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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證, 원티드랩 상장 '꼼수 수혜자'?…알고 보니 지분 보유

  • 경제 | 2021-08-04 00:00
3일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원티드랩이 일반 공모 청약을 마쳤다. /더팩트 DB
3일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원티드랩이 일반 공모 청약을 마쳤다. /더팩트 DB

기재정정으로 뒤늦게 밝힌 지분…상장수수료는 8% 달해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이 상장을 주관한 원티드랩의 공모 청약이 흥행하며 보유 지분에 따라 높은 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투는 기재정정을 통해 뒤늦게 원티드랩에 대한 지분이 있음을 밝혔다.

아울러 원티드랩으로부터 수취할 인수수수료율 또한 타 상장 대비 비교적 높은 8%에 달해 이번 상장의 '꼼수 수혜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해관계가 있는 증권사가 특례를 통해 투자기업 상장에 나서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따랐다.

◆ 원티드랩 상장주관사 한투, 뒤늦게 지분 알려...'3중 수익'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일 원티드랩이 일반 공모 청약을 마쳤다. 원티드랩의 상장주관사는 한투가 맡았으며, 이번 일반 청약은 한투 한 곳을 통해서만 진행됐다.

원티드랩은 인공지능(AI)기반의 채용 플랫폼 '원티드'를 운영하는 업체다. IPO(기업공개)시장 대어인 크래프톤과 같은 날짜에 공모 청약을 진행하면서 '대어와 맞붙은 기업'으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원티드랩의 청약이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한투의 지분 차익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3일 원티드랩의 최종 증거금과 경쟁률은 각각 5조5291억 원, 1731.23대 1로 집계됐다.

한투는 현재 공모가의 절반보다 한참 낮은 금액인 1만2270원에 3.07%의 원티드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투는 처음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이같은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가 기재정정을 통해 뒤늦게 밝혔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한투는 지난 2017년 5월 30일 9651원에 5만1680주를, 2019년 7월 8일 1만4188원에 7만560주를 각각 취득한 바 있다.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공모가격과의 괴리율은 각각 65.54%, 49.33%다. 괴리율은 공모가밴드 최하단인 2만8000원 기준으로 산출했기 때문에 실제 괴리율은 이보다 높다. 한투는 1만2000원 대에 12만2240주를 보유 중이며 공모가 3만5000원 기준 시세차익은 약 28억 원이다.

타 상장에 비해 높은 상장 인수수수료가 책정된 점도 특징적이다. 한투는 이번 상장 주관에 나서면서 인수대가로 수수료 21억 여원을 따로 챙기게 된다. 확정공모가액인 3만5000원 기준 총 발행금액의 8%에 해당한다. 원티드랩과 비슷한 규모의 타 상장주관 수수료는 3~5% 가량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삼영에스앤씨는 4%, 에브리봇은 3%의 수수료율을 책정했다.

이로써 한투는 기존 지분을 통한 차익을 비롯해 인수수수료, 개인투자자들을 통한 청약자 수수료로 3중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공모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보유 중이므로 상장 당일 공모가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되고 추가로 주가가 상승한다면 차익은 현재 예상치보다 훌쩍 늘어날 전망이다.

한투가 보유한 지분은 3%가량이기에 규정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일각에선 증권사가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을 특례를 통해 직접 상장시키는 등 전면 나선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었다.

한투는 앞서 '성장성 추천 특례'를 위해 원티드랩의 상장주선인으로 나선바 있다. 코스닥시장에는 수익이나 기술 등이 부족해 상장 조건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증권사의 추천으로 기업의 상장이 가능하도록하는 제도가 있다. 한투는 이 같은 제도를 통해 원티드랩 상장에 나섰다.

이번 청약에 나선 투자자들로부터 한투가 뒤늦게 지분을 알린 데 대해 비판이 따르기도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쓴 개인투자자는 "이해관계에 있는 증권사가 청약 추천에다 주간사로 참여하는 것인데, 처음부터 한투의 꼼수가 들어간 상장인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관계없는 증권사가 상장시켰어야 한다. 힘있는 기관들의 이같은 행태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원티드랩 공모가 산정을 위해 비교그룹으로 삼은 업체들은 대부분 일본기업이다. /원티드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투자증권이 원티드랩 공모가 산정을 위해 비교그룹으로 삼은 업체들은 대부분 일본기업이다. /원티드 홈페이지 갈무리

◆ 원티드랩 공모가 너무 높다 지적도...한투의 산정 기준은?

한투가 공모가 산정을 위해 비교그룹으로 삼은 업체들은 대부분 일본기업이다. 이에 인력시장 규모와 경제활동 인구수 등이 훨씬 높은 일본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티드랩의 비교그룹으로 제시된 기업들은 고객사로부터 얻는 높은 수수료율에 따라 매출액 역시 매우 높은 상황이다. 원티드랩은 구인기업 고객사로부터 후보자 연봉의 7%를 수수료로 받는 반면 일본기업들은 수수료로 연봉의 35%를 받는다.

매출액도 엄청난 차이를 나타낸다. 비교기업인 퍼솔홀딩스(Persol Holdings)는 지난해 매출액으로 9조7500억 원을 기록했다. 비넥스트유메신그룹(BeNext-Yumeshin Group)은 지난해 매출 8조1755억 원을, JAC리크루트먼트는 지난해 매출로 610억 원을 기록했다. 원티드랩의 지난해 매출은 147억 원이며 연간기준 흑자를 달성한 적은 없다.

적용 PER(주가수익비율)에 대해서도 다소 높다는 지적이다. 통상 국내보다 해외기업의 PER이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비교기업인 일본 기업들의 높은 PER 적용에 따라 원티드랩 적용 PER은 30.39까지 올라갔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이 이번 상장에서 일반청약자에게 환매청구권을 부여하면서 투자자의 손실은 10%로 제한될 전망이다. 주가가 3만1500원 밑으로 내려갈 시 환매청구권에 따라 투자자는 한투에 주식을 되팔 수 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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