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긱노동·기업 인턴십 아르바이트 선호
[더팩트ㅣ이선영 인턴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24시간 영업을 재개한 외식업계가 이번엔 야간 아르바이트 구인난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청년들이 짧은 시간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배달 플랫폼 형태의 아르바이트 등을 선호하면서 상대적으로 야간 아르바이트 지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25일 기업과 주거지가 몰려있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공덕동 일대의 음식점을 찾았다. 이곳 자영업자들은 일손이 부족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자영업자 김 모 씨는 "지난주부터 야간 아르바이트 공고를 냈는데 지원자가 몇 명 없고 20대는 없다"며 "평일 영업은 지금 일하는 직원들이랑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데 주말에는 손님이 얼마나 몰릴지 몰라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공덕역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 모 씨는 "야간 시간대 주방과 홀 아르바이트를 모두 구하고 있다"며 "아직 아르바이트를 못 구해서 야간 영업은 가족끼리 번갈아 가며 가게를 보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법정 최저시급보다 높은 조건의 공고를 올리기도 하고 단기 형태의 아르바이트를 채용해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청년들에게도 야간 아르바이트를 지원하지 않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2030세대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은 22일 <더팩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무례한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불편함과 불규칙한 수면으로 인한 건강 상태 악화 등을 이유로 야간 아르바이트를 꺼린다고 했다.
20대 구 모 씨는 "야간 아르바이트는 1.5배 메리트가 있어서 돈이 급하면 할 것 같다"면서도 "노래방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만취한 손님이 성희롱을 하기도 했다. 그 후로는 야간 아르바이트 공고를 안 보게 된다"고 했다.
30대 정 모 씨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다 수면 패턴이 불규칙적으로 바뀌어 몸이 망가진 적이 있다"며 "(야간 아르바이트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겠다"고 전했다.
20대 취업준비생 이 모 씨도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는 취업 준비와 병행하기가 어려웠다"며 "평일 낮에 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나 이력서에 경력으로 넣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56조 연장, 야간 및 휴일 근로에 따른 법 3항에 따르면 야간근로 기준 시간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다. 2022년 최저시급인 9160원을 기준으로 근로자(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충족)는 야간 근로 시 시간당 1.5배인 1만3740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5인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1.5배의 시급을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이 더러 있다.
또, 야간 아르바이트는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이들은 '긱노동'(Gig work, 초단기 계약직 근로) 형태 아르바이트를 선호하고 있다. 감염병 우려를 덜 수 있고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짧은 시간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도 고려 대상이다.
배달 플랫폼 서비스는 긱노동의 대표적인 예다. 배달의민족 일반인 음식 배달서비스 '배민커넥트', 쿠팡 일반인 상품배송 서비스 '쿠팡 플렉스' 등이 있다. 최근에는 배달과 택배뿐만 아니라 마케팅, 디자인, 개발, 설계 등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알바몬과 긱몬이 MZ세대 구직자 1188명을 대상으로 긱노동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9%는 긍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반면 부정적이라는 반응은 17.5%에 그쳤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여러 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원하는 기간에 비교적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등을 꼽았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를 보면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8.5%인 약 220만 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플랫폼 노동자 중 청년층(20세~39세)의 비율은 55.2%를 기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긱노동 형태의 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 데는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아르바이트 공급과 수요가 늘어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더팩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경제가 가속화되면서 그와 연관된 새로운 사업들이 나오고 배달 플랫폼을 비롯한 운송 관련된 일자리들이 늘었다"며 "청년들은 경력계발에 도움이 되는 일을 선호하고 정부가 마련하는 일자리 프로그램에 지원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식당 아르바이트처럼) 시장에 공급되는 일을 하려는 사람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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