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이재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막말'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전격 사퇴…불매운동 이어지나
[더팩트ㅣ정리=박경현 기자] -이번 주는 연일 포근한 봄날씨가 이어졌지만 경제계는 여러 이슈로 인해 찬바람마저 느껴졌습니다. LG전자는 '피처폰' 시대를 장악했던 휴대전화사업이 적자가 오랜기간 지속되면서 급기야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이 전격 사퇴를 밝혔습니다. 카드 상품을 룸살롱 여성에 비유하는 등 '막말'논란이 커지면서인데요. 이로 인해 온라인상 불매운동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이 계열사 및 친족기업에게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전격 개방하기로 선언해 화제였습니다. 산업계에서는 GS칼텍스가 GS그룹의 시스템통합(SI) 업체 GS ITM과 불공정 내부거래를 벌였다는 의혹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 "아이폰이 바꾼 세상" LG전자 휴대폰, '찬란한 과거' 돌아보니
-먼저 IT업계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정했죠?
-네. LG전자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의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더이상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겠다는 의미인데요. 사업부는 오는 7월 31일 이후 완전히 해체됩니다.
-피처폰이 판매되던 시절에는 LG전자 휴대전화 인기가 지금과 사뭇 달랐죠.
-사실입니다. 2000년대 중반에는 LG전자 휴대전화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을 기록하며 잘나갔습니다.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이 LG전자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MC사업본부가 LG전자 전체 영업이익에 미치는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었습니다.
-LG전자는 1995년 '화통'을 출시하며 휴대전화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싸이언, 옵티머스 등의 브랜드를 선보이며 고객들의 충성도를 강화했습니다. 3G 시절에는 LG전자가 피처폰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2005년 블랙라벨이라는 콘셉트로 출시한 '초콜릿폰'은 글로벌 시장에서 1000만대 이상 판매되며 시장에 '블랙라벨'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샤인폰(2006년) △프라다폰·뷰티폰(2007년) △아이스크림폰(2008년) △롤리팝폰(2009년) 등이 연이어 히트했습니다.
-2007년에 나온 프라다폰과 뷰티폰의 출고가는 당시 업계 최고가인 88만 원, 73만 원 등으로 책정됐음에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자사 휴대전화 이미지를 프리미엄화하는 데도 성공했고요.
-라인업을 들어보니 정말 그 시절 인기 있는 모델은 다 LG전자 제품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피처폰 시대를 이끈 LG전자의 사업이 언제부터 어려워진 건가요.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한 순간 휴대전화 시장의 대세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피처폰 시대가 영원하리라고 생각한 탓일까요. 시장의 흐름을 읽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LG전자는 피처폰만을 고집하며 실기했습니다. 실제 국내에서 애플의 아이폰3GS가 출시되기 시작한 2009년까지도 LG전자는 뉴초콜릿, 롤리팝2 등의 피처폰을 출시하며 흐름을 읽지 못했습니다.
-결국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2007년 50% 이상에서 2011년 17%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당시 1위인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는 50% 이상으로 벌어졌고요.
-LG전자도 2010년부터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았나요.
-네. LG전자도 2010년 한국형 스마트폰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운 '옵티머스Q'를 출시하며 스마트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옵티머스G(2012년) △옵티머스G프로, G2(2013년) △G3(2014년) △G4·V10(2015년) △G5·V20(2016년) △G6씽큐·V30(2017년) △G7씽큐·V40씽큐(2018년) △G8씽큐·V50S씽큐(2019년) △LG벨벳·LG 윙 등을 지속 선보였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고요. 앞서 나가는 경쟁사 스마트폰을 제쳐 두고 LG전자 스마트폰 구입할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죠.
-그렇군요. 내부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사업으로의 역량을 집중해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LG전자의 선택을 응원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변천사는 많은 기업들에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말이 있지요.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뜻으로, 흥망성쇠는 반복하는 것이므로 어떤 일을 할 때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LG전자는 한마디로 피처폰의 호황에 취해 스마트폰의 흐름을 읽지 못 해 결국 휴대폰 사업을 접게 된 것이지요.
-재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LG전자 행보가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꼬리표로 남을 스마트폰 흑역사를 지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나 경영진의 고민이 깊을 듯합니다.
◆'막말 논란'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결국 사임…불매운동 조짐도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 들어볼까요.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이 전격 사퇴했죠.
-네 그렇습니다. 장경훈 전 사장은 지난 6일 입장문을 내고 "오후 회사 감사위원회가 열렸으며 감사위원회의 결과와 상관없이 회사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장경훈 전 사장의 어떤 발언이 논란이 된 거였죠?
-장경훈 전 사장은 지난 2월 임원과 부서장 회의에서 카드 상품을 룸살롱 여자에 비유하며 "카드를 고르는 일은 애인(룸살롱 여자)이 아닌 와이프(부인)를 고르는 일"이라고 하거나 "여자를 구할 때 목표는 예쁜 여자이며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다"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또한 임직원에게 욕설하며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여성을 도구로만 생각하는 CEO가 있는 회사의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등의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사용하던 카드를 해지하겠다는 누리꾼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불매운동에 대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거군요. 장경훈 사장의 사퇴로 사실상 논란은 일단락되는 흐름으로 보이지만, 향후 파장은 계속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네요.
-네, 올해 카드 업황이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시기가 도래했고, 카카오 등 빅테크와 핀테크의 급성장에 업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신규 고객 1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CEO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며 악재가 겹친 것이죠.
-새로운 수장에게는 고객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겠네요.
◆ 공정위 조사 받은 GS칼텍스…GS그룹 전체로 번질까
-이어서 산업계 소식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GS칼텍스 본사를 상대로 현장조사를 벌였다면서요?
-네. 공정위는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GS칼텍스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벌였습니다. GS칼텍스가 GS그룹의 시스템통합(SI) 업체 GS ITM과 불공정 내부거래를 벌였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에서 양 사의 거래 관계와 비용, 단가 등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고 주요 간부를 대상으로 진술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GS ITM으로부터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자료를 받아 갔습니다.
-양 사의 거래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공정위가 나선 건가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이른바 공정거래법 때문입니다. 공정거래법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규제 사안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등입니다. 또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20% 이상인 비상장사는 내부 거래 금액이 200억 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이면 공정위 제재를 받습니다.
-GS ITM의 내부거래액은 얼마나 되나요?
-공정위가 자료를 받아간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수치를 보면요. GS ITM의 내부거래액은 △2014년 1198억 원(전체 매출의 47.57%) △2015년 1107억 원(53.17%) △2016년 1363억 원(78.87%) △2017년 1413억 원(70.61%) △2018년 1110억 원(66.5%)입니다. 5년 동안을 기준으로 보면 총매출 9998억 원 가운데 61.92%에 달하는 6191억 원이 그룹사의 일감으로 채워진 셈입니다.
-GS ITM이 그룹사의 일감을 받아 쌓은 돈은 어디로 흘러 들어간건가요?
-주로 GS그룹 4세들에게 돌아갔습니다. GS ITM은 같은 기간 총 100억8590만 원을 배당했는데 이는 대부분 GS그룹 일가에게 배당됐습니다. 특히 배당을 많이 받은 인물들은 허서홍 GS에너지 전무와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 등입니다.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선홍씨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대 주주로 자리하며 상당한 배당금을 수령했습니다. 이들 4명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받은 배당금은 약 48억 원에 달합니다.
-공정위는 향후 조사를 어떻게 진행할 예정입니까?
-GS칼텍스뿐만 아니라 주요 계열사들을 상대로도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GS칼텍스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GS ITM에 총 1280억 원의 일감을 제공했는데 이보다 더 많은 일감을 발주한 계열사도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간 GS ITM에 100억 원 이상의 일감을 제공한 계열사는 GS리테일(2305억 원)과 GS홈쇼핑(856억 원), GS건설(317억 원) 등이 있습니다. 공정위가 GS칼텍스와 GS ITM 간의 거래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할 경우 일감을 제공한 다른 계열사로도 조사 범위를 확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 단체급식 시장 개방, 삼성웰스토리 울고 CJ프레시웨이 웃고
-유통업계에서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이 계열사 및 친족기업에게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전격 개방하기로 선언해 화제였습니다.
공정위가 지난 2017년 9월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고 단체급식 시장 구조개선 작업에 착수해 대기업 스스로가 고착화된 내부거래 관행을 탈피하도록 유도하면서 이뤄진 조치였습니다.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 및 친족기업이 독점하던 단체급식 규모가 1조2000억 원이 된다죠? 향후에는 어떤 식으로 개방이 이루어지나요?
-LG는 전면개방 원칙 하에 단체급식 일감을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CJ도 65% 이상(367만 식)을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참여 기업들도 순차적으로 사업장 범위를 확대해 일감을 개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렇군요. 단체급식 시장이 개방되면 시장점유율 상위 업체들의 손해가 클 것 같은데 어떤가요?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상위 5개 업체인 삼성웰스토리·아워홈·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매출 감소 폭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사실 업체마다 입장이 다르다고 합니다.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2019년 기준 38.3%를 기록할 정도로 타사 대비 높은 수준이라 일감 개방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신세계푸드도 2019년 내부거래 비중이 32.18%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아워홈은 내부 거래 비중이 낮은 편인데요. 아워홈은 친족 관계 기업인 LG그룹과 LS그룹에서 발생한 매출이 2019년 기준 전체의 26.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CJ프레시웨이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16%, 현대그린푸드는 2019년 기준 9.3%에 그쳤습니다.
-그렇다면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아워홈에게는 오히려 이번 조치가 기회가 되겠군요?
-맞습니다. 단체급식은 '규모의 경제' 산업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진출하기 쉽지 않은데요. 기존 업체들의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낮았던 세 기업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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