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망이용료 못내…항소 결정" vs SK브로드밴드 "빈틈없이 대응할 것"
[더팩트│최수진 기자] 미국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가 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SK브로드밴드와의 망이용료 법정공방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넷플릭스는 항소 이유를 밝히는 입장문에서 '바이든 정부'까지 언급하며 우리 법원이 미국의 결정에 반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도 '미국'의 입장을 원칙으로 내세우며 망이용료를 내지 않겠다고 하는 탓에 국내 CP(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는 더 심화할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미국 바이든 정부' 언급하며 법원 판결 문제 삼은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패소 판결에 불복, 항소를 결정했다. 지난해 4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민사소송(채무부존재 확인의 소)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25일 진행된 1심 재판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당사자간 계약이 중요하고, 법원에서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넷플릭스 측의 주장을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들에 대해서도 기각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제1심 판결은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그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는 전혀 특정하지 못했다"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아야 할 사실 및 법리적 오류가 있다. 사실 및 법리적 오류가 바로잡힐 수 있기를 희망하며 오늘(15일) 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법원이나 정부가 CP의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며 "제1심 판결대로라면 그동안 전 세계 CP 및 ISP(기간통신사업자)가 형성해 온 인터넷 생태계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 또,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도 인터넷 생태계 질서를 위해 다시 한번 강조하는 망중립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P와 ISP가 각자의 책임을 다해 인터넷 거버넌스 원칙을 수호하고, 공동의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원의 판단을 요구한 것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라며 "제1심 판결은 한국 CP나 이용자들의 입장보다는 국내 ISP의 이권 보호만을 우선시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1심 판결 의미 호도…태도 심히 우려"
이번 재판에서 승소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항소 결정에 대해 "넷플릭스가 우리의 망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1심 승소 판결문을 근거로 빈틈없이 대응할 예정"이라며 "만약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망 이용대가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1심 재판부는 인터넷 서비스의 유상성과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지급 채무를 명확하게 인정했지만, 넷플릭스가 '망 중립성에 따라 전송은 무료'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K브로드밴드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특정 이권 보호'라고 결론 지은 넷플릭스의 태도에 매우 유감"이라며 "1심 판결은 누구나 망을 이용하면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는 기본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이를 거부한 넷플릭스의 태도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1심 판결로 마치 전 세계 CP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의미를 호도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판결은 특정 ISP의 전용회선을 직접 사용하고 있는, 넷플릭스 같은 CP가 그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인정한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서 인정된 망 이용의 유상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통신사업자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마치 넷플릭스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인 콘텐츠의 유상성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 "역차별 해소되나 했지만…" 넷플릭스·SKB 싸움, 해 넘기나
넷플릭스의 망이용료 미지급으로 인한 양사 갈등은 2019년 심화됐다. 넷플릭스의 국내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SK브로드밴드의 망 품질 유지 부담도 커졌으나 제대로 협상이 진행되기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넷플릭스와의 망이용료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신청을 낸 바 있다. 사업자간 면담 등을 통해서는 협상이 진전되지 않기에 방통위에서 중재해달라는 의미다.
그런데 SK브로드밴드가 방통위에 재정신청을 낸 지 약 5개월 만에 넷플릭스는 돌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면 방통위의 중재 절차는 자동으로 중단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재정 결과가 넷플릭스에 불리하다고 판단되자 소송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소송을 제기한 지 약 1년 3개월 만에 법원에서도 패소했다. 넷플릭스의 항소 결정에 따라 이번 법정 다툼은 2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SK브로드밴드의 품질 유지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 SK브로드밴드는 △한국-일본 구간 △한국-홍콩 구간 △국내 구간 등의 트래픽 소통 비용을 자사 투자비로 부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3~4개월에 한 번씩 3배 가까이 900Gbps급의 증속도 진행하고 있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국내 ISP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국내 CP의 역차별 문제도 심화될 우려가 있다. 실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OTT들은 망이용료를 지불하고 있고, EBS의 경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ISP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고 인터넷망에 콘텐츠를 송신하기 위한 회선 용량을 긴급 증설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 OTT에만 무임승차 권한이 생길 경우 고화질 콘텐츠를 제공할 여력이 생기는 해외 업체 경쟁력은 높아지는 반면 국내 업체의 영향력은 감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SK브로드밴드는 소송과는 별개로 CP와의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 서비스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한층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외 CP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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