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너도나도 세대교체 움직임…현대차그룹도 '젊은 피' 수혈할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과 SK, LG, 롯데 등 주요 대기업이 연말 정기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시도했다. 능력 있는 젊은 인재를 과감히 중용해 미래를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의도로, 이러한 쇄신 분위기가 이르면 이번 주 인사를 단행하는 현대차그룹에서도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이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연말 재계 인사 키워드로는 세대교체가 꼽히고 있다. 코로나19 등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기록적 성과를 거둔 기업의 경우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전진 배치하며 '인사 혁신'을 시도한 것이다. 새로운 인재를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 기업들의 판단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60대인 김기남·고동진·김현석 대표이사 3명을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키고 50대인 한종희 신임 부회장(세트 부문)과 경계현 사장(반도체 부문)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또 임원 인사에서 지난해(31명)보다 2배 이상 많은 68명의 부사장을 발탁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40대 부사장과 30대 상무 승진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40대 부사장은 전체의 14.7%, 30대 상무는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SK그룹도 신규 임원 133명 중 절반가량을 30·40세대로 채웠다. 특히 SK하이닉스에서 40대 사장과 30대 부사장이 탄생해 큰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은 46세 노종원 사업총괄 사장, 39세 이재서 전략기획 담당이다. SK는 지난해 인사에서도 당시 46세인 추형욱 SK㈜ 투자1센터장을 SK E&S 사장으로 '깜짝 발탁'하며 능력 위주의 세대교체에 나선 바 있다.
5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인사를 발표한 LG그룹과 롯데그룹의 인사 특징도 세대교체를 통한 분위기 쇄신이었다. LG그룹은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유임·승진하되 신규 임원의 40대 비율을 62%로 가져가며 '젊은 피' 수혈을 본격화했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롯데그룹도 롯데쇼핑 대표로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 호텔롯데 대표로 안세진 전 놀부 대표를 영입하는 등 순혈주의를 깨고, 능력 있는 젊은 인재를 중심으로 지난해(86명)보다 승진 규모를 2배(178명) 수준으로 키웠다.
젊은 인재들을 적극 기용한 이번 연말 정기 인사 결과를 놓고 '깜짝 이벤트'가 아닌 재계 트렌드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업들은 수년간 연공서열보다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종종 발탁, 그들의 활약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 왔다. 올해 인사에서는 미래 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는 시점에 맞춰 새로운 인재로 새 전략을 구체화시켜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제 재계의 시선은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지 않은 현대차그룹으로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로 로보틱스, UAM, 수소에너지, 자율주행 등 신사업 분야에 힘을 주는 중이다. 지난해 미래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할 리더를 승진시키는 동시에 잠재력을 인정받은 40대 초·중반 우수 인재에 대한 임원 발탁 인사을 실시했던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미래 사업 비전을 가속화하는 차원의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성과가 좋은 사무·연구직 간부 직원들을 선발해 500만 원의 특별 포상금을 지급하는 '탤런트 리워드' 제도를 시행했다. 사상 처음으로 성과급 차등 지급에 나선 것이다. 재계에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러한 성과주의를 중시하고자 하는 기조가 이번 임원 인사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주의에 따라 국내 주요 대기업 임원들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기업 별로 다르지 않게 수년간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이번 주 정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목된 인사 시점은 16일 전후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 현대차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사장과 현대차·기아 디자인 혁신을 주도한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그룹 디자인경영 담당 사장의 퇴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60대 중후반의 고령을 점을 고려해 고문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후임으로는 내부 인사의 승진 배치가 유력하지만, 외부 인사의 전격 영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 국내외 사업 권역을 통폐합, 현재 9개로 나누어진 권역을 5개로 합칠 것으로 알려졌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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