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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상장' 없다는데…" 카카오모빌리티, IPO 셈법 '골머리'

  • 경제 | 2022-02-12 00:00

상장 일정 중단…FI 이해관계로 연내 상장 불가피

수년째 적자 늪에 빠진 카카오모빌리티가 '쪼개기 상장 논란' 속에 IPO 작업에 재동이 걸리면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한예주 기자
수년째 적자 늪에 빠진 카카오모빌리티가 '쪼개기 상장 논란' 속에 IPO 작업에 재동이 걸리면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한예주 기자

[더팩트|한예주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에 제동이 걸렸다. 회사를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이 도마 위에 오르며 부정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대선 후보들까지 나서 관련 규제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가 급락한 상황에서 재무적투자자(FI)와의 이해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8월 한 차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받고 증권사들의 프리젠테이션까지 진행한 뒤 절차를 중단한 바 있다. 이후 10월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재시동을 걸었고, NH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 등 국내외 주요 증권사 10여 개 사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정책당국의 집중 타깃이 된 데 이어, 지난해 말 카카오페이의 전직 대표이사 및 임원진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대량 매각하며 '먹튀' 논란까지 낳아 상장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부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 영향으로 기술 성장주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증권업계는 물론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잇달아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으로 인한 지주사 할인(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 가치가 저평가 받는 현상)을 문제 삼자, 카카오의 컨트롤타워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가 직접 나서 계열사 상장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실제 카카오는 최근 몇 년 간 자회사의 IPO를 통해 몸집을 불린 대표적인 그룹이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의 상장으로 2020년 말 시가총액 약 34조4000억 원에서 작년 말 126조 원으로 3배 이상 덩치를 불렸다. 이에 따라 모회사의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IPO 준비를 멈춘 것이다. IB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 기업가치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8조 원 수준으로 추정됐으나 현재는 5조 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는 현재 5조 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사진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모습. /더팩트 DB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는 현재 5조 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사진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모습. /더팩트 DB

물론 카카오는 이 같은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IO)는 이날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쪼개기 상장 이슈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해명했다.

카카오는 매출이 없는 초기 단계 사업을 신규 법인 설립을 통해 본격 육성하고, 인수한 사업을 성장시킨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배 CIO는 "카카오는 메신저로 시작해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 중 다양한 영역에서 신규 사업을 시작하거나 인수를 했다"며 "카카오뱅크, 페이, 모빌리티 등은 매출이 없던 사업 초기에 신규 법인을 설립, 투자를 받아 사업을 키워낸 것이다. 카카오게임즈와 엔터테인먼트는 인수한 사업을 성장시킨 사례"라고 설명했다.

사실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연내 상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상장이 두 차례나 연기되면서 막대한 자금 유치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인 데다 상장 연기로 인해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카카오는 2017년 TPG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받은 바 있는데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2022년을 상장 시기로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운용사의 자금회수 주기가 5년인 만큼,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도 요원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이후 △프로멤버십 요금 인하 △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 폐지 △기업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시장 철수 등의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개선 방안의 대부분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 사업과 직결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리운전업체 추가 인수 포기를 비롯해 퀵서비스 사업 확장 제동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해 나선 사업이 연이어 주춤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2800억 원, 영업손실은 129억 원이다. 2019년 대비 매출은 167% 늘었지만,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5년 내 상장하는 것이 계약 조건에 명시됐다면, 이를 어길 경우 카카오모빌리티가 이행해야 할 페널티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국민정서가 매우 부정적인 만큼 상장을 하기에도 애매해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 CIO는 카카오 공동체 IPO 일정과 관련해 "지난 12월에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준비를 시작한 픽코마를 제외한 나머지 공동체들은 현재 구체적인 IPO 타임라인이 확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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