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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PB 여왕’ 이재경 전무, 초고액자산가들 투자 트렌드는?

  • 경제 | 2021-09-06 00:00
이재경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장은 지난 1일 진행한 <더팩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고액자산가들이 집중하는 투자처 중 하나로 비상장기업을 꼽았다. /이새롬 기자
이재경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장은 지난 1일 진행한 <더팩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고액자산가들이 집중하는 투자처 중 하나로 비상장기업을 꼽았다. /이새롬 기자

주식인구 1000만 시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중복계좌를 제외한 개인투자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910만722명을 기록했다. '동학개미운동' 이후 급물살을 탄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개인은 올 초부터 현재(8월 말 기준)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70조 원을 순매수했고,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예탁금은 지난 5월 78조 원을 찍었다. 이런 물결 속 도래한 금리상승시기와 여전히 존재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 등은 급격히 유입된 개미들의 가슴을 위태롭게 한다. 넘쳐나는 투자 상품과 정보 속에 헤엄치는 개미들을 대신해 업계 전문가들에게 시장 흐름과 전망을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주>

NH투자증권 VVIP 수장 이재경, "초고액자산가들 비상장기업에 관심"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NH투자증권은 올해 2월 스타 프라이빗뱅커(PB)로 명성이 높은 이재경 전무를 '프리미어블루'의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PB 업계 유명 인사로 꼽히는 이재경 전무는 초고액자산가(VVIP) 비즈니스 1세대다. 이 전무는 초고액자산가 전담 채널인 프리미어블루의 수장으로서 고객 관리를 위한 진두지휘를 맡고있다. 앞서 삼성증권 최초로 여성 PB지점장을 역임했던 그는 삼성증권 역사상 '첫 여성 전무'까지 올라 주목받았다. 이 전무는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지점장을 비롯해 SNI본부장, 삼성타운센터 본부장을 거치며 고액자산가 관련 비즈니스를 이끌어 왔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일 자타공인 WM(자산관리) 업계 전문가인 이재경 전무를 만나 자산가들이 최근 나타내는 투자 트렌드부터 이 전무가 전하는 자금 규모별 투자 조언까지 자세하게 들어봤다.

PB업계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또한 고객인 고액자산가들은 시장 변화에 따라 어떤 특징을 보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산가들의 연령대는 매우 낮아졌고 자금을 증식하는 방법은 젊어졌다. 젊은 자산가들은 이제 돈을 버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 않는다. 예전 자산가들이 30~40년 제조업에 매진한다든지 밑바닥에서부터 회사를 일궈내는 식으로 돈을 벌었다면 지금은 금융 혹은 게임아이디어 하나로도 다양하게 돈을 번다.

이들의 특징은 공격적이며 다양한 딜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예전의 자산가들은 예금 등에 비중을 높인 채 경영은 공격적으로 할지 모르나 투자는 안전하게 진행했는데, 요즘의 젊은 투자자들은 미국주식이나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에 나선다. 이는 매우 공격적인 투자에 속한다. 투자가 넓고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고액자산가들이 최근 정말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 중이다.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기업상장이 지난해부터 매우 많아지고 있다. 예전엔 기업이 상장하면 통상 서너 명이 고액자산가로 탄생했다. 요즘은 스톡옵션이나 VC를 통해서 투자했던 투자자 등이 많아지며 한 회사가 상장하면 거기에 딸려 생겨나는 고액자산가가 수십 명, 수백 명이 동시에 생겨난다.

◆ 최근 금리가 오르는 등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이 선호하기 시작한 투자처나 투자 방식은 무엇인가?

최근 고액자산가들은 비상장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 주식시장이 뜨거웠던 이유 중 하나는 온라인 정보공유사이트 등이 없어 기업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돈을 벌 확률이 높아서였다. 즉, 주식에 관심을 갖거나 회사정보를 빠르게 접한 이들이 돈을 벌기 쉬운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했다. 그러나 온라인이 발달하며 공시를 통한 실적확인, 주주구성 등을 볼 수 있어 회사 정보에 관해 빠르고 쉽게 알 수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진 것이다.

아직까지 정보의 비대칭성이 살아있는 곳이 비상장회사 투자 쪽이다. 투자자가 투자하고싶다고 해서 아무나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공시되지 않은 회사의 정보는 쉽사리 알 수도 없다.

◆ 코로나19이후 유동성 확대와 초저금리 기조 등에 시장 변동성이 컸다. 이제는 금리인상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투자전략이 좋다고 보나.

사실 코로나19 이후 주식 시장에 돈이 들어온 것엔 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은행금리가 1.45%일 때만 해도 관심이 증시로 오지 않았다. 증시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한건 금리 1%가 깨져 0.9~0.8%대를 보일 때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 중 일부는 은행으로 다시 가고자 하는 니즈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 20~30대 투자자들은 은행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4~5% 정도가 아닌 이상 이탈은 많지 않을 것이라 본다. 이미 젊은 투자자들은 글로벌시장을 대상으로 주식이나 ETF투자에 발을 담궜고 그 쪽에 관심이 많다.

주식시장에 대해 한 가지 간과할 수 있는 점은 최근 배당성향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기업들이 투자도 하지만 배당률을 높여가고 있다. ESG와 관련해 배당성향을 높이기도 하고. 기업들이 배당 성향을 높인다면 은행 예금 수익에 맞먹는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를 많이 사들인 투자자들도 배당을 고려했을 것이다.

◆ 시장엔 거액자산가도 있고 소액자산가도 있다. 자산규모별로 투자 방식이나 전략이 다를 것 같은데.

소액으로도 할 수 있는 투자는 공모펀드, 주식시장에서 ETF 매수, 직접종목에 투자 등이 있다. 고액투자자의 경우 상품 특이점이나 특정한 투자목적에 따라 가입 금액을 높여 그들 만의 투자를 집행한다.

소액투자든 거액투자든 투자 시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종목에 대한 리스크보다 내가 투자할 수 있는 기간과 투자한 대상에 대한 기간이 맞느냐 안맞느냐다. 즉 자금의 유동성을 제한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다.

금액이 소액이면 투자금을 그냥 둘 수 있을 지에 대해 확실히 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6개월, 1년 후에 쓸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투자다. 3~5년은 쓸 일이 없다고 하는 돈을 투자금으로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동성 제한을 받지 않는 상품에 들어가야 하기에 공모펀드나 ETF 등에 들어가야 한다. 상품별 특징이나 장단점을 잘 따져서 가진 자금의 용도와 잘 매칭해야 한다.

◆ 흔하게 생각하는 투자 상품들 외에도 투자자들이 알면 좋을 만한 투자가 있다면?

주식 이외에 관심을 가지면 좋은 것은 환에 대한 투자다.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해 단순히 1140원에 바꿔서 1190원, 1200원으로 환율이 오를 때 팔라는 얘기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은 원화 베이스다. 우리나라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국민들의 금융자산이 늘어나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면 금융자산의 일부분 정도는 달러 투자를 하는게 위험분산 차원에서도 맞는 것 같다.

◆ 투자자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자산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인가.

가장 먼저는 목돈 마련이다. 돈을 일단 모아야 돈을 번다. 대부분 쓰고 남은 돈을 투자하는데, 일단 수입이 생기면 일정 부분을 떼서 모으는 시기가 무조건 필요하다고 본다. 그 다음에 돈을 벌 수 있는 단계가 되는데, 그 목돈을 어떻게 할지 전문가와 상의한 뒤 이 중 몇 년 새 써야 할 돈이 얼마인지 등을 먼저 설계 한다. 그 다음에 어디다 투자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주객이 전도가 되면 결국에는 투자 성공에 대한 확률이 낮아진다. 즉, 종잣돈을 만드는 습관이 선행된 다음 내 돈의 성격을 파악한 뒤 특징에 맞춰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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