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미지트리플에듀 내달 입주…문화재청 총리실에 조정 신청
[더팩트|이민주 기자] 일명 '왕릉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시공사와 문화재청 간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왕릉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가운데 예미지트리플에듀가 내달 입주 준비를 시작하자 문화재청이 강력 반발하며 준공을 늦춰달라는 내용의 행정 조정신청을 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최근 국무총리실 소속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왕릉 아파트 관련 행정조정을 신청했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사무를 처리하며 의견이 다를 경우 이를 협의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아파트 입주를 유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문화재청은 이에 앞서 인청광역시와 서구청에 '사용검사 허가'를 유보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인천 서구청은 '주택법에 따라 절차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왕릉 아파트'는 대방건설의 '디에트르 에듀포레힐'과 금성백조 '예미지트리플에듀', 대광건영 '대광로제비앙'을 부르는 말이다. 대방건설은 경기 김포시 장릉 인근에 20층 높이의 1417가구, 금성백조는 25층 1249가구, 대광건영은 20층 735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고 있다.
문화재청은 왕릉 아파트 건설사가 허가도 없이 김포 장릉 정남 쪽의 계양산을 가리는 형태로 아파트를 짓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포 장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로, 인조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혀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반경 500m 내에 20m 이상 건물을 지으려면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3개 시공사는 문화재 반경 내에 건물을 지으면서도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지 않고 공사에 들어갔다. 아파트 공사 전에는 김포 장릉에서 정남 쪽으로 계양산이 보였는데 지금은 아파트 단지에 가려져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시공사는 행정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대방건설·금성백조·대광건영은 지난 2014년 인천도시공사와 서구청으로부터 현상변경 허가를 받고 토지를 매입했다.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아파트는 어느덧 완공을 코앞에 뒀다. 각 아파트 공정률은 예미지트리플에듀 94%, 대광로제비앙 99%, 디에트르에듀포레힐 77%다. 현재 이들 아파트는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이다.
왕릉 아파트 시공사는 지난해 12월 공사를 재개했다. 이들은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에 따라 지난해 9월 30일부터 12월 9일까지 공사를 중단한 바 있다. 법원은 입주민들의 피해를 고려해 시공사가 낸 공사 정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입주 예정일은 예미지트리플에듀가 6월로 가장 빠르고 대광로제비앙은 7월 디에트르에듀포레힐은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입주 전 마지막 관문은 지방자치단체의 '사용 검사'다. 사용 검사는 준공을 마친 뒤 아파트에 입주해 거주해도 문제가 없는지를 지자체가 점검하는 절차다. 승인이 나면 입주를 진행할 수 있다.
시공사는 입주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입주가 지연될 경우 손실보전, 지연 보상금 등의 비용도 떠안아야 한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공사는 현재 문제없이 추진되고 있고 저희 입장에서는 미룰 이유가 없어서 입주도 예정대로 진행하려 한다"며 "입주 전에 (공사 중지 명령과 관련한) 대법원판결이 나올 예정이어서 이를 기다리고 있다. 입주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성백조 측은 예정 기간에 맞춰 완공이 가능하며 입주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성백조 측은 "입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분양 일정 등) 변동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입주 전 마지막 변수는 '법원 판단'이지만 업계에서는 내달 입주 전까지 판단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문화재청이 제기한 공사중지 명령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이며, 3개 건설사가 각각 문화재청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중지명령처분 취소 행정소송은 기일이 계속 연기되다가 지난달에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했다.
첫 재판은 지난달 8일 열렸으며 그 이후에도 진척은 없는 상태다. 각 재판부가 대법원의 집행정지 결론을 기다려 본안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종 결론까지는 수 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기에 입주민들이 반발할 경우 법정공방은 무기한 길어질 수 있다. 실제 왕릉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김포 장릉 피해 입주 예정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집회를 여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입주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법원이)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고려해 공사 재개를 결정했고 이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법원 판단까지 나와야 그 결과에 따라 문화재보호법 위반 여부나 아파트 철거 등이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재청이 승소하더라도 문제다. 이미 입주가 이뤄진 상태에서 아파트 주민들을 강제퇴거시키는 작업은 어려울 것"이라며 "완공 전에 시공사와 문화재청 간 협의가 이뤄졌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 역시 관계자는 "소송 중이라고 해서 입주를 못 하라는 규제는 없고,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릴수도 있다"며 "업계에서는 앞선 법원 판단을 근거로 대법원판결도 시공사에 유리한 쪽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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