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133억 원 중 절반가량 오너가 호주머니로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제약산업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기 가수 아이유를 모델 내세워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견 제약사 경동제약의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업황 악화에도 경동제약이 고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을 모은다. 경동제약은 최대주주 등이 회사 주식을 절반가량 보유한 가족 기업이다. 고배당 정책 이유로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동제약은 보통주 1주당 40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10억 원이며 시가배당률은 3.4%다. 현금배당 안건은 오는 29일 주주총회에 보고된다. 앞서 경동제약은 지난해 7월 중간배당 100원(23억 원 규모)을 실시했다.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을 합치면 133억 원 규모다.
경동제약의 배당 규모를 대형 제약사와 단순 비교하면 많은 편은 아니다. 다만 대형 제약사의 평균 시가배당률 1%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경동제약은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1000원짜리 대형 제약사 주식을 사면 주주가 받는 돈이 10원이지만, 경동제약은 30원 이상인 셈이다.
경동제약은 꾸준히 고배당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현금배당 600원(배당규모 71억 원, 시가배당률 3.0%), 2016년 현금배당 700원(배당규모 82억 원, 시가배당률 3.7%), 2017년 현금배당 800원(배당규모 94억 원, 시가배당률 3.6%), 2018년 현금배당 300원(배당규모 71억 원, 시가배당률 2.6%), 2019년 현금배당 400원(배당규모 95억 원, 시가배당률 5.1%) 등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경동제약은 코로나19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배당 총액은 133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결정했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매출 1738억 원, 영업이익 195억 원, 당기순이익 12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각각 1.5%, 20.7%, 43.4%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1.2%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경동제약은 코로나19로 인한 내수시장의 경기침체, 매출원가 상승, 기술개발 비용 투자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류기성 경동제약 대표가 경영승계 과정에 발생한 상속세와 고배당을 연결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류기성 대표는 지난 2019년 부친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으로부터 지분 7.16%를 상속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157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류기성 대표는 국세청에 상속세를 장기간에 걸쳐 나눠내고 있다. 상속세율은 50%이지만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의 경우 할증이 붙어 최고 65%까지 올라간다. 류기성 대표의 상속세는 1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류기성 대표는 지난해 지분 5%를 늘리면서 은행으로부터 120억 원을 빌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류기성 대표의 세금과 대출금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경동제약이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동제약은 류기성 대표가 상속세와 대출금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해 고배당를 실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회사 실적이 좋을 때 배당을 많이 하고 나쁠 때 적게 하지 않는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꾸준히 고배당 정책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대주주가 지분을 증여받고 대출을 받기 이전부터 배당 기조는 변함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동제약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이 회사 주식 절반 가량을 소유한 가족 회사로 꼽힌다"며 "고배당을 실시하는 이유에는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류기성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경동제약 주식 보유분은 45.48%(2020년 9월 30일 기준)다. 류기성 대표가 18.27%로 최대주주다. 류덕희 회장의 동생 류찬희 대일양행 대표가 3.61%, 류덕희 회장 2.73%다. 류덕희 회장의 자녀인 류기연 씨와 류연경 씨, 류효남 씨 등이 각각 2.14%, 1.86%, 1.30%를 들고 있다.
이번 경동제약의 배당액 133억 원 가운데 오너일가가 60억 원가량을 가져간다.
기업이 배당금을 늘리면 대주주와 소액주주들의 배당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자금이 필요할 때 곳간이 비어있으면 즉각 투입하지 못할 수 있다.
경동제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2019년 629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465억 원으로 164억 원 감소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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