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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재발 방지 '공염불'…주홍글씨 된 '아이파크'

  • 경제 | 2022-01-14 11:14
'광주 아파크 붕괴'로 HDC현대산업개발의 브랜드 아이파크 이미지가 추락하는 가운데 정몽규 회장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더팩트 DB
'광주 아파크 붕괴'로 HDC현대산업개발의 브랜드 아이파크 이미지가 추락하는 가운데 정몽규 회장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더팩트 DB

아파트명에서 '아이파크' 빼자…시공사 교체 움직임도

[더팩트|이민주 기자] '광주 아파크 붕괴' 사고 여파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주택 브랜드 '아이파크' 이미지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분위기다.

'광주 학동 붕괴 참사'가 벌어진 지 7개월 만에 초고층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후진적인 참사가 발생하면서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만든 '아이파크' 브랜드를 기피하는 움직임이 곳곳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단지명에서 '아이파크'를 빼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1단지 주공아파트(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재건축조합에서는 일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아이파크 브랜드명을 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조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관리·감독을 믿을 수 없다며 감리단에 공문을 보내 공사 현장 특별점검과 정밀 안전진단을 요구한 상황이다.

사고 지역 인근 광주시 계림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아이파크 SK뷰)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아이파크를 떼고 '계림 SK뷰'로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들 역시 전면적인 안전진단을 요구한 상태다. 해당 아파트는 오는 7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시공사를 교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광주 운암 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법률 자문에 나섰다. 조합은 지난 12일 시공사를 비롯한 컨소시엄 주체들을 불러 "시공 계약 해지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미 착공에 들어갔거나 완공을 앞둔 단지에서는 혹시 모를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밀진단과 특별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화곡1 주택재건축정비조합(우장산숲 아이파크)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닌 외부 업체에 정밀 안전진단을 맡겼다. 이들은 추후 진단 결과에 따라 추가사항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아파트나 단지명에서 '아이파크'를 빼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DB
재개발·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아파트나 단지명에서 '아이파크'를 빼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DB

이외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이거나 예정인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 재개발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4구역 재건축 △서울 관악 신림동 미성아파트 재건축 조합 등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의 후속 조치를 주시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이파크 브랜드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신뢰도도 내려앉았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진행한 '아이파크 브랜드 적합도 설문' 결과, 응답자의 83%가 아이파크를 '부실공사 이미지로 기피하는 브랜드'라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사고 재발방지 약속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이유로 책임론과 퇴진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사고 직후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현장을 방문해 고개를 숙였지만, 앞서 "다시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정몽규 회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파크 브랜드는 지난 2001년 HDC현대산업개발이 론칭한 주택 브랜드다. 외관과 조망 등 디자인을 주요 경쟁력으로 삼은 결과, 삼성동 아이파크와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는 현재 지역을 대표하는 아파트로 자리 잡았다.

정 회장은 국내 최고 아파트 브랜드였던 '현대'를 아이파크로 바꾼 장본인이며,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 타워는 정 회장의 아이파크 디자인 철학을 상징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광주 학동 붕괴 참사'에 대해 공개 사과를 하고 전사적인 재발방지책을 만들겠다고 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회사는 이번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의 피해 회복,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이라 법적 처벌은 피할 것으로 보이나 여론의 비난과 경영진 책임론에 대한 지적은 면하기 어려운 상황"며 "대형 사고가 처음이 아니고 이번에도 실종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피해가 있어 대표 등 경영진들이 책임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강도 높은 쇄신안을 들고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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