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오렌지 통합 신한라이프 초대 CEO
[더팩트│황원영 기자]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이 보험사 베테랑으로 손꼽히는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을 제치고 신한라이프 초대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신한라이프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법인으로 내년 7월 출범한다. 합병 이후 단숨에 총자산 67조 원 규모의 생보사로 뛰어오르는 만큼 성 사장이 관료 출신 한계를 극복하고 신한라이프를 생명보험 빅4 반열에 안착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내년 초부터 통합 CEO 내정자인 성 사장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원펌(One Firm) 체계를 구축하고 성공적인 통합을 이끌어 갈 예정이다.
성 사장은 앞서 17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에서 신한라이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오렌지라이프는 올해 말 정 사장 임기 만료 후 이영종 부사장(현 오렌지 뉴라이프추진실장)이 임시대표를 맡는다.
그는 활발한 현장 소통과 강한 추진력으로 신한생명의 영업방식과 조직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통합 준비 과정에서도 보험사의 중장기적 발전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온 부분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한 금융당국과 연구기관, 민간 생보사 CEO를 모두 경험한 보험통이라는 점도 주효했다. 성 사장은 1989년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보험개발원 등을 두루 거쳤다. 공직에 머문 30여 년 중 보험 업무만 22년 넘게 수행했다.
관료 출신임에도 혁신적인 성향으로 사업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월에는 자회사형 GA(법인대리점) 신한금융플러스를 출범하며 보험업계에 불어 닥친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 흐름을 주도했다.
신한금융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혁신에서도 성과를 냈다. 헬스케어 R&D 오피스를 운영하며 헬스케어 확장에 나선 데 이어 스타트업과 협업해 헬스노트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EDC) 실증사업에 합류해 금융과 헬스케어를 연계한 토탈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위한 블록체인 보험금 청구 서비스, AI(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등도 선보였다.
가시적인 실적으로 경영 능력도 입증했다. 신한생명은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2019년 상반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4% 늘어난 78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916억 원, 3분기 누적으로는 1713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보장성 보험에 주력한 결과다. 3분기 보장성보험 연납화보험료(APE)는 304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7.9% 증가하면서 포트폴리오 개선에 성공했다.
성 사장이 신한라이프 대표로 내정되면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간 통합 작업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지난해 7월부터 통합을 위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성 사장은 물리적·화학적 결합 작업을 마무리하고 신한라이프의 시장 안착을 위해 힘을 쏟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총자산은 각각 34조1539억 원, 32조8414억 원으로 두 회사가 통합할 경우 자산규모 67조 원에 이르는 생보사로 탈바꿈한다. 이는 삼성생명(287조3579억 원), 한화생명(121조7568억 원), 교보생명(107조8935억 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삼성·한화·교보로 굳어진 빅3 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위치인 만큼 신한금융 내에서도 성 사장의 경영 역량에 큰 기대를 걸게 됐다.
성 사장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각각 강점을 갖고 있는 TM(텔레마케팅) 채널과 FC(설계사) 채널을 적절히 활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전망이다. 헬스케어와 디지털 전환등 비은행 부문에 힘을 쏟으며 신사업 발굴에도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풀어내야 할 숙제도 많다.
기업문화가 다른 만큼 양사 통합 과정에서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물리적 충돌을 줄여야 한다. 신한생명은 수직적인 기업문화로 운영됐지만,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외국계로 복장 자율화 등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조직 문화 통합과 노조와의 갈등 등의 이슈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 말 기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직원 수는 각각 1243명, 752명이다. 업계 내에서는 중복되는 부서·인력을 재배치하기 위한 조직개편과 인력감축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KB금융그룹에 인수된 푸르덴셜생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어 구조조정에 더욱 힘이 실린다. 이 과정에서 불거지는 임직원들의 불만과 잡음을 성공적으로 다스리는 것이 성 사장의 당면 과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대면 영업 감소와 0%대 초저금리 등 보험업계 전반에 닥친 경영환경도 무거운 짐이다. 업황 악화에도 신한라이프 출범 이후 실적 방어 부담감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오는 2023년 도입되는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야 한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판매한 보험의 부채 평가 기준도 바뀌면서 보험사가 쌓아 할 책임준비금이 대폭 늘어난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급여력(RBC)비율은 9월 말 기준 오렌지라이프 412.61%, 신한생명 263%이다. 전문가들은 IFRS17 도입에 앞서 보험사들은 RBC비율을 300% 이상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시험대에 오른 성 사장이 7월 1일 신한라이프 출범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했다. 성 사장의 임기는 2022년 12월까지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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