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819억→2021년 1322억 원, 모나미 매출 연평균 5%씩 감소
[더팩트ㅣ김미루 인턴기자] 문구 전문기업 모나미가 이달 초 서울 성수동에 연 콘셉트 스토어에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MZ세대의 주목을 받으면서 추락하고 있는 모나미의 실적이 개선될지 관심이 쏠린다.
7일 방문한 서울 성수동 '모나미 스토어'에는 곳곳에 체험 코너가 마련됐다. 이 곳은 1970년대 옛 성수동 공장 단지를 연상케 하는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대지면적 8436㎡(2552평), 연면적 7만238㎡(2만1247평) 규모다. 매장 안에는 밑그림만 그려놓은 컬러링 페이퍼 옆쪽에는 두께와 색깔이 각기 다른 펜들을 비치해 뒀다. 방문객들은 펜을 직접 사용해보면서 밑그림 안쪽에 색을 채워나갔다. 오후 3시께 방문했을 때 그림의 80%가 완성돼 있을 정도로 참여자가 많았다. 직원들은 주기적으로 밑그림을 교체해줬다.
하루 150명대 고객이 방문하는 이 매장은 과거 공장에서 사용했던 필기구 테스트 기계를 그대로 전시했고, 건물 외벽과 내부 인테리어에는 붉은 벽돌을 사용했다. 모나미 스토어 직원은 "브랜드의 오랜 역사를 고객들에게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브릭과 스틸 소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펜 외에 컵, 양말, 스티커 같은 제품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노트나 수첩에는 표지에 직접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문양을 입혀 DIY(소비자가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한 상품) 제품을 만들 수도 있었다. 지난해 5월 브랜드 '반스'와 협업해 만든 모나미 153 컬렉션 신발도 매장 한쪽에 자리했다.
같은 펜도 일반 문구점에서 보기 어려운 금색, 은색 등 색상을 두어 새로움을 더했다. 한 고객은 펜을 사용해볼 수 있는 종이 위에 빨간색 네임펜과 금색 마카로 "네임펜, 회사에서 볼 땐 아무 감흥 없었는데, 여기서 보니까 반갑네"라고 문구를 남겼다.
다만 펜 제품 특성상 사용 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다 보니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지점은 있었다. 매장에는 샤프부터 볼펜, 마카, 색연필까지 모든 펜 종류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게 비치해 뒀는데, 직원 두 명이 수십 개의 펜을 한 자루씩 소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이 같은 코로나19 상황에도 모나미가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사업을 확장한 데는 10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IT 기술 발달에 따라 필기구 수요가 감소하면서 문구 업계가 난항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2819억 원에 달했던 모나미 매출은 지난해 1322억 원으로 연평균 5%씩 감소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성공을 위한 노력은 곳곳에서 엿보였다. 우선 성수동이라는 입지 선정이다. 필기구 수요가 낮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성수동의 카페나 식당들이 일찍이 인기를 끌면서 이 일대에는 젊은 층 유동 인구가 많다. 각종 패션 기업이 마케팅 일환으로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세우는 이유다.
고가 볼펜 시장으로 행보를 넓히려는 의도도 보였다. 모나미 스토어 매장 가운데 가장 넓은 부분은 만년필과 2만 원대 무게감 있는 볼펜처럼 프리미엄 펜들이 차지했다. 모나미가 진행하는 무료 각인 이벤트도 이 프리미엄 종류 펜을 구매한 고객에게만 적용된다.
모나미 관계자는 "학령 인구가 줄어들면서 2015년부터 프리미엄 전략을 하고 있다"며 "저가 제품만 판매하는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나미의 고급화 전략으로 국내 고급 필기구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일본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9년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확대되며 모나미가 일본산 고급 필기구의 대체품으로 소개됐을 때도 뚜렷한 실적 개선은 없었던 게 사실이다. 매년 광복절마다 무궁화, 독도 등 테마 제품을 출시하며 '애국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도 했지만, 매출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필기구 시장의 약 70%를 일본산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파이롯트와 펜텔 등 일본 문구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어 고급화 전략만으로는 모나미가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문서의 디지털화 등에 따른 필기구 수요 감소,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필기구 시장도 침체되고 있어 이에 따른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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