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악관 간담회 초청돼…미국 정부, 반도체 동맹 요구할 듯
[더팩트│최수진 기자]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이자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를 향한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각각 자국과의 반도체 협조를 요구하면서 속내가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7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2일(현지시간) 반도체, 자동차 업계와의 간담회를 가진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 등에 대한 현안을 논의하고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로 주요 완성차 업계의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아우디, 제너럴모터스,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폭스바겐, 도요타, 혼다 등 다수의 완성차가 공장 가동률을 줄이고 기존 생산 목표를 감축하고 있다.
미국 정부 쪽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즈 국가경제위원회(NEC)위원장 등이 참석하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초청됐다. 삼성전자 측 인사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 최시영 DS부문 사업부장(사장), 오스틴 공장 법인장 등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크지 않다. 타 반도체 업체 대비 기술력이 좋은 삼성전자는 구식 기술인 차량용 반도체(8인치 웨이퍼) 비중을 낮추고 최첨단 고성능 12인치 웨이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대부분 나온 지 30년 가까이 된 구식 기술인 8인치 웨이퍼로 생산한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정부가 현안 논의와 별도로 추가 요구를 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초청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측은 이번 간담회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자국 업체에 반도체를 우선 공급하고,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삼성 파운드리 공장(오스틴 공장) 증설 시기를 앞당기거나 투자 규모를 확대하라는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의 동맹을 강화해 반도체 영향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40% 비중을 차지하는 곳으로, 해외 국가 가운데 1위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반도체 수출액 85억6000만 달러(약 9조6000억 원) 가운데 중국으로 공급된 비중은 38.3%(약 3조7000억 원)에 달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상하이, 시안, 쑤저우 등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법인 및 반도체 생산라인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 역시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공식적으로 한국과의 협조를 요청한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만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도 없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한국과 인공지능, 반도체 집적회로, 5G, 빅데이터 등에서 협력을 중점적으로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며 반도체 부문에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 같은 양국의 행보는 반도체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42.1%로, 업계 1위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32.9%로, 이 역시 1위다. 비메모리에 속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점유율 18%로, TSMC에 이어 2위를 유지 중이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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