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동 수주 45.3%↓…재정 균형유가 상회에 '기대감'↑
[더팩트｜이민주 기자] 국내 건설사들의 연말 해외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재정 상황이 나아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안마당으로 불리는 중동지역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25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금액은 212억2939만 달러로 전년 동기(264억930만 달러) 대비 20% 감소했다. 수주 건수는 같은 기간 400건으로 17% 줄었다.
진출 국가 역시 87개로 전년 동기(94개) 대비 7% 감소했으며, 진출 업체는 305개로 11% 떨어졌다. 기업 설립 이후 해외건설 진출이 최초인 업체 수는 26개로 전년 동기(46개) 대비 43% 급락했다.
올해 해외수주 부진은 일명 '수주 텃밭'으로 불리는 중동지역 수주 감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역별 수주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태평양·북미, 유럽 지역에서의 수주가 급증했으나 중동 지역은 급락했다.
24일 기준 국내 건설사의 중동 지역 수주액은 56억7402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3% 줄었다. 같은 기간 태평양·북미 지역 수주액은 39억3180만 달러로 641.9% 늘었으며, 유럽 수주액은 23억7277만 달러로 163.1% 신장했다.
수주액이 줄면서 중동 수주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낮아졌다. 지난해 중동 수주액은 전체 수주액의 44%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30%에도 못 미친다.
업계는 펜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주요 산유국의 재정 상태 악화로 중동 프로젝트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타면서 사우디, 카타르, 이라크, 이란 등 중동 지역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는 최근 재정균형 유가를 돌파했다. 재정균형 유가란 산유국 정부가 자산매각이나 자금 차입 없이도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유가 수준을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MENA지역 균형재정유가'에 따르면 중동 5개국의 올해 잠정 재정균형 유가는 이라크 71.3달러(배럴당), 쿠웨이트 69.3달러, 카타르 43.1달러, 사우디 76.2달러, UAE 64.6달러다.
이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내년 2월 인도분은 전날에 대비 2.3% 상승한 배럴당 7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3.29% 오른 배럴당 82.32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등 주요 석유 소비국이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산유량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증가세는 여전한 분위기다.
여기에 최근 중동 국가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동에서 첫번째로 사우디아라비아가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며, 아랍에미리트는 중국 백신을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지연된 사업이 재개되는 등 중동 발주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 남은 올해보다도 내년 수주가 늘어나지 않을까 전망한다"며 "다만 재정 개선 외에도 정치, 외교 등이 안정되는지도 발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이 부분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현 하나금융그룹 애널리스트는 "균형재정유가는 중동 주요국 플랜트, 인프라 발주 환경을 엿볼수 있는 주요 지표로 유가가 균형재정유가를 상회할 때 중동 산유국에게 우호적인 투자여건이 형성된다"며 "중동 발주가 개선되는 국면에서는 대형 건설사 전반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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