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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투자도 '일단 참여하자'…화장품 키우는 현대百

  • 경제 | 2020-11-13 07:05
현대백화점이 CJ올리브영의 프리 IPO 참여를 검토하면서 화장품 사업의 저변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그룹 사옥 모습. /한예주 기자
현대백화점이 CJ올리브영의 프리 IPO 참여를 검토하면서 화장품 사업의 저변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그룹 사옥 모습. /한예주 기자

"사업 협력 차원 소수 지분 인수 검토 中"…투자 매력은 글쎄

[더팩트|한예주 기자] 현대백화점이 CJ올리브영이 추진 중인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참여를 검토하면서 화장품 사업의 저변을 넓히려는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투자가 경영권 매각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인 만큼 '일단 참여해보자'라는 차원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지만, 현대백화점이 화장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 같은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CJ올리브영 투자에서는 우위에 선다해도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H&B(헬스앤뷰티) 시장이 이미 정점인 상황에서 엑시트(투자금 회수) 조건 등도 명확하지 않아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CJ올리브영이 2022년 예정된 상장에 앞서 추진하고 있는 프리 IPO에 참여해 일부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지난달 15일 진행된 예비입찰에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포함됐다.

현재 숏리스트에 오른 나머지 후보군들은 현대백화점을 제외하고 전부 재무적 투자자(FI)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 등 10여 곳이 올랐다.

매각 대상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17.97%)과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10.03%),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6.91%) 등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 일부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소수 지분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현대백화점은 10~20% 수준의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이 CJ올리브영에 지분 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화장품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화장품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의 경영권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계열사 현대HCN을 통해 SKC가 보유한 SK바이오랜드 지분 27.9%(경영권 포함)를 1205억 원에 인수했다.

현대백화점에겐 CJ올리브영의 시장 지배력은 매력포인트로 꼽히지만 다만, 이번 투자 검토는 참여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는 것 같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민주 기자
현대백화점에겐 CJ올리브영의 시장 지배력은 매력포인트로 꼽히지만 다만, 이번 투자 검토는 참여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는 것 같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민주 기자

현대백화점에게 올리브영의 압도적인 시장 지위는 큰 매력포인트로 꼽힌다. CJ올리브영은 H&B 스토어 업계에서 올해 상반기 시장 점유율 50.9%를 차지한 1위 브랜드다. 지난해 11월 IT 사업부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떼어내고 CJ올리브영으로 독립한 이후 2달간 매출액은 3659억 원에 영업이익은 166억 원이었다.

다만, 이번 지분 투자는 현대백화점이 '일단 참여해보자'는 차원에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현금을 통해 다각도로 화장품 사업 키우기에 돌입한 것 같다"면서 "현재 숏리스트에 쟁쟁한 후보군들로 구성된 만큼 투자 분위기도 살필겸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듯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CJ올리브영에 대한 투자 우위에 선다해도 큰 매력이 없을 수 있다고도 점쳤다.

올리브영이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고객 저변을 넓히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중심의 올리브영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매장이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더 늘리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4월 경쟁 업체인 이마트 부츠의 국내 매장 33곳이 모두 문을 닫은 가운데 GS의 랄라블라, 롯데의 롭스도 매장을 줄이는 추세다.

이처럼 H&B 시장이 정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엑시트 조건이 뚜렷하지 않아 매력적이지 않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투자에 나선다면 추후 투자금 회수를 위해 IPO 조건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상대방이 오너 일가여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추후 엑시트 조건 등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초 적잖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데다 주관사 측에서 추가 접수까지 하면서 예상보다 투자자가 더 늘어났다"며 "만약 딜을 따내더라도 CJ올리브영의 성장성 자체가 의심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예상보다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사업 협력 차원에서 소수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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