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9억 원 이상 고가주택 산 미성년 14명
[더팩트｜윤정원 기자] 최근 3년간 수도권에서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을 산 미성년자가 1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9억 원 이상 주택을 구입한 미성년자의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받아 분석한 결과 미성년자들의 고가 아파트 구매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지난 2018년 이후 수도권에서 9억 원 넘는 주택을 산 미성년자는 총 14명이었다. 이들은 주택 구입 자금 대부분을 상속이나 증여, 차입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태어난 해에 12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산 사례도 있었다. 12억4500만 원짜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7차 아파트의 매수자는 2018년생 영아였다. 올해 만 2세가 된 이 아이는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은 시점에 해당 아파트를 구매했다. 당시 구입비용의 78%인 9억7000만 원은 자신의 이름으로 돼 있던 금융기관 예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 22%인 2억7500만 원은 보증금으로 충당했다.
올해 9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래미안포레스트 아파트를 10억6000만 원에 매입한 만 17세 청소년도 있었다. 아파트값 10억6000만 원 전액을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아 마련했다. 10억6000만 원을 한 번에 증여받으면 내야 할 증여세는 부모가 증여한 경우 2억4832만 원, 조부모가 증여한 경우 3억2281만 원에 달한다.
지난달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의 동아아파트를 10억 원에 매입한 만 19세 청소년의 경우 8억1800만 원을 증여받고 7200만 원을 직계존비속에게서 빌려 8억9000만 원을 마련했다.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이밖에 현금 등 기타자산이 6300만 원으로 명시돼 있다.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미성년자들에게 세입자들이 낸 수억 원의 보증금은 자기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주는 유용한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2018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를 17억2000만 원에 구입한 만 16세(2004년생·당시 만 14세) 청소년은 예금 8억8000만 원과 함께 세입자가 낸 보증금 8억4000만 원을 이용해 집을 샀다. 작년 강남구 도곡동 현대빌라트를 16억9000만 원에 구입한 만 17세(2003년생·당시 만 16세) 청소년도 예금 11억9000만 원과 전세보증금 5억 원으로 집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 강남 부자들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부동산을 이용해 부를 대물림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며 "국토부와 국세청은 미성년 주택구매자들에 편법이나 불법을 통해 증여를 받아 주택을 구매한 것이 아닌지 철저하게 조사해 탈세가 이뤄진 경우에 탈루세액을 정확하게 추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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