발할 계획이다.
초소형위성 2·3·4·5·6호는 2026년 다섯 번째 누리호 비행모델에 실려 발사되고, 이어 2027년에는 초소형위성 7·8·9·10·11호가 마지막 누리호인 누리호 6호에 실려 우주로 올라간다.
누리호는 한 번에 1.5t을 지구 저궤도까지 실어나를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위성들을 싣고도 남는 공간은 해외 위성에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누리호 발사는 6호로 마무리되지만, 누리호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은 향후 대형·소형 발사체 개발에 활용된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만든 75t급 액체엔진은 향후 성능 개선과 클러스터링(여러 개의 엔진을 묶는 것)을 통해 대형·소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부터는 모든 국내 중소형 위성 발사 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하는 한국형 차세대 발사체 역시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의 노하우가 반영된다. 누리호보다 더 먼 우주로 향할 차세대 발사체는 액체산소·케로신(등유) 기반 2단형 발사체로 개발된다. 1단 엔진에는 100t급 다단연소사이클 방식 액체엔진 5기를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과 함께 재점화, 추력 조절 등 재사용 발사체 기반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2단 엔진은 10t급 다단연소사이클 방식 액체엔진 2기로 구성된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은 지구궤도 위성뿐만 아니라 달이나 화성 등에 대한 독자적 우주탐사 능력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차세대 발사체의 첫 임무는 2031년 달에 달 착륙선을 보내는 것이다. 이 사업에 2023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1조9330억 원이 투입된다.
계획이 실현되도록 정부는 우주 기술과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아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8월에는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이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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