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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줄줄이 실손보험 판매 중단…이유는?
[더팩트|정리=이민주 기자]
◆ 한국투자證, 100% 원금 지급에…금융감독원, 제재 '경감' 결정
-이번 주 증권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팝펀딩 사모펀드 판매 관련 중징계를 모면하면 것인데요.
-금융당국이 사전 통보했던 징계 수위보다 한 단계 낮은 징계를 받았다면서요.
-맞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팝펀딩 사모펀드 판매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경징계인 '기관주의' 제재를 결정했습니다. 사전 통보했던 '기관경고'보다 한 계단 내려간 셈이죠.
-어떤 경위로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당국의 수위가 낮아진 건가요? 중징계가 확정됐다면 한국투자증권은 향후 1년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됐을 텐데,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이네요.
-한국투자증권의 투자 원금 전액 보상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6일 한국투자증권은 금감원 팝펀딩 제재심을 앞두고 팝펀딩에 투자한 고객에게 투자 원금 전액을 보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정일문 대표이사 사장이 긴급기자회견까지 열며 소식을 공표했는데, 그야말로 전례 없는 보상책이었습니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의 환호가 상당했다지요.
-네, 제재심의위원회를 하루 앞둔 지난 21일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금감원에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제재를 철회 또는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개인 투자자 1059명의 목소리가 담긴 탄원서도 제출됐고요.
-개인 투자자들과 달리 업계는 다소 당혹스럽겠는데요. 보상이 결정된 펀드 중 일부는 증권사가 부실을 인지하고도 판매한 것인지, 증권사에서 불완전 판매를 한 것인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판명 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원성을 피하고자 '투자자들의 투자 책임'이라는 원칙을 져버렸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인 듯하네요.
-그렇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이 보상을 결정한 펀드 중 일부는 펀드 계약서에 '초고위험' 상품이며 '원금손실의 가능성이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중징계를 우려(?)한 한국투자증권이 금감원에 환심을 사기 위해 유례 없는 전액 보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한국투자증권 측에서는 금감원 징계 여부를 염두에 두고 보상방안을 발표한 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계자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의 '마이 웨이' 행보에 업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증권사들도 전액 보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죠. 부실 사모펀드를 판매한 다른 금융사들도 한국투자증권과 같은 방식의 보상안을 추진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생보사, 도미노 실손 판매 중단 "4세대도 부질없다"
-보험계 소식입니다. 보험 소비자들은 실손의료보험 가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생명보험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줄줄이 중단하고 있어서인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동양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생보사 17곳 중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회사는 5곳으로 줄었습니다.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대부분이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는데, 판매하는 보험사는 어디인가요?
-삼성·한화·교보 등 대형 3사와 NH농협·흥국생명 등입니다. 이 중 교보생명은 20대 이상부터 건강검진을 통과해야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문턱을 대폭 높였습니다. 기존에는 40대 이상부터 건강검진 진단서를 요구했지만 연령을 20대로 낮춘 것입니다.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릴 만큼 국민 대다수가 가입하는 상품 아닌가요? 생보사들이 판매 중단에 나서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보험사가 실손보험에서 손을 뗀 이유는 높은 손해율입니다. 실손보험이 주력상품이 아닌 생보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지면서까지 상품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요,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 1분기 132.6%로 2020년(130.5%)보다 상승했습니다.
-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팔수록 오히려 손해가 난다는 얘기인가요?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면 보험사는 벌어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이 커져 적자를 보게 됩니다. 올해 1분기 가입자에게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 지급과 사업비 등으로 132.6원을 썼단 의미입니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생보사들이 판매를 중단하게 된 것이군요.
-네. 앞서 라이나생명이 2011년 실손보험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린 뒤 오렌지라이프가 2012년, AIA생명이 2014년 상품을 팔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어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KB생명, DGB생명, DB생명, 신한생명 등이 연달아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ABL생명은 실손보험 판매 여부를 검토하는 중이고요.
-이러다가 전 생보사가 실손보험 판매에서 손 떼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다음 달 1일에는 4세대 실손보험도 출시되지 않나요?
-다음 달부터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최대 4배까지 비싸지는 4세대 실손보험이 도입됩니다. 급여(주계약)와 비급여(특약)를 분리하고, 비급여에 대해서는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5단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 핵심인데 보험업계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실손보험 손해율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비급여 진료)을 손봤는데도 보험사가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4세대 실손보험에 따른 보험료 할증 등의 내용이 3년 이후에야 적용되고,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요인인 기존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3500만 명이 4세대로 갈아탈 가능성은 낮기 때문입니다. 1·2세대 실손보험에서는 매년 2조 원 이상의 적자가 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실손보험 적자의 97%를 차지합니다.
-일부 보험 가입자의 과잉진료, 의료 쇼핑 때문에 대다수 소비자의 선택지가 줄고, 가입 문턱이 높아졌네요.
-그렇습니다. 비급여 과잉 진료 등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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