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실적 연동에 2년 가량 소요…실적 개선은 내년부터
[더팩트|이재빈 기자] 지난 1분기 전세계 선박 발주의 절반 이상을 쓸어담은 한국 조선업계가 당분간 수주 초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수주가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약 2년이 필요한 만큼 '어닝 서프라이즈'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7일 영국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전주 대비 1포인트(p) 상승한 131을 기록했다. 신조선가 지수는 11주 연속 상승함에 따라 지난해 1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신조선가가 꾸준히 상승하던 지난 1분기에 세계 선박 발주의 절반 이상을 쓸어담았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102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다. 한국은 이 가운데 532만CGT를 수주하며 5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은 2위를 기록한 중국(426만CGT)보다 106만 CGT 가량 높은 상황이다.
조선업계에 부는 순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규모 발주가 줄줄이 예정돼있는 상황이고 각종 환경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기 떄문이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노바텍은 아크틱(ARCTIC) LNG-2 프로젝트 개발을 진행하면서 선주들에게 10억 달러(한화 약 1조 원) 이상의 LNG운반선 6척 건조 제안을 요청했다. 옵션 2척도 포함돼 있어 총 8척이 조선사의 일감으로 기대된다.
호재는 국내 조선 3사 중 두 곳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도크 운영 상황을 고려하면 러시아 조선소에 추가로 발주하기 힘든 상황인데다가 러시아측이 자국에 선박을 인도한 이력이 있는 조선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앞서 러시아로부터 선박을 수주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 6월 건조공간 확보 계약을 체결한 카타르 LNG선 본계약도 오는 7~8월쯤 체결이 유력하다.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는 지난달 중순 선주 입찰을 진행했고 이르면 오는 7월 상업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당시 한국이 따낸 수주액은 23조6000억 원 규모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기조도 신규 선박 발주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IMO의 기존선박연비지수(EEXI)로 인해 오는 2023년부터는 노후선박의 운항속도가 제한된다. 선주 입장에서는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선박을 새로 발주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대규모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은 내년부터로 예상된다. 통상 선박이 발주처로 인도되기까지는 1~2년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호황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실적 개선은 빨라도 올해 말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대신증권 이동헌, 이태환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조선 3사는 통상 수주에서 매출인식 기간이 2년 내외"라며 "지난해 11월부터 발주가 크게 늘었지만 올해는 일정상 수주공백이 나타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fueg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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