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고배당 논란 등 여전한 숙제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3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박 행장은 '9년 장수 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지만, 현지화·고배당 논란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SC제일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3일 박종복 행장을 차기 은행장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 행장은 2021년 1월 8일부터 세 번째 임기(3년)를 시작하게 된다. 박 행장은 지난 2015년 입행해 35년 만에 SC제일은행 첫 한국인 행장이 된 후 2018년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3연임에 성공한 박종복 행장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코로나19로 업황이 어려워진 가운데 해결해야 할 숙제들도 쌓여있기 때문이다.
먼저, 박종복 행장은 SC제일은행의 '현지화 전략'을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박종복 행장은 취임 후 1년 3개월여만인 지난 2016년 4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행명을 지금의 SC제일은행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외국계 은행이라는 이미지보단 한때 국내 1등이었던 제일은행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박종복 행장의 '현지화 전략'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울 때 소상공인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외국계는 외국계"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취임 당시 박종복 행장은 개인사업자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소매금융'을 강조해왔지만, '비 올 때 우산은 뺏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금융당국은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채우지 못한 소상공인 초저금리 이차보전 대출지원금액을 5대 시중은행에 재배정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SC제일은행에 할당한 이차보전지원액을 3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줄였다. 이차보전 대출은 은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연 1.5% 초저금리로 최대 3000만 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 금융당국의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국내은행과 역차별하는 효과가 나온다"며 "모두가 어려울 때 금융산업이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한 도리인데, 외국계라는 이유로 손을 뻗지 않는 것은 책임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SC제일은행이 '시중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수익성 추구만 해서는 안 된다"며 "소비자들도 다 안다. 제대로 된 현지화에 성공하려면 금융지원에도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SC제일은행이 코로나19 지원보다는 수익성 추구로 높은 배당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역시 박종복 행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SC제일은행은 매년 고배당으로 '국부 유출' 논란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금융당국의 고배당 자제 요청에도 해마다 국내에서 번 수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으로 본사에 보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SC제일은행은 중간배당 5000억 원과 결산 배당 1550억 원을 합쳐 총 6550억 원(배당 성향 208.3%)의 배당을 진행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3144억 원으로, 순이익의 두 배가량을 본국으로 송금했다. 지난해 중순에 진행한 중간배당금을 빼더라도 배당 성향은 49.3%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SC제일은행은 2019년 결산 배당에 대해 "지난해 영업 실적과 누적 이익잉여금, BIS 비율과 국내외 가이드라인 등 일상적인 경영상의 고려 요인과 더불어 수익성 지표 개선 및 자본 효율성 제고 등도 함께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지난 2015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높은 배당을 해왔다. 적자가 났던 2014년에도 1500억 원을 중간배당했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의 경우 매년 배당 집행 때마다 국부 유출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며 "좋은 실적을 받은 만큼 배당금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년 지적받아온 '국부유출'의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금융당국이 '배당 자제'를 요청한 만큼 다른 금융사들은 이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외국계 은행들은 그동안 금융당국의 방침에 잘 따르지 않아 질타를 받아온 만큼 이번에도 '수익성 확보'에만 열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계(은행)의 경우 '수익'을 잘 내면 CEO '연임'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계속 논란이 되는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은행장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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