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출자로 스튜디오 설립…"수익구조 개선 수반돼야" 지적도
[더팩트|한예주 기자] CJ ENM이 물적분할을 통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방안을 철회했다. 물적분할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자 신규 출자 방식으로 스튜디오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만, 우려는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투자비가 급증하고 있는 콘텐츠 사업의 추세를 고려할 때 수익구조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물적분할을 통한 신규 스튜디오 설립 계획을 취소하고, 현금 출자로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현금 출자 방식은 기존 물적분할 방식과 달리 CJ ENM 사업 부문이 분사되지 않는다.
앞서 CJ ENM은 지난해 11월 영화 라라랜드를 제작한 글로벌 스튜디오 미국 엔데버 콘텐트를 인수하면서 물적분할을 통한 별도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급변하는 물적분할 관련 규제 영향으로 당초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은 주주 가치 훼손 가능성과 스튜디오드래곤과 티빙 등 연이은 핵심 부문 물적분할에 불만을 표했다.
CJ ENM은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와 규제 환경이 급변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CJ ENM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결정은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와 관련 규제 환경이 급변하는 등 중대한 사정 변경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주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적 분할은 기업의 자산·부채 등 재산만 분할해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핵심 사업의 분리로 모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악재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이 배터리 사업의 물적분할을 발표하며 주가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당초 CJ ENM이 분할과 관련해 롤모델로 본 곳은 월트디즈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디즈니픽처스 외에도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서치라이트 등 여러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제작·수출하고 있지만, CJ ENM도 '멀티 장르 스튜디오'를 보유해 IP(지적재산권) 수입을 극대화하겠단 계획이었다.
실제 CJ ENM은 2016년 드라마 제작 부문을 물적분할해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한 뒤 2017년 11월 상장시킨 바 있다.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온 이후 해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드라마 시리즈물을 공급하며 IP 수입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2016년 연 매출 1000억 원대에서 2020년 매출 5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시그널', '도깨비', '비밀의 숲', '미스터 션샤인' 등 시청률 뿐 아니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다수 제작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지배력은 유지하면서도 외부 투자 유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제작 환경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의사결정구조가 단순화되는 것도 큰 강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CJ ENM의 물적분할 철회 발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CJ ENM에서 꽤 큰 수익을 담당하고 있는 각종 제작 사업부가 떨어져 나갔다면 회사엔 커머스와 TV 광고 판매 사업부문 등만 남게 되는데, 이들은 성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업"이라며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증가한 투자분을 회수할 수 있는 수익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물적분할 철회를 공시했지만 티빙에 대한 가속화된 투자로 인한 올해 감익 가이던스가 여전히 부담"이라며 "가장 큰 고민은 자체 콘텐츠가 글로벌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그에 비례해 제작비도 높아졌지만, 이를 국내에서 저성장 산업인 TV광고나 극장 매출로 커버하는 수익 구조"라고 짚었다.
이어 "작년 가입자가 3배나 증가한 티빙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감익 가이던스로 이어졌다"며 "물적분할 철회 공시는 긍정적이나 주가는 결국 투자 회수기가 얼마나 빨리 찾아오는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향후 신설될 스튜디오는 OTT 플랫폼 중심의 스크립트 및 논스크립트 콘텐츠 제작과 웹툰·웹소설을 포함한 원천 IP 개발 및 콘텐츠 컨버전스 등 역할을 맡는다. CJ ENM이 새 스튜디오를 설립하면 기존 스튜디오드래곤과 지난해 인수한 엔데버콘텐츠를 포함해 3개 스튜디오를 산하에 둔 멀티스튜디오 체제를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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