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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 벌리자' 롯데 vs '따라잡자' 신세계…미니스톱 인수로 그리는 그림

  • 경제 | 2022-01-09 00:00
최근 마감된 한국미니스톱 매각 본입찰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모두 참여했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더팩트 DB
최근 마감된 한국미니스톱 매각 본입찰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모두 참여했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더팩트 DB

미니스톱 매각가 2000억 원대 추산

[더팩트│최수진 기자] 롯데와 신세계가 '미니스톱' 인수전 참여를 통해 편의점 시장에서 맞붙는다. 자체 역량만으로는 편의점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에 M&A(인수합병)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과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이마트가 미니스톱을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롯데·신세계, 왜 '미니스톱' 가져야 하나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감한 편의점 시장 5위 한국미니스톱 매각 본입찰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모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이번 본입찰에서는 최종 참여를 결정했다.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이온그룹의 자회사 미니스톱이 1997년 국내 진출해 설립한 회사로, 2018년 실적 악화 등으로 매각을 결정했다. 우선협상대상자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순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미니스톱의 매각가를 2000억 원대 초반으로 추산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에 미니스톱 인수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편의점 근접(50~100m)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이 오는 2024년까지 시행돼 자체적으로는 점포수를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24, 이마트24 등 6개사는 편의점 시장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출혈 경쟁을 방지하고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최대 100m 내 편의점 신규 출점을 피하겠다는 내용의 규약을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신규 출점을 하려는 장소에서 일정 반경 내 이미 운영 중인 편의점이 있으면 출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 같은 규제가 업계 상위 기업들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점유율을 늘려야 하는 롯데와 신세계에는 실익이 적다는 의견이 다수다. 롯데와 신세계는 CU, GS25 등과 점포 수 격차를 줄여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출점을 제한하는 규제로 자체적으로 점포 수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2020년 기준 편의점별 점포 수는 △CU(1만4923개) △GS25(1만4688개) △세븐일레븐(1만501개) △이마트24(5169개) 등이다.

미니스톱은 업계 5위 업체로, 2020년 기준 점포 수는 2603개다. 만약 롯데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시장 3위를 공고히 할 수 있으며, 신세계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 롯데그룹과의 점포 수 격차를 줄이게 된다.

롯데와 신세계에 미니스톱 인수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더팩트 DB
롯데와 신세계에 미니스톱 인수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더팩트 DB

◆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롯데vs신세계' 구도…승자는 누구

롯데와 신세계의 경쟁은 지난해부터 심화되고 있다. M&A 분야에서는 이베이코리아를 놓고 이미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 3월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에 신세계그룹, 롯데그룹이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사의 이커머스 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6월 진행한 본입찰에도 이들 기업 모두 참여를 확정지으며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다만, 승자는 신세계였다. 미국 이베이가 연례 이사회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그룹을 선정하며 롯데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경쟁사 대비 높은 인수가인 약 4조 원을 써낸 것이 선정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점포 경쟁도 경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중부권에 신규 점포를 냈다. 지난해 8월 롯데백화점은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에 '동탄점'을 오픈했고, 신세계백화점은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아트앤사이언스'를 개관했다.

두 지점간 거리는 1시간 30분(자차 기준) 정도로, 중부권 점유율을 두고 경쟁하기 충분한 상황이다. 실제 롯데 동탄점과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사이에 있는 △평택시 △안성시 △천안시 △청주시 등은 두 지점 방문에 비슷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롯데와 신세계가 오픈 초반 해당 지역의 고객을 잡기 위해 나서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의 용기 있는 챌린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늘이 아닌 내일의 세상에서 중요해질 역량에 대한 투자가 함께 가야 한다"며 "브랜드, 디자인, IT 등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단기적인 성과만 내는 것은 무의미하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상황이지만 이제 비즈니스 정상화를 넘어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신년사에서 "오프라인 사업에서는 고객 경험의 깊이를 더 강화해야 한다"며 "오프라인의 해답은 언제나 상품에서 시작한다.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상품 경쟁력과 더불어 새로운 서비스 개발, 매장 경험 개선으로 업의 본질과 사업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오프라인은 본연의 역할 뿐 아니라 온라인 결합 시너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오프라인 사업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유통 시장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다 타이밍이라는 게 있지 않나. 롯데와 신세계에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 타이밍을 놓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1위와 2위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단기간에 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는 M&A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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