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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설 곳 없다" 무신사·크림, 깊어지는 갈등…'영업기밀' 카드까지

  • 경제 | 2022-02-27 00:00

크림, 영업기밀 해당하는 정가품 판단 기준까지 공개…무신사, 법적대응 예고

네이버 크림과 무신사의 '에센셜 티셔츠' 정가품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크림 측에서 가품 판별 과정과 그 방법까지 공개하며 가품이 맞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매장 전경. /더팩트 DB
네이버 크림과 무신사의 '에센셜 티셔츠' 정가품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크림 측에서 가품 판별 과정과 그 방법까지 공개하며 가품이 맞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매장 전경. /더팩트 DB

[더팩트│최수진 기자] 네이버 손자회사이자 리셀 플랫폼 1위 사업자인 크림이 영업기밀까지 공개하며 국내 최대 패션플랫폼 무신사를 압박하고 있다. 정가품 판단 기준과 근거 등은 사업자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데, 이 내용까지 전부 공개하며 무신사에서 판매한 '에센셜' 브랜드의 '3D 실리콘 아플리케 박시 티셔츠'가 진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신사 측은 100% 정품만 취급한다며 개체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타사 제품을 가품으로 오인시킨 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 영업기밀까지 공개한 네이버 크림, 무신사 공개 저격

2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크림은 연일 미국의 럭셔리 스트릿 패션 브랜드 '피어 오브 갓' 세컨드 라인 '에센셜'의 '3D 실리콘 아플리케 박시 티셔츠'에 대한 공지사항을 게재하고 있다. 해당 제품을 판매한 무신사에서는 진품이라고 주장했지만 크림에서는 검수 과정에서 가품이라고 판단,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이에 크림은 통상 리셀 사업자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가품 판단 기준까지 공개하며 에센셜 티셔츠가 가품이 맞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최근 크림은 "에센셜 티셔츠 공지 이후 다수의 문의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언론 보도까지 이어져 크림의 제품 검수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에센셜 검수만 8만 건, 20SS 티셔츠는 약 3000건의 검수를 진행해 고도화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정밀한 검수를 위해 다양한 가품 사례를 수집했고 해당 제품은 크림이 수집한 가품 특징을 다양하게 보이고 있어 가품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용자 보호를 위한 플랫폼 사업자의 노력을, 브랜드사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활동으로 폄훼하는 주장에 대해 같은 리셀 플랫폼 사업자로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무신사가 제기한 의견을 콕찝어 지적했다. 앞서 무신사는 "제품 유통 과정에 권리가 없는 중개 업체에서 자의적 기준에 근거해 검수를 진행하는 것은 브랜드의 공식적인 정품 인증 단계와 엄연히 다르며 공신력이 없다"고 말했다.

크림 측은 시즌별 봉제 형태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하는 브랜드가 있는 만큼 가품 판별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림 홈페이지 갈무리
크림 측은 시즌별 봉제 형태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하는 브랜드가 있는 만큼 가품 판별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림 홈페이지 갈무리

크림은 △발매 시기에 따른 라벨 봉제 방식(바코드, 실리콘, 케어 등) △생산 시기에 따른 시즌 구별 △타플랫폼 판정 사례 △태그 차별성 △PVC 폰트 △PVC 지퍼 △옷핀 등이 가품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크림에 따르면 에센셜 제품은 발매 시즌별로 라벨·내부 봉제 형태에 차이가 있다. 다만, 같은 시즌 내에는 봉제 형태가 동일하다. 그러나 문제가 된 제품의 봉제 형태는 다르게 나타났다. 이에 크림은 "가품으로 판정할 중요한 근거"라며 "위조품과의 차이를 두기 위해 시즌별 봉제 형태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하는 브랜드가 상당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크림은 검수 정확도를 위해 △중국 NICE △일본 SODA △레짓 체크 등 다양한 외부 업체에도 문의했고, 모두 가품 판정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크림은 "공식 유통사 팍선 구매내역이 첨부됐음에도 가품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며 "구매내역, 인보이스, 영수증 등은 판정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리셀 사업자가 가품 판별법을 자세하게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의 명품 구매가 늘면서 리셀 시장도 커지고 있지 않나"며 "리셀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가품 판단 능력이다. 어떤 전문가가 어떤 방식으로 판단하고 기준이 무엇인지, 제품의 어떤 부분을 유심히 보는지 등은 결국 사업자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이제 막 시장이 커지는 시점에 선점을 하고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런 기밀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진품 확실해…개체 차이일 뿐" 무신사, 법적대응 예고

다만, 무신사 측에서도 여전히 해당 제품에 대해 진품이라는 의견을 강조하고 있다. 무신사는 "사실과 다르게 근거없이 제기되는 일각의 주장"이라며 "100% 정품 판매를 원칙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에센셜 상품 역시 브랜드의 글로벌 공식 유통사를 통해 모두 100% 정품임을 재차 확인받았고, 이에 대한 명백한 입증 자료까지 제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신사는 논란 이후 유통 경로에 관해 재확인하고,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바꿔치기 등의 오류 가능성도 전수 검사한 결과, 진품이지만 개체 차이가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과정에서 무신사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검수 작업 과정을 촬영한 CCTV 영상 원본을 확보해 외부에 공개했다.

무신사는 논란 이후 유통 경로에 관해 재확인하고,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바꿔치기 등의 오류 가능성도 전수 검사한 결과, 진품이지만 개체 차이가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 /무신사 홈페이지 갈무리
무신사는 논란 이후 유통 경로에 관해 재확인하고,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바꿔치기 등의 오류 가능성도 전수 검사한 결과, 진품이지만 개체 차이가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 /무신사 홈페이지 갈무리

무신사는 "네이버 크림이 가품이라고 지적한 브랜드 태그, 라벨 폰트, 봉제 방식, 아플리케 등의 형태를 포함한 10개의 가품 기준은 정품 내 발생하는 상품의 개체 차이"라며 "브랜드 공식 유통사인 팍선 또한 상품마다 개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명품감정원은 해당 에센셜 상품에서 개체 차이가 발견되지만, 이러한 개체 차이가 가품으로 판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가품 논란이 이어지자 무신사는 네이버 크림이 영업방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했다. 무신사는 "생산 지역, 작업자의 역량, 유통 환경 등의 다수 요인에 의해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는 공산품의 개체 차이임을 인정하지 않고, 자의적이며 일방적으로 타사 제품을 가품으로 단정 지은 영업방해 및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권리침해성 게시물"이라고 비판했다.

무신사는 가품 의혹을 벗기 위해 네이버 크림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민형사 소송 등까지 검토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며 "현재 관련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 워낙 중대한 사안이니 당장 어떤 결론을 내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크림 측은 무신사의 제소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무신사 정품 주장은 주장일 뿐, 법적대응 과정 속에서 진품 여부도 함께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크림은 앞으로도 사용자에게 신뢰받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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