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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박기' 논란 정기환 한국마사회장, '리더십 시험대' 왜

  • 경제 | 2022-05-03 00:00

마필관리사 투쟁위원회 오는 14∼15일 총파업 예고

마필관리사들이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 2월 한국마사회 수장에 오른 정기환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2월 16일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에서 열린 제38대 한국마사회장 취임식에서 정기환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마필관리사들이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 2월 한국마사회 수장에 오른 정기환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2월 16일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에서 열린 제38대 한국마사회장 취임식에서 정기환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전국마필관리사 투쟁위원회가 마필관리사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최근 한국마사회 수장에 오른 정기환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낙하산·알박기' 인사라는 지적을 받는 정기환 회장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한국마사회의 경영 정상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파업 문제를 풀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경마장의 핵심 인력인 마필관리사들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한국마사회의 경마장 정상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국마사회는 이제 막 경마장 운영을 재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경마장 입장이 제한됐다. 지난해 11월 제한적으로 입장이 허용됐으며 지난달부터 현장에서 입장권 구매 후 경마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 2020년 4368억, 지난해 3480억 등 2년간 7848억 원 적자

한국마사회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한국마사회는 2020년 4368억 원, 지난해 3480억 원 등 2년간 784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월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선임된 정기환 회장은 상생적 경마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생명·안전 최우선의 경마 현장 조성,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전환, 말 산업 저변 확산, 마사회 조직 구조 변화 등 혁신안을 발표하며 한국마사회의 위기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파업은 갈 길 바쁜 한국마사회에 제동이 걸릴 위기다. 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부산지부, 한국노총 서울·제주지부 소속 마필관리사로 구성된 전국마필관리사 투쟁위원회는 오는 14∼15일 총파업에 들어간다.

이들은 합당한 임금과 처우 보장을 한국마사회와 조교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 지역 마필관리사는 서울보다 연봉이 1인당 2300만 원가량 낮지만 업무 강도는 높다"고 주장하면서 파업을 결의했다. 부산 지역 마필관리사는 280여 명이다.

마필관리사는 어린 말들을 경주마로 키우고 경주에 나설 때까지 모든 일에 관여한다. 구체적으로 경주마 훈련을 비롯해 먹이, 건강 상태, 말발굽, 마방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또 경마공원에서 펼쳐지는 경주에서는 마주나 조교사를 대신해 출마 등록도 마필관리사의 손을 거친다.

경마 산업은 다소 복잡하게 얽혀있다. 과거 한국마사회가 모든 말을 소유하면서 운영해 왔지만 1993년부터 분업화가 시작됐다. 현재 마주와 기수, 조교사, 마필관리사 등이 위탁, 고용 관계를 이룬다. 마필관리사는 조교사협회와 고용 계약을 맺고 있다.

전국마필관리사 투쟁위원회는 오는 14∼1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더팩트 DB
전국마필관리사 투쟁위원회는 오는 14∼1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더팩트 DB

마필관리사 노조의 요구는 임금 인상이다. 하지만 한국마사회는 마필관리사들이 조교사협회와 고용 관계를 맺고 있어 직접 나설 수 없다고 거리를 둔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마필관리사는 한국마사회와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조교사협회와 풀어야 한다"라며 "다만, 한국마사회도 중재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는 노조가 주장한 임금 차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서울과 부산 마필관리자의 근속연수가 동일할 경우 부산 마필관리자들의 연봉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 '알박기 인사' 논란 정기환 회장…마사회 "절차대로 선임"

한국마사회는 마필관리사 노조의 요구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하지만,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된다. 최근 한국마사회의 수장에 오른 정기환 회장의 첫 번째 위기이자 시험대가 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현 정부 말기 공공기관, 공기업 등에 '알박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마사회에서는 정기환 회장이 꼽히고 있다. 정기환 회장은 2017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문재인 정부 들어 신설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정기환 회장은 한국마사회 상임감사위원을 지냈으며, 절차대로 회장에 선임됐다"고 말했다. 다만 낙하산·알박기 논란의 꼬리표는 정 회장이 오는 2025년 2월까지 임기 완주에 걸릴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정기환 회장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번 문제를 매끄럽게 푸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상생과 협력의 자세로 말과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가자"라고 강조했다. 정기환 회장이 노조와 상생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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