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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엔지켐 평가손실 170억 대…지분 매도도 '사면초가'

  • 경제 | 2022-04-28 00:00

엔지켐 주가 2만2000원대…인수가 대비 손실 '큰 폭'

엔지켐생명과학 27일 종가 기준(2만2000원)으로 KB증권의 보유 지분(261만6714주)에 따른 평가손실은 현재 173억2264만 원이다. /더팩트 DB
엔지켐생명과학 27일 종가 기준(2만2000원)으로 KB증권의 보유 지분(261만6714주)에 따른 평가손실은 현재 173억2264만 원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엔지켐생명과학 주가가 속수무책으로 빠지며 KB증권 지분에 대한 평가 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 '황금낙하산' 규정 등 지분 매도가 까다로워진 환경에 놓이면서 KB증권이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 '악화일로' 걷는 엔지켐 주가…평가손실 170억 원대로 불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엔지켐생명과학은 전일 대비 0.45% 내린 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2만1450원에 시작하며 장중 2만1300원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 30일 종가 기준 11만4794원을 가리켰지만 1년 동안 꾸준히 내리면서 현재는 2만2000원대까지 주가가 내려앉았다.

엔지켐생명과학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KB증권이 지닌 지분에 따른 손실 규모도 커지는 상황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의 27일 주가(종가기준 2만2000원)로 계산한 KB증권의 지분 보유(261만6714주)에 따른 평가손실은 현재 173억2264만 원이다. 실권주 인수 시 유상증자 가격 대비 10% 할인된 가격(2만8620원)으로 인수했지만 여기서 더 손해를 보고 있다. 일주일 전인 지난 21일 평가손실이 135억 원가량이었지만 엔지켐 주가가 하락하며 손실폭이 불어나는 모습이다.

올 들어 내내 내리막길을 걷던 주가는 엔지켐생명과학이 유상증자 청약 흥행에 실패하고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한 이후 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 1일에는 주력 파이프라인인 'EC-18'의 임상 2상 시험을 자진 중단한다고 밝히며 악재가 더해졌다.

특히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리스크는 최근 엔지켐생명과학 주가 하락에 부채질하는 요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기존 대주주보다 지분율을 낮추라는 권고에 나서자 KB증권이 추가적인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예상이 나온다.

◆ 금산분리법·지분법 피했지만 더 팔아야…향후 실적에 '발목'

앞서 KB증권은 지난달 2일 유상증자 실권주 380만9958주를 주당 2만8620원에 사들이며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27.97%를 보유하게 됐다.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 주관사를 맡은 뒤 청약 부진으로 인해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하자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이 이를 모두 인수한 것이다. 당시 유상증자 530만 주 중 71.89%에 해당하는 실권주 380만 여주를 떠안았고 의도치 않게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이후 KB증권은 지난달 15~18일 트리니신기술조합과 포스라빌조합 등에 장외 매도해 현재 지분율이 18.78%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손기영 대표 및 특수관계인(12.31%)의 지분보다 더 높은 지분율로 최대주주인 상태다.

당시 KB증권은 금융사가 금융위원회 승인 없이 비금융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금산분리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주식을 처분했다.

지분율이 20% 이하로 내려오면서 지분법 적용은 피하게 됐다. 국제회계기준(K-IFRS)과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따르면 지분율이 20% 이상인 경우 엔지켐생명과학 당기순손실 금액 중 KB증권의 보유 지분율만큼 KB증권 순이익에 반영된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해 연간 279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KB증권은 추가로 지분 매각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엔지켐생명과학 주가의 지속적 하락에 따른 손실로 향후 실적에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이 보유한 엔지켐생명과학 주식은 단기매매증권으로 인식돼 지분평가에 따른 손익이 향후 당기순이익 항목에 반영된다. 금융당국의 '기존 대주주보다 낮은 지분을 보유하라'는 권고에 맞춘다면 손익과 관계없이 수개월 내 추가 매각을 강행해야 한다.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 30일 종가기준 11만4794원을 가리켰지만 1년 동안 꾸준히 내리면서 현재는 2만2000원대까지 주가가 내려앉았다. /네이버증권 갈무리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 30일 종가기준 11만4794원을 가리켰지만 1년 동안 꾸준히 내리면서 현재는 2만2000원대까지 주가가 내려앉았다. /네이버증권 갈무리

◆ 경영권 없는 지분 누가 사나…장내 매도도 어려워 '난감'

KB증권은 엔지켐생명과학의 정관 변경으로 인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대표 및 사내이사 해임 시 각각 200억 원, 100억 원의 퇴직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정관 변경(이른바 '황금낙하산')안을 의결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의 경영권을 위해 KB증권의 지분을 인수한 매수자라고 할지라도 기존 최대주주가 실질적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대안인 장중 매도는 급격한 주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어 이마저도 선택지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KB증권이 엔지켐생명과학의 지분을 장내 매도해 급격하게 팔아치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엔지켐 주가 하락이 지속될 수록 손실폭도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주가 하락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에 장내 매도가 아닌 우회적 방식으로 보유 지분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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