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일 경계 허무는 '빅블러 현상' 가속화
[더팩트ㅣ이선영 인턴기자]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가벼운 스포츠웨어라는 뜻을 가진 '애슬레저룩'이 편안함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넘+Z세대, 1980~2000대생)를 포함한 현대인에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SNS에서는 '#애슬레저룩'이라는 키워드로 13만 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핫한 아이템으로 인기다. 패션 기업들은 출근복으로 활용가능한 레깅스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근무 복장으로는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애슬레저 기업들은 최근 국내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6801억 원이었던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7620억 원으로 12% 성장했다. 레깅스 브랜드 '젝시믹스'를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727억 원, 영업이익 10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와 비교해 매출액은 24.7%, 영업이익은 35% 각각 증가한 것이다. 2019년 640억 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안다르의 지난해 매출액도 전년 대비 51% 급성장한 1144억 원을 기록했다.
성장에 힘입어 국내 애슬레저 기업들은 출근복으로 활용 가능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해 관련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젝시믹스는 지난해 웍슬레저 레깅스 '블랙라벨 시그니처 360N 부츠컷 팬츠'를 출시했다. 일(워크, Work)과 휴식(레저, Leisure)의 경계가 허물어진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웍슬레저' 레깅스를 콘셉트로 했다. 힙라인을 살짝 덮는 길이의 스웨터나 셔츠를 함께 코디하면 활동적이면서도 깔끔한 오피스룩을 연출할 수 있으며, 후드, 집업자켓, 티셔츠 등을 매칭하면 홈웨어, 캠핑웨어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상에서 레깅스, 브라탑 등이 일상복이 되기 시작했다"며 "그러면서 점점 애슬레저 라인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초기에는 레깅스 판매량 비중이 가장 컸는데 점점 부츠컷 팬츠, 조거 팬츠와 같은 제품들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력 타겟층은 2030세대인데 애슬레저 카테고리가 확대되고 강화되면서 40대나 50대도 많이 구매한다"며 "연령층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안다르는 지난달 29일 '에어스트 맨즈 아이스 슬림핏 슬랙스'가 4월 자사 맨즈 라인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안다르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이른 무더위에 냉감 소재가 적용된 비즈니스룩을 찾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안다르 관계자는 "기온이 높아지면서 냉감 기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오피스룩은 물론 데이트룩 등으로 활용도가 높은 '에어스트 맨즈 아이스 슬림핏 슬랙스'가 남성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나다 레깅스 브랜드 룰루레몬은 국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주요 점포에 1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룰루레몬은 레깅스 한 벌에 10만 원이 넘는 고가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레깅스 계의 샤넬'로 불리며 진출 첫해 청담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내면서 강남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룰루레몬은 오는 7월 서울 한남동에 첫 단독 매장을 연다.
애슬레저룩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출근복으로 허용이 가능하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운동복으로만 입어야 한다는 의견들과 일상복 형태로 변형된다 해도 쳐다보기 민망하다는 의견들이 있는가 하면, 패션 중의 하나로 취급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동차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스타트업 회사나 IT 관련 회사에서 출근복을 자유롭게 입도록 허용하는 경우를 봤다. 패션, 디자인 관련 종사자가 입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까"라면서도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교육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2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수업할 때는 운동복을 착용하지만 중요한 발표가 있거나 미팅에 나갈 때는 단정한 차림으로 갈아입고 가게 된다"며 "레깅스를 입고 출근해도 되는 문화로 바뀐다면 편하게 입고 일하고 싶다"고 했다.
네이버 아이디 'mira****'는 "제발 입고 돌아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운동할 때만 입어달라"고 했으며 네이버 아이디 'bria****'는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건 괜찮은데 가릴 데는 가리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반응했다. 반면 'sang****'는 "입는 것도 자유"라고 했고, 'tadp****'는 "우리나라 드레스 코드 문화가 덜 발달했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와 같은 현상을 "스포츠와 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옛날에 미니스커트가 처음 나왔을 때도 사람들이 신기해했지만 지금은 패션 중의 하나"라며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사람도 요즘은 보기 드물게 된 것처럼 MZ세대가 주도하는 미래에는 애슬레저룩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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