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은행권 첫 '퇴직 연금 ETF' 출시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은행권에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상품이 출시됐다. 그동안 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는 ETF에 투자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고객들이 대거 증권사로 빠져나가는 문제가 있어, 신탁형으로 우회투자하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가입자 유치를 놓고 은행과 증권사 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2일 은행권 최초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는 '퇴직연금 ETF'를 출시했다.
그동안 퇴직연금에서의 ETF 투자는 증권사에서만 가능했지만, 이번 하나은행이 '퇴직연금 ETF'를 출시함으로써 은행에서도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
하나은행이 선보인 '퇴직연금 ETF'는 하나원큐 앱을 통해 퇴직연금 자산을 ETF, 예금, 펀드 등으로 손쉽게 리밸런싱(Rebalancing)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증권사와 동일하게 ETF 투자시 발생하는 추가 수수료가 없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ETF 출시를 통해 다양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구성과 함께 수익률 관리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 외에도 '퇴직연금 ETF'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도 올해 내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ETF 매매 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은행들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관련된 상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그동안 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는 ETF에 투자할 수 없어 많은 고객들이 대거 증권사로 빠져나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은행들은 이러한 이탈 고객을 막고자 '신탁형' 상품을 구현해 퇴직연금 ETF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퇴직연금 잔고는 255조 원으로, 이 중 은행(130조 원)이 절반가량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매년 증권업계가 퇴직연금 시장 내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식시장이 활발해지면서 퇴직연금 직접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은행권에서는 추후 증권업계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다만,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ETF에 투자할 경우 발생하는 신탁수수료 부분은 부담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ETF 투 자시 발생하는 추가 수수료가 없지만, 다른 은행들은 신탁수수료 받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만간 퇴직연금 ETF 상품 출시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신탁 방식의 경우 실시간 매매 형태는 어렵기 때문에 지연 매매 형식으로 ETF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수료 부분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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