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증권 노조 "모든 책임 정 사장에게 있어…퇴진해야"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다자배상' 카드를 꺼낸 가운데 최근 퇴진 요구마저 비치는 투자자들의 분노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다자배상안'을 제안했다. 다자배상은 다수 금융기관이 배상과 관련한 책임을 나눠 지는 방법이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 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 등과 연대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NH증권은 다자배상안이 수용된다면 투자자들에게 배상금액 전체를 반환하고 구상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이사회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로부터 '계약 취소'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정 사장이 배상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처사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오는 5일 열리는 분조위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감원이 '계약 취소' 조정안을 내밀며 NH증권이 홀로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제안한다면 NH증권의 배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펀드 판매계약 자체를 취소함으로써 NH증권은 투자자들에게 원금 전액을 배상해야하기 때문이다.
NH증권은 옵티머스 펀드를 가장 많이 취급한 증권사다.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 중단 금액 5151억 원 가운데 NH증권 판매분은 4327억 원(84%)에 달한다.
NH증권의 다자배상안은 이같은 금감원 측의 제시에 역으로 제안을 한 것이다. NH증권은 분조위가 하나은행과 예결원의 과실을 인정하는 등 다자배상에 대해 수용한다면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을 비롯해 NH증권 노조 측에서는 정 사장을 향해 사태 발생의 책임을 물으며 퇴진마저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NH투자증권지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재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정 사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기원 증권업종본부장은 "옵티머스 사태로 투자자들은 재산을 날렸고 증권 노동자들은 항의에 시달리고 있는데, 처벌이나 징계를 받은 이가 없다"며 "NH투자증권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정영채 사장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NH금융지주 본사 앞에서도 정 사장의 퇴진 요구를 내용으로 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창욱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NH투자증권 지부장은 사건 발생의 원인이 정 사장에게 있다며 "옵티머스 펀드를 처음으로 회사 상품 담당 부서장에게 소개했던 정영채 사장은 본인도 피해자인 것처럼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김앤장 법무법인을 동원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하는 장본인이고, 그에 걸맞는 거취를 결정해야했지만 최근 주총에서 본인의 임금이 포함된 임원 임금 한도를 4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높이는 등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투자자 및 노조 측은 NH투자증권이 최근 꺼낸 다자배상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비쳤다.
이 지부장은 "다자배상안이라는 것이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도 아니고, 추후에 다른 금융기관과 협의가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므로 분조위를 앞두고 시간끌기라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실제로 다자배상 제시안이 금감원으로부터 수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현재까지 다자배상이 분조위에서 제시된 선례는 없다. 또한 금감원이 다자배상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법리적 검토 및 과실관련 사실관계 조사 등에 나서야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노조 측 주장에 NH증권 측은 "옵티머스 펀드는 판매 당시 이미 9개 증권사에서 1조6000억 원 가량 판매된 상품인데다 금감원의 검증도 거친 만큼 해당 펀드가 사기라는 사실을 알고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제시한 다자배상과 관련해서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이 실제로 나오게 되면 당사 이사회를 향한 배상관련 설득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에 피해자들의 빠른 보상에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며 "다자배상이 수용되면 배상비율 등 하나은행 및 예탁원과 협상을 주도하고, 협상 결렬 시 당사가 먼저 투자자들에게 선제 조치하는 등 배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분조위가 제시한 계약취소 조정안에는 강제성이 없어 NH증권 측에서 이를 거부할 시 배상을 둘러싸고 소송 등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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