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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영끌' 말고 분양받아라"…"현실 동떨어져" 비난 쇄도

  • 경제 | 2020-09-03 00:00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영끌' 대신 분양을 받는 것이 낫다"고 발언한 데 대해 국민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비판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서울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 62.7점…30대는 60점대 진입 '언감생심'

[더팩트|윤정원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영끌' 말고 조금 기다렸다가 분양받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3040세대의 청약가점과 최근 당첨가점 수준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장관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한다'는 의미의 신조어)을 해서라도 아파트를 구입하는 행위에 대한 생각을 재차 밝혔다. 이날 김은혜 미래통합당 의원이 김현미 장관에게 "지난번에 30대 영끌로 집을 사는 게 안타깝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재 서울에서 30대가 청약점수 만점 받으면 당첨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무주택 기간 등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겠다"고 답변했다.

김은혜 의원은 "지금 서울 청약 당첨된 분들 최저 청약가점이 얼마인지 아시냐. 지금 30대가 모든 걸 다 끌어모아도 청약가점을 채우지 못한다"며 "이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면 오로지 매수밖에 없는데, 정부의 정책 실패를 왜 청년들에게 떠넘기시느냐"는 지적도 보탰다. 이에 김 장관은 "그래서 지금 8·4 부동산 대책 등을 통해서 공급대책을 많이 발표하고 있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해 다양한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약가점의 경우 무주택기간(32점)과 부양가족수(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으로 구성된다. 만점은 84점이다. 1순위 청약자 내에서 경쟁이 있을 경우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및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가점점수가 높은 순으로 당첨자가 선정되는 게 청약가점제다.

무주택기간별 점수는 △30세 미만 미혼 무주택자 0점 △1년 미만(무주택자에 한함) 2점 △1년 이상~2년 미만 4점 △2년 이상~3년 미만 6점 △3년 이상~4년 미만 8점 △4년 이상~5년 미만 10점 △5년 이상~6년 미만 12점 △6년 이상~7년 미만 14점 △7년 이상~8년 미만 16점 △8년 이상~9년 미만 18점 △9년 이상~10년 미만 20점 △10년 이상~11년 미만 22점 △11년 이상~12년 미만 24점 △12년 이상~13년 미만 26점 △13년 이상~14년 미만 28점 △14년 이상~15년 미만 30점 △15년 이상 32점 등이다.

부양가족수별 가점은 △0명(가입자 본인) 5점 △1명 10점 △2명 15점 △3명 20점 △4명 25점 △5명 30점 △6명 이상 35점이다. 부양가족은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청약통장 가입자의 주민등록등본에 등재된 세대원으로, 배우자(주민등록이 분리된 배우자 및 그 배우자와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세대원 포함),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 포함), 직계비속(미혼인 자녀에 한함)이 해당한다.

청약통장 가입기간별 점수는 △6월 미만 1점 △6월 이상~1년 미만 2점 △1년 이상~2년 미만 3점 △2년 이상~3년 미만 4점 △3년 이상~4년 미만 5점 △4년 이상~5년 미만 6점 △5년 이상~6년 미만 7점 △6년 이상~7년 미만 8점 △7년 이상~8년 미만 9점 △8년 이상~9년 미만 10점 △9년 이상~10년 미만 11점 △10년 이상~11년 미만 12점 △11년 이상~12년 미만 13점 △12년 이상~13년 미만 14점 △13년 이상~14년 미만 15점 △14년 이상~15년 미만 16점 △15년 이상 17점 등이다.

지난달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서 분양한 'DMC센트럴자이'의 경우 당첨자 커트라인은 69점이었다. 사진은 은평구 수색7구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체 모습. /윤정원 기자
지난달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서 분양한 'DMC센트럴자이'의 경우 당첨자 커트라인은 69점이었다. 사진은 은평구 수색7구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체 모습. /윤정원 기자

주택청약종합저축, 일명 '청약통장'은 결혼을 앞두고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 첫 직장을 가진 후부터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청약통장 개설시기가 앞당겨진 편이지만 보통 20대 중후반에 개설한다고 보면 된다.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30대 청약통장 가입자가 가장 많았으나 2019년 들어서는 20대 가입자가 30대보다 많아졌다. 청약통장 가입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추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약통장을 일찍 개설하는 것만으로는 높은 청약가점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찌감치 청약통장을 만들어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만점인 17점을 챙겼다 해도 30대의 경우 57점 정도가 거의 최대치다. 무주택기간은 만 30세부터 따지다 보니 30대가 받을 수 있는 무주택기간 점수는 최대 20점(9년 이상)이다. 일단 만점인 32점에서 최소 12점이 깎이고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결혼을 하고 자녀가 2명 있다고 가정해도 부양가족은 3명으로 점수는 20점에 그친다. 만점(35점)으로부터 15점이나 멀다.

실제 자녀가 둘 있는 지인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37세인 김 모 씨는 자가 주택 구입 필요성으로 최근 아내와 함께 청약가점을 계산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무주택기간 6년 이상 7년 미만으로 14점, 부양가족 3명으로 20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9년 이상 10년 미만으로 11점, 도합 45점의 점수가 산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45점은 일반분양은 택도 없는 점수"라며 "유일한 방법이 신혼부부 특별공급인데 조건 충족 기간이 끝나간다"고 토로했다.

신혼부부 주택은 입주자모집 공고일을 기준으로 혼인 기간이 7년 이내인 무주택세대구성원이어야 청약이 가능하다. 민영주택의 경우 해당 세대의 월평균소득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120%, 배우자가 소득이 있는 경우네는 130% 이하여야 한다. 국민주택은 외벌이 100%, 맞벌이는 120%까지 가능하다. 2인 가구 기준으로 본다면 민영주택일 때 조건은 외벌이 525만 원, 맞벌이 569만 원까지다. 국민주택은 외벌이 437만 원, 맞벌이 525만 원 이하여야 한다.

현재 '로또 아파트' 기대감으로 청약 열기가 지속되면서 서울 청약 가점 커트라인은 계속해 치솟고 있다. 올해 하반기 청약 커트라인은 62.7점으로, 30대들에게 아파트 청약 당첨은 '그림의 떡'이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서 분양한 'DMC센트럴자이'의 경우 '최저' 당첨가점이 70점에 육박했다. 전용면적 59㎡C는 최고 당첨자가점이 80점이었다. 당첨자 커트라인은 55㎡A·B 등 타입에서 나온 69점이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수도권에 13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김현미 장관은 '공급물량도 많은데 청약 받으면 되지, 왜 무리해서 집을 사느냐' 이 논리다. 하지만 정부가 공급한다는 주택이 실물주택이 되기까지는 적어도 3~4년이 소요된다"며 "집값은 계속해 더 비싸질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한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마냥 청약에만 목매고 있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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